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 |
그런데 이 천으로 덮어주면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배추 근대 시금치가 너무 빨리, 크게 자라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야채들이 너무 빨리 자라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맛도 싱거워지겠지만 야채 모양이 일단 너무 커서 거부 반응이 생기고 그만큼 빨리 성숙해지기 때문에 꽃대들도 빨리 올라오게 된다. 자라는 듯 안자라는 듯 천천히 자라며 내가 필요할 때 조금씩 걷을 수 있는 속도가 제일 좋다. 그래서 유기농 거름이라도 필요이상으로 사용하지 않고 야채 성장을 봐 가며 필요가 보일 때 조금씩 준다. 이 천보다 더 얇은 뭔가를 찾아야 했다.
전문가들을 위한 제품들이 많다는 Johnny's 라는 회사의 책자를 부탁해서 보니 Agribon+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천들이 두께와 용도별로 다양하게 나온다. 내가 그동안 사용해 온 것은 다른 회사 제품이지만 85%의 빛을 통과 시키는 두번째로 얇은 천과 비슷하고 제일 얇은 천은 'Insect Barrier'이라고 90%의 빛을 통과시키는 천이었다. 현재 내가 사용하는 것보다 쬐끔 낫긴 한데 나는 빛을 더 많이 통과시키고 날아다니는 곤충들도 막아주는 뭔가를 구하고 싶었다.
새들이 과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bird netting이라는 것을 사용해 볼까 했는데 이 영특한 흰나비들이 날개를 접고 두 다리로 구멍을 통과하는 것을 목격했다. 미세스 리는 아쉬운대로 갖고 계시는 bird netting을 두겹으로 사용하시니 row cover보다 더 낫다고 하셔서 나도 같은 방법으로 해볼까고 생각하던 중 sky nursery를 두리번 거리다가 흔히 보는 bird netting 바로 옆에 pond netting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구멍 크기를 보니 bird netting 에 비해 가로 세로가 반밖에 되지 않는다. 정말 반가웠다. 흰나비는 확실하게 통과 못할 것 같고 공기나 햇빛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원에는 대개 작은 싸이즈만 나와 있지만 온라인 스토어 아마존에서 찾아보면 더 큰 싸이즈도 나와 있다. 그런데 이 망으로 배추나 무에 알을 까는 곤충도 막아줄 수 있을지는 올 가을을 지나봐야 알 것 같다. 3가정에서 사용하게 되었으니 혼자 사용하는 것보다는 더 믿을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결론적으로 식물이 추운 온도를 좋아해서 온도를 더 높이지 않고 흰나비등 날아다니는 곤충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으면 이 net를 사용하는데 시금치, 근대, 무, 배추등에 알맞을 것이고 바람을 막아주고 온도를 좀 더 높여 주고 싶으면 row cover를 사용하는데 봄의 추운 날씨로 부터 보호해주고 싶은 여름 야채들, 즉 토마토, 고추, 호박, 가지, 오이를 비롯하여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는 여름 야채들에게 사용하면 편리할 것이다.
시애틀에서는 봄의 축축한 낮은 온도에서 어린 여름 야채들을 잘 보호하는 것이 일년 중 제일 신경쓰이는 부분인데 어쩌랴 여름에 오이 토마토 고추등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으면 봄에 정성 드려야 하는 것을. 정성이라야 한달 정도만 매일 20-30분 정도의 시간을 쓰는 데 불과하다. 미세스 리는 모종을 다부지게 키우기 위해 화원보다 조금 늦더라도 히터를 사용하지 않는 온실에서 모종을 키워 주신다. 나는 cold frame을 갖고 있어 다른 분들보다 일찍 가져와 그 속에서 한동안 키우다가 모종의 크기를 봐 가며 하나씩 밭에다 심는데 주키니 호박이 제일 먼저이고 그 다음에 겨울 호박, 토마토, 고추, 오이등을 내다 심는다.
