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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일요일

11월 말 채소들

 날씨가 더워질 때에도 그렇지만 기온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전체적으로 점점 기온이 낮아지고 있다.  이틀 후면 12월인데 야채들을 보면 아직 그다지 추운 것 같지 않다.  

나는 겨울 동안 흙들을 비워두지 않고 되도록이면 뭔가를 심어서 흙 속의 미생물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계속 활동 하도록 하고 그 뿌리들로 인해 흙이 단단해지는 것을 예방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흙 위를 낙엽이나 wood chip으로 덮어 주었다.  





마늘은 2주전에 심어 낙엽으로 덮었고







오이와 토마토가 끝난 자리에는 watermelon 무와 시금치 씨들을 뿌렸는데 아직 어리다.  이번 겨울 동안의 변화와 봄에 어느 정도까지 커 줄 지 지켜볼 참이다.  여름 끝에 고수 씨들을 오이 옆에 묻었더니 꽃이 한창이다. 




씨가 영글었는지는 모르지만 shiso와 깻잎 꽃대들을 올 여름에 자란 자리 주변에 흩어 뿌리고 낙옆과 가지들로 덮었다. 겨우내 비로 인해 흙이 단단해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봄이 되면 탄소를 흙에 보태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씨들이 싹을 틔우면 나도 깻잎 모종을 준비하는데 그러면 왜 따로 모종을 준비하는가? 잎들이 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억센 잎들은 국이나 찌개에, 부드러운 잎들은 쌈이나 샐러드에 좋으니까.



Leek 씨를 한봉투 다 뿌렸더니 미세스 리와 나누고도 넉넉하다. 딸기 심었던 자리에 심었는데  가을에 굵게 자라지 못한 Leek들은 봄에  굵어진다.



달팽이가 좋아해서 삶이 고달픈 horseradish  








일전에 바람이 세게 불던 날 케일이 넘어져서 뿌리가 뽑혔는데 그 위에 흙만 조금 덮어 주었더니 누워 자란다. 

토마토 사이사이에 심었던 양파들이 제대로 자라질 못해서 그대로 두었더니 2개로 나뉘어졌는데 봄이 되면 둘 다 굵어진다.






미세스리께서 모종을 솎으면서 주신 배추들이 잘 자라고 있다.  겨울동안 얼지않도록 보호해줄 수 있으면 지금은 질긴 이 배추들이 초봄에는 질기지도 않고 아주 맛있다고 하심.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밤에는 floating cover를 덮어줄 계획이다.

올 봄 Skagit Valley 냉이밭에서 냉이 3개를 뿌리채 가져와 여기 저기 심었는데 꽃들이 얼마나 많이 피는지 무서워 다 정리하고 하나만 남겨 두었다.  냉이와 Miner's Lettuce들이 뒤섞여 있다.  밭에 냉이가 왜 그렇게 빡빡하게들 자라는 지 이제 알 것 같다.  해마다 초봄이 되면 냉이를 맛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멀리 가지 않아도 되겠다.



방아들

Monster 박쵸이가 요 근처에 해마다 한 개씩 자란다.  달팽이는 제일 바깥잎들 먹고 중간부터는 내 몫

떨어진 씨들을 그냥 두고 크면 수확하는 갓들.  초봄에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 쑥쑥 자라는데 그 때가 갓김치 할 때.

불쌍하게 생긴 대들의 뿌리가 바로 sunchoke.  요즘 조금씩 맛 보고 있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맛이 더 좋아지며 미리 수확해서 보관하면 썪기 쉬운데 땅 속에 그대로 둔 채 필요할 때마다 캐면 늘 싱싱하다.  겨울에 땅이 얼어도 얘들은 멀쩡하다.  그리고 수확과 동시에 벌레 먹고 상처난 뿌리나 너무 작아 씻는 공이 아까운 뿌리들을 반뼘 정도 깊이에 묻어주고 대들은 뚝뚝 잘라 흙 속이나 위에 두면 내년 이맘 때까지 아무 할 일이 없고 여름에 물도 주지 않아도 된다.  난 해마다 그렇게만 심는데도 수확 때가 되면 넉넉하다.  흙에 묻는 모든 자연 성분들은 좋은 거름이 되며 내 경험으로는 그 정도면 늘 충분했다.   
 

부추는 겨울에는 땅 속에만 있기 때문에 빈자리를 그냥 두느니 고수씨들을 뿌렸다.  한 미국 친구가 늦가을 밭을 보고 싶다고 왔다가 이런 추위에 싱싱한 고수들을 보고 놀라던데 야채들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추위를 잘 버텨낸다.  일반적으로 추울 때 자라는 야채들은 천천히 자라면서 잎들이 좀 더 두텁고 좀 더 질기긴 하지만 맛은 훨씬 더 깊고 달다.  나는 겨울에도 야채들을 덮지 않는다.  누가 누가 더 잘 견뎌내는 지 보기 위해서...   이렇게 겨울 난 야채들의 씨를 내년에 받으면 그 씨들은 이미 우리집 환경을 여러 세대 경험한 기록을 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Sorrel들



사랑스러운 민들레!!  이 이탈리안 민들레를 올 해 처음으로 키우게 되었는데 내년에 많이 불어날 식구들을 기대하고 있다.  이 민들레는 한 여름에도 쓴 맛이 부드러워 비빔밥에 잘게 썰어 몇 번 넣다 보니 없으면 너무 서운해서 꼭 챙기게 된다. 일년 내내 한결같은 맛과 질감을 가진데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민들레 혈통이다.






봄에 브락콜리 모종을 심으면 여름부터 곁에 계속 새싹들이 올라온다.  뿌리째 옮겨 심으면 이 아이들이 자라 겨울을 엄마보다 더 잘 버티고 내년 3월에 새 모종을 심을 때까지 있어서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다.  겨울에는 꽃대의 크기가 작더라도 잎을 함께 수확하고 삶을 때 꽃대는 금방 익지만 잎들은 좀 더 오래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씨 종자의 차이도 있겠는데 나는 해마다 Pcc에서 Rents Due 농장에서 오는 모종을 구입한다. 

2021년 7월 6일 화요일

씨가 맺히지 않는 시금치

 요즘 시금치의 씨들이 한참 잘 영글고 있다.  그런데 시금치에 씨가 맺히기도 하고 안 맺히기도 한다는 것을 미세스 리에게서 배웠다.  두 가지의 모양새 부터가 다르다.  씨 맺히는 시금치는 대를 따라 곳곳에 송글송글 많지 않은 덩어리들을 달고 있는 반면 씨가 되지 않는 시금치는 가지의 맨 끝에 긴 꽃송이들이 달려 있고 씨가 달릴 것 처럼 대에도 뭔가가 달려 있지만 결국 먼지같은 가루만 남는다.  그래서 절반 정도를 뽑았다.  옆에 두지 않아도 씨가 영그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시금치 한 그루에서 씨가 엄청 많이 나온다.  대들이 누렇게 늙으면 뿌리째 뽑아 잎들이 바싹바싹 마를 때까지 두었다가 씨들을 걷는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잘 영글은 씨들을 아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해마다 8월말이나 9월 초에 시금치 씨를 뿌린다.

씨가 맺히지 않는 시금치 모습

씨가 맺히는 시금치 



2021년 6월 16일 수요일

겨자 잎은 달팽이 자석인가?

 작년에 여기 저기 올라오는 겨자들을 한 쪽으로 모아 심었더니 잎들이 엄청 커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일찍 꽃대까지 올리고 몬스터처럼 자란 그들을 보며 별 쓸모가 없는 아이들이 덩치는 왜 저렇게 클까 하고 살짝 원망스러운 생각을 했었는데 이젠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달팽이들 때문에...

며칠 전에 아무런 계획과 생각 없이 겨자 잎 하나를 고추 옆에 두었는데 OMG!  첫 날에는 잔잔한 달팽이들을 잎 하나로 100마리 이상 잡았다.  어쩐지 그 고추의 연한 잎을 누군가가 자꾸 잘라 먹어 크지를 못하고 힘들어 했었는데 범인을 찾은 것이다.  식욕이 왕성하다는 어린 달팽이들이 그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했다.  크기가 워낙 작고 색깔도 검정색이라 흙 속에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자석에 끌리듯이 겨자 잎에 달라 붙는 것이었다.  모두 잡은 후 20-30분후에 들쳐보면 또 바글 바글 있는 것이 뭔가 달팽이들을 홀리는 마력이 있는 듯 했다.  마침 비가 며칠 계속 와 겨자 잎들이 마르지 않고 물기도 촉촉해서 이 기회에 달팽이들의 숫자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겨자 잎이 넓고 매끈해서 그런가 하고 비슷한 rhubarb잎들을 옆에 나란히 두기도 하고 여기저기 던져 놓았는데 한 마리도 붙질 않았다.  달팽이들이 우엉 잎 좋아하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겨자 잎의 발견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밭 주변에 나무 조각들을 깔아 놓았기 때문에 달팽이들이 숨을 공간이 많고 텃밭 옆이 낮은 wet land라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다. 


남편도 너무 신기하다며 방금 아침에도 한바뀌 돌고 들어온다. 어제 햇빛으로 잎이 많이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밤 사이에 내린 이슬 만으로 수십 마리가 또 있었다고...   그리고 나에게 물어 본다.  어떻게 겨자 잎을 사용할 아이디어를 냈느냐고. 그게 나도 의아하다.  첫 잎을 놓았던 순간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2021년 6월 1일 화요일

두더지와 함께 살기

우리집 두더지는 엄청 활발하다.  땅을 부드럽게하고 뭘 심고나면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고 꼭 방문해준다.  여름이 지나고 보면 지나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흙 아래에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다. 그동안 잡을려고 덧도 놓아보았지만 한번도 잡히지 않아 이제는 함께 살기로 맘을 먹었다. 

잎 야채는 두더지가 뿌리를 건드려도 잠시 성장을 멈추고 이 충격을 회복해 나가는 편이다.  그래도 여러번 충격을 받으면 자라야 할 때 자라지 못하고 자그마하게 남아 있어 이제는 식물을 보면 두더지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열매를 수확하는 여름 야채들은 두더지의 극성이 주는 피해가 훨씬 크다.  그래서 해마다 고민을 하게 되는데 제 작년부터 시작한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모종을 심고 그 주변에 나무 꼬챙이들을 빙 둘러 꽂아주는 것이다.  그 전에는 고추 옆에 Leek들을 심어주기도 했었는데 그 또한 번거로왔다.  나무를 꽂아주면 뿌리가 뻗어 나가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중심에 있는 큰 뿌리가 보호되기 때문에 땅 위에 뽑혀 올라오는 사고는 더 이상 없었다.




오늘 아침에 보니 그저께 심은 고추 옆에 빙 둘러 가며 난리친 모습이 보이는데 다행이 고추는 살아 남았다.   작은 막대기들을 지금 꽂아놓은 그 바깥 주변에도 더 넓게 꽂으면 잔 뿌리들을 건드리는 것도 예방할 수 있으리라.  잔뿌리들이라도 건드리면 일주일 정도 성장을 멈추는 것 같다.  반면 뿌리 시스템이 큰 토마토들은 잔뿌리의 피해가 성장에 별다른 지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느리게 자라고 뿌리가 그다지 크지 않은 고추가 제일 치명적인 것 같다. 


올 봄에는 새로운 방법을 추가해 보았다.  뿌리가 그다지 크지 않은 고추에만 사용했는데 적당한 크기의 화분에 구멍들을 드릴로 내고 그 속에 고추를 몇 개 심어 보았다.  아래 쪽에는 가운데 뿌리가 깊이 내려갈 수 있도록 좀 더 큰 구멍을 만들었다.   두더지의 활동이 더 왕성한 곳에 적용해 보았는데 올 여름을 다 보내 보아야 결과를 알 것 같다.  

벽을 따라 주로 심는 콩들은 해마다 두더지 극성에 시달리기 때문에 영글때 영글지 못하고 힘들어하면 늘 가슴이 아팠다.  고민하던 중 수중 재배하는데 사용하는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4인치 화분들을 이용하면 콩에 적당할 것 같았다.  아래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 화분의 모습으로 구입했는데 가운데 큰 뿌리가 내려갈 수 있도록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어 보았다. 올 여름이 지나고 나면 결과를 보게 되리라.  모든 콩들을 일일히 화분에 심을 수는 없으므로 계속 연구중이다.  멜론이나 수박을 담아 둔 그물 백들을 이용해 볼 생각도 해 본다.  

고추 심은 화분을 이용할 아이디어를 낸 계기는 Molbak 화원에서 재활용 화분들을 아주 넉넉히 줏어 왔기 때문이었다.  Beth를 통해 알게 된 곳인데 Woodinville 175th St에서 동쪽으로 가다가 Molbak을 지나자마자 Molbak을 끼고 우회전하면 주차장 끝쯤에서 볼 수 있다.  나는 아주 큰 화분들을 구하고 싶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없어서 뒤적이고 있을 때 트럭 한 대가 와 아주 큰 화분들을 줄줄이 내려 놓기 시작했다.  그 분은 일주일에 한번씩 그 날 가져온 만큼씩 갖다 놓는다고 한다.  



Update 7월 9일

구멍 뚫은 화분에 심은 Padron 고추들이 잘 자라고 있다.  밭 옆에 두더지 구멍들이 있는데 그 길을 좋아 하는지 종종 새 흙들이 추가되지만 휴우~~ 안도감.   

고추 밭 가장 자리를 삥 둘러 Leek들을 심고 그 사이 사이에 친구가 씨 모종 해 준 Golden Purslane (노란 쇠비름)을 심었는데 색깔도 예쁘고 맛도 녹색 쇠비름보다 부드러우며 잎의 두께는 돗나물과 비슷해서 챙겨주지 않아도 늘 건강히 함께 할 새 식구가 생긴 것 같다. 







새싹들의 댄스

 우리집 앞마당에는 달팽이들이 많아 콩씨를 심으면 백팔백중 다 사라지고 만다.  콩은 모종하기보다는 땅에 그냥 심는 편이 좋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모종으로 조금 키운 후 옮기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soil block들을 이용해서 모종을 만든다.  

다른 씨들과 달리 콩 싹이 올라올 때에는 콩까지 달고서 올라오는데 올라오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라 재미있다.  아주 느린 춤을 추듯 다양한 곡선을 그리며 제 모습을 갖추어 간다.   모종하고 있는 종자는 Kentucky Wonder과 스페인 Basque 지방에서 온 black bean 인데 이 콩을 준 사람의 이름을 따서 우리는 Alfonso bean이라 부른다.  알폰소 콩은 다른 콩들에 비해 영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싹이 올라오는 것도 느리다.  


겨울내내 요긴하게 사용하는 야채중 으뜸으로 칠 수 있는 Leek은 주로 모종을 사다 좀 키워 옮기는데 겨울을 생각하면 욕심이 앞서 씨 한 봉투를 다 털어 심었다.  파 씨들은 접어진 상태로 어느 정도 올라오고 나서 굽어진 몸을 펴며 그 모습 또한 다양한 곡선을 그린다.  아주 아주 느린 춤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이제 씨 하나가 춤사위를 시작한다. 
Leek 모종을 일찍 심으면 어떤 해에는 가을에 꽃대가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럴때 그냥두면 봄에 그 옆에 새롭게 또 하나가 올라오기 때문에 연한 Leek을 얻을 수 있고 지금처럼 조금 늦게 키워 심으면 겨울이 될 때까지 꽃대가 올라올 찬스가 적어 겨울내내 굵은 Leek들을 얻게 된다.

작년 늦은 가을에 꽃 피운 아스파라가스에 동글동글한 오렌지색 열매들이 영글면서 씨들을 남겼는데 꼭 4개씩 들어있었다.   여름이 짧아 씨가 발아할 지 궁금해서 Stevia 씨들 곁에 함께 심었더니 이렇게 작고 귀여운 아스파라가스가 올라온다.   



 

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씨 Seed

한 알 한 알의 씨들을 손바닥에 올리고 볼 때마다 참으로 신통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쬐끄만 알갱이마다 자체의 삶을 담고 있어 각자의 성격과 능력이 모두 다르다는 점과 알갱이들이 앞으로 흙과 함께 펼쳐낼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이다.

씨에 물이 닿으면 내부에서 싹 틔울 준비가 시작되고 씨를 보호하던 껍질이 터지면서 뿌리가 먼저 나와 흙의 영양과 수분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한 쌍의 자그만한 떡잎을 먼저 키워낸다.  떡잎이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본잎을 만들어 내 보내는데 떡잎은 모양들이 거의 비슷해서 식물의 종류를 가늠할 수 없지만 본 잎을 보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다.  책에서 보니 떡잎 만들기까지는 씨 자체에 미리 저장되어 있는 영양분을 사용하고 본 잎부터는 자체적으로 만드는 영양에 의존한다고 한다.  씨에 물이 닿으면서부터 내장된 유전 프로그램에 따라 삶이 내부에서 시작됨과 동시에 외부에서는 곰팡이와 박테이아의 공격들이 시작된다.  그래서 흙이 너무 축축하면 Damping off라고 해서 결국 여리디 여린 싹이 조금 올라오다가 곰팡이에게 죽임을 당하기도 하고  수분이 너무 없으면 말라 죽고 씨에 저장된 에너지로 떡잎까지 힘들게 올렸는데 달팽이가 싹뚝 잘라먹으면 본잎은 꿈도 못 꾸고 삶을 마감해야 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그래서 한 쌍의 본 잎이 성공적으로 올라와 자기의 identity를 확실히 보여줄 때가 되어야 비로소 큰 고비는 넘겼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각 씨들의 능력이 모두 다르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건강한 놈들은 어지간한 외부의 공격들을 이겨내고 힘차게, 빠른 시간내에 본잎을 올리고 앞으로의 성장 과정도 왕성한 반면 약한 씨들은 싹 트는데도 오래 걸리고 올라오는 싹도 약할 뿐더러 앞으로의 성장 과정도 왕성하지 못할 것이다.
 
언듯 씨를 보면 생명체 같지 않지만 씨도 살아 있어서 숨도 쉬고 먹을 양분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씨가 갖고 있는 양분에는 한계가 있어서 갖고 있는 영양분이 동이 나면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정 기한이 지나면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것이다.  생명력을 보다 오래 갖고 있을려면 온도가 적당히 낮고 수분도 적은 환경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며 전문가들은 습기를 빨아들이는 가루와 함께 잘 밀봉해서 냉장고에 보관하기를 권하던데 나는 씨를 수확할 때 아주 잘 영글도록 두었다가 냉동실에 보관하니 오랫동안 좋은 발아율을 유지해서 모든 씨들을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다. 

열매 맺는 채소의 씨는 주로 열매 속에, 잎을 먹는 야채들은 꽃대가 올라와 꽃을 피운 뒤 꽃이 달렸던 곳에 씨가 맺히는데 씨를 받을려면 영글도록 두어야 한다.  그래서 씨 받을 열매는 가지에 달린 채 완전히 익은 후 색이 변하고 열매가 어느 정도 늙도록 둬야 하고 꽃에  맺히는 씨들은 꽃이 피었다가 말라 떨어지고 난 후에 씨가 맺히며 다 영글면 씨를 싸고 있는 껍질들이 말라 밤색으로 변하면서 까슬까슬해짐으로 알 수 있다.

시애틀의 여름이 짧아 나는 열매 맺는 여름 야채는 씨를 심어 키워내기 보다는 서리의 위험이 없을 쯤 온실에서 잘 길러 나온 모종을 사기 때문에 열매의 씨는 거의 받지 않는 반면 잎이나 뿌리 야채의 씨는 한 포기만 남겼다가 씨를 꼭 받아본다.  대신 씨 받을 야채는 F1(개량종)이 아니고 OP(Open Pollinated; 자연 수정)임을 확인하고 씨나 모종을 산다.    F1의 많은 장점들이 한 세대만 유효한 탓에 씨를 받아 다시 뿌리면 씨가 아예 싹이 안 트는 씨일 수 있고 또는 그 부모 만큼 잘 자라지 못할 수도 있고 또는 어떤 성격을 가진 씨가 될 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야채에 따라서는 OP를 아예 살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요즘 주변에 heirloom(에얼룸)이라는 단어가 종종 보인다.  여름에 식품점에 가면 아름다운 heirloom 토마토가 특히 눈길을 끄는데 우리 눈에 익숙한 일반 토마토들과 모양과 색깔, 질감, 그리고 맛이 다르다.  농업이 기계화, 대량 생산화되면서 1970년대부터는 농업 환경에 맞는 개량종의 개발이 활발해지고 이렇게 키워 진 농산물들이 시장을 점유하다가 최근 들어 그 이전에 존재하던 농산물들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생기면서 개량(잡종화)되지 않은 씨들을 다시 찾고 보존해 나갈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Heirloom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우리는 두가지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Heirloom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씨나 식물들은 첫째, 농업이 근대화 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식물들이고 둘째, 여러 세대에 걸쳐 OP로만 수정되어왔기 때문에 옛날 조상들이 수확했던 식물들과 같은 성격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heirloom 씨나 모종을 키워 내가 씨를 받으면 이 또한 그 부모의 성격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씨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정의 채소 밭에서는 OP로 자란 식물을 키워도 종종 본의 아니게 잡종이 되기도 하는데 가까운 거리에 다른 종류의 꽃들이 비슷한 시기에 피어 있다보면 생길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식물에 따라 다른 종류와의 수정이 허락되는 것도 있고 허락되지 않는 식물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받은 씨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전에 일단 내가 한번 키워 확인을 해 본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내가 받은 씨는 이미 우리 집 흙과 기후와 환경에 적응이 되어서인지 싹도 더 잘 나고, 잘 크고, 맛 있어서 해마다 야채를 뽑고 정리할 때 제일 잘 자란 놈으로 적어도 하나는 남겨서 꽃도 즐기고 씨도 받는다. 야채 꽃들이 밭 주변에 있으면 호박벌을 비롯해 다양한 크기의 곤충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여름 야채들의 수정에도 도움이 된다.

씨들을 받아보니 채소 한그루에서 엄청난 양의 씨가 나온다.  그만큼 씨를 사지 않아도 되니 너무나도 경제적이다.  거기다 말린 가지에서 걷을 만한 씨들을 수확하고 남은 대들은 다시 밭에 가져 가 흙 위에 뿌려두면 늦게 영글은 씨들이 여기 저기 올라오기 때문에 뿌리지도 않고 거저 거두어 들인다.  자연은 참으로 넉넉하게 돌려준다.  내가 조금만 수고하면.

지금까지 씨 받은 경험이 없다면 꼭 한번 해 보시길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풍성히 얻게 되는 씨도 씨지만 식물의 전체 life cycle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를 어떻게 받는 지 잘 모르겠거든 그냥 늙도록 둬 보시라.  꽃이 져도 그냥 두었다 한참 후에 꽃이 맺혔던 부분을 보시라. 새로 마련된 새 생명들이 오물조물 그 속에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다 오지 않으면 알아서 흙 위에 흩어 뿌리리라.

sugar snap pea

Scarlet Emperor runner bean

Collard green

dill

상추 씨 mix

영글고 있는 collard green

영글고 있는 상추씨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채소밭 일지 10월15일/풋거름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기온은 그다지 춥지 않다.  오이 옆과 부엌 창가에서 자라던 보라색 큰콩(Scarlet Emperor)들을 모두 뽑아 정리하고 오이가 있었던 자리와 토마토, 고추, 호박 주변에는 풋거름 씨를 뿌렸고 창가에 있던 박스에는 풋거름을 키우지 않는 대신 걷은 콩 가지와 잎들을 잘게 썰어 그 자리에 다시 쌓아 두었다.  풋거름을 키우는 이유가 이런 녹색(질소 공급원) 성분을 흙에 추가하기 위함인데 흙 위를 덮어주면(덮어주는 것을 영어로 mulch라고 한다) 겨울 비에 흙이 단단해지는 것도 예방해 주고 질소도 공급하고 미생물들이 좋아하는 자연 성분도 더해진다.


 해바라기 심었던 화분 위의 흙도 해바라기로 덮어주었다

꽃이 짙은 주황색인 이 콩은 hummingbird가 좋아하기 때문에 새들을 보기 위해 부엌에서 내다 보이는 곳에 심어 놓고 매일 아침 식사하러 오는 모습을 즐겼다.  껍질에 노란 빛이 돌면 콩이 영글은 것인데 따자마자 껍질을 까고 냉동실에 얼려두고 밥 할 때 한 줌씩 넣으면 좋다.  콩을 따지 않고 두면 마르면서 밤색으로 변하는데 가지에 달린 체 밤색으로 바짝 마른 콩은 냉동실에 따로 보관했다가 내년에 씨로 사용하면 된다.  모든 열매가 제 맛이 들어야 맛 있듯이 콩도 껍질에 노란빛이 돌도록 영글어야 콩 크기도 다 자랐고 구수한 맛이 있다.

마침 콩 얘기가 나왔으니 콩이 다른 식물들과 다른 점을 한가지 언급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식물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질소를 흙에서 공급 받는데 콩 종류들은 질소를 공기에서 가져와 변환시켜 뿌리에 포도 송이처럼 흰 질소 구슬들을 만들어 달고 있다.  그러니까 흙 속의 질소를 축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태준다는 뜻이다.   자랄 때에 자체적으로 질소를 만들어 성장에 사용하다가  뽑아낼 때 이 질소 구슬들이 흙 속에 남게되므로 흙에 질소를 보충해 주게 된다.  그래서 콩은 아주 어릴 때 잠시 흙의 질소에 의존하지만 자리 잡으면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부엌 가까이 나무 통에다 심었던 콩들이 어릴 때 제대로 자라지 못할 정도로 진딧물이 많았었다.  손으로 한 두번 닦아주다가 손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 인터넷을 찾아 보았더니 진딧물 없애는 한 방법으로 토마토 잎을 아주 잘게 다져 물을 부어 하룻