2012년 3월 23일 금요일

깨끗하고 맛있는 동네 타이 식당


내가 사는 린우드에서 머킬티오 YMCA로 갈 때 다니는 Hwy 99 길목에 멕시코 술집인지 식당인지 조그만 식당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보니 'Bangkok 국수집'이라는 새 간판이 붙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당장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넓은 쌀국수로 물국수도 해주느냐고 물으니 해 준단다.

약 5년쯤 전 방콕에서부터 북쪽 국경까지 3주간 혼자 여행했을 때 가는 도시마다의 시장 주변 허럼한 식당에서 말아주는 그 국수들이 얼마나 싸고 맛있는지 거의 매일 아침 식사로 2그릇의 쌀국수를 먹었다.  2그릇에 $1.50 도 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어느 곳을 가든지 그 국수는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가는 곳곳마다에서 먹었지만 하나같이 내 입에 맛있었다는 것이 신기했었다.  미국에 돌아와서는 그런 국수를 식당에서 찾을 수가 없어 내 맘 한구석에서는 늘 그런 국수를 그리워하고 있었기에 방콕 국수집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오후, 배가 고프진 않지만 그 식당의 음식이 어떤지 궁금해서 오후에 들렀다.  국물 국수와 볶은 국수로 크게 나뉘어져 있는데 첫 시식으로 Tom Yam Goong 국물에다 wide rice noodle을 넣어 달라고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위에 있는 양념 그릇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모두 이 집에서 직접 만드다고 한다. 그러니까 마른 고추를 직접 볶아서 가루내서 하나 담았고, 흔히 보는 방부제 덩어리인 스리라차 대신 생고추를 식초에 갈아 만든 이 집만의 핫소스가 한 통 담겨 있고, 매운 서라노 고추로 피클을 만들어 담아 놓았고,  고추 기름도 직접 만들었고 , 젖국이 담긴 아담한 싸이즈의 병이  가운데 놓여져 있었다.  난 국수 맛을 보기도 전에 이미 이 집에 또 오리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 혼자 뿐 아니라 친구와 가족들까지  데리고 말이다.  이런 기본적인 소스와 양념을 손수 마련하는 정성이 나머지 음식에도 그대로 담겨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에게 미원을 음식에 사용하느냐고 물어보니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미원의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한다.

또한 왔다갔다하던 젊은 미국 남자분이 일하는 아주머니와 내가 나누는 동양 음식 얘기에 끼어들면서 자기는 평화 봉사단원으로 타일랜드에서 4년간 일을 하면서 부인을 만나 결혼했고 큰 아이가 국민학교를 들어가자 부인이 이 식당을 시작한 것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본인은 9년동안 학교 교사로서 일을 해 왔는데 주정부의 교육비 삭감으로 최근 직장을 잃었다고 한다.  ex 평화 봉사단원에 걸맞는 미소와 푸근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 분은 훌륭한 선생님일 것이 분명할텐데 직장을 잃었다니 내 맘이 썰렁하다.  얘기를 나누면서 그 주인은 연신 계산서에 오프닝 기념 15% 디스카운트라는 글을 영수증마다 손으로 쓴다.  첫 한달동안 그렇게 디스카운트를 해 준다고 한다.  마침 오늘이 발렌타인즈 데이라 찹쌀 디저트도 무료로 제공되었다.

비가 오고 날씨가 쌀쌀한데 한 할아버지가 버스를 기다리는 중인데 추워서 그러니 잠시 들어와 있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자 서빙을 담당하고 있는 라오에서 온 아줌마 '손'이 들어오시라고 하더니 부엌에서 따스한 티를 한잔 가져 나와 할아버지에게 내민다.  맘 속에서 우러나는 친절이 그대로 보인다.  '손'이 나에게 설명한다.  보통 식당에서 자스민 티를 내놓는데 자기는 자기민 티에다 pandan 잎을 넣어 함께 맛을 낸단다.  그 잎이 몸의 피로를 풀게 해준다면서.  동남 아시아에게 느꼇던 그런 푸근함이 '손'에게서 느껴진다.

똠얌궁을 국수와 함께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국물에 들어있는 모든 채소 향들이 다 느껴지면서 타일랜드에서의 느낌이 살아난다.  단연코 미원맛은 없고 국물 맛이 깔끔하다.   국물이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아 내 취향에 맞게 핫소스와 매운 고추 피클, 그리고 젖국으로 맛을 내어 먹었다.  그런데 국수의 양은 베트남 국수만큼 많지 않고 국물도 헝건하거나 펄펄 끓지 않아 주인에게 물었더니 타일랜드의 국수는 국물을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여느 나라 음식이 다 그렇지만 타이 음식에서는  매운맛, 짠맛, 신맛, 단맛등을 거의 모든 음식에 골고루 넣는데 국물 국수에도 단맛이 섞여있다.  이 집에서 뜨거운 물 국수를  두가지 먹어보았지만 둘 다 단맛이 있어 물어보았더니 원래 그렇게들 먹는다고 한다.  내가 타일랜드에서 먹었던 국수들은 전혀 단맛이 없었는데....  단맛이 어디서 나느냐고 물었더니 피클된 마늘에서 난다고 한다.  다음에는 단맛이 안 나게 해 달라고 부탁할 참이다. 그리고 국물 양을 뜨겁게 더 많이 넣어서 달라고도 꼭 부탁해야지.

3월 23일

밭에서 내 일을 도와주느라 땀을 많이 흘린 조카를 데리고 방콕 누들을 들렀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볶은 국수로 둘 다 마음이 합쳐졌다.  조카는 파타이, 나는 설명에 생야채가 많이 섞인듯한 볶은 국수를 주문했다.  간이 내 입에 꼭 맞았다.  짜거나 단 맛이 강하지않아 소스의 맛과 재료들의 맛이 모두 느껴지는 그런 홈메이드의 맛이었다.  매운 걸 좋아하고 맛에 나름 까다로운 조카도 고춧가루와 핫소스를 팍팍 뿌려먹더니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먹고 난 후 내 속이 너무나도 편안한 것이 식당 음식을 먹은 것 같지가 않았다.   식당 음식의 양념들이 너무 짜고 달다고 느끼거나 닝닝한 미원 맛을 싫어하는 분, 식당에서 음식 먹고 난  후 자꾸 물이 먹히거나  냄새가 계속 올라와 다른 음식으로 씻어내려야 하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식당이다.  작고 간판은 조촐하지만 이만큼 깨끗하고 성의있게 음식이 마련되는 식당 찾기가 참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처음으로 식당 칭찬을 이렇게 써 본다.

Bangkok Noodles
13014 Hwy 99
Everett,  WA 98204

지도상의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