밭에 심은 후 처음에는 하나 하나 크기에 맞는 쇠 틀을 씌워 주고 아래 위가 뚫린 비닐에 공기 구멍을 몇 개 낸 후 통째로 덮어, 추우면 위를 빨래 집게로 막아주고 해가 나면 직사 광선도 받고 통풍도 되게끔 열어주기를 일주일 남짓 하다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위와 뒷쪽(북쪽)만 막아주고 틀보다 커지면 아예 벗겨주는 식으로 보호하고 있다. 여름 야채라고 해야 몇개 되지 않아 이렇게 하나 하나 손 봐주고 있는데 이 방법의 장점은 야채들을 자세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야채라 해도 품종에 따라 다르게 성장하고 같은 품종이라 해도 각자 성장하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많은 것 같아도 심은 후 한달 정도만 이렇게 보호해 주면 풍성한 열매로 보답 받을 것이다.
틀은 무엇이든 비닐이 잎에 직접 닿지 않도록만 해줄 수 있는 것이면 된다. 나도 쓸만한 것이면 모두 사용하는데 그동안 이것 저것 손 가는대로 사용하다가 작년에 월마트에서 가격도 저렴하고 너무 튼튼하지 않아 자르기 좋은 토마토 받침대를 여러개 사다 반으로 잘라 2개의 틀로 만들었다. 반경이 큰 것은 토마토나 호박에 좋을 것 같고 작은 것은 오이나 고추용이었는데 올 봄에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특히 비가 와서 위가 무거워져도 틀이 받쳐주기 때문에 물의 무게로 내려 앉지 않아 좋다.
나의 채소밭 주변에는 울타리가 없어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라 온도보다는 바람막이에 더 신경을 쓰는 데 남편이 어느 날 누가 버리는 유리 문짝을 2개 줏어왔다. 그래서 토마토 심을 때에는 토마토 옆에, 오이 심을 때에는 오이 옆에 이렇게 세워주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겨울 난 케일들을 바람 막이가 될 만큼 남기고 뽑아낸 후 그 자리에 어린 토마토를 심어 주었다. 토마토가 어느 정도 적응하고 케일에 씨들이 앉기 시작하면 조심해서 쁩을 것이다.
내 밭에 늘 바람이 문제인 것 처럼 각자의 채소밭에는 나름대로의 환경이 있을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에게는 환경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들은 환경에 따라 반응하며 커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각자의 밭에 해가 어느 쪽에서 비치며, 바람은 주로 어느 쪽으로 부는 지, 어느 부분에 해가 가장 오래 비추며, 어느 부분에 바람 막이가 있고 어느 부분이 가장 따뜻한 곳인지등 환경를 알고 거기에 맞추어 채소를 돌보면 노력의 효과를 더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cold frame을 언급했었는데 땅에 두고 쓰는 자그마한 온실로 생각하면 된다. 구글 이미지에 들어가 cold frame을 찾아보면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온실 구입을 생각해 보았지만 공간, 비용, 만드는 노동력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 지에 확신이 없어 cold frame으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창문등을 재활용해서 손수 만들어 쓰지만 바쁜 남편에게 부탁하기 미안해서 작년 봄 코스코 온라인 스토어에서 적당한 걸로 하나 구입했다. 오스트리아제품으로 Juwel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것인데 구입 당시 벽 두께가 두가지가 있었다. 물론 거기에 따른 가격 차이도 있지만 두꺼운 걸로 샀다. 올 봄에 사용해보니 상자의 크기도 적당하고 견고해서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것 같다. 초봄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지금도 그 속에다 Leek 모종을 화분에 시작했고 타이 베이즐을 내다 심지 못하고 있고 곧 이탈리안 베이즐도 씨로 심을 예정이다. 지금 날씨에 밖에다 베이즐을 심으면 너무 춥기도 하고 달팽이가 쓱싹 다 먹어 치울텐데 이런 통이 있으면 그만큼 일찍 시작할 수 있고 수확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채우 키우는 즐거움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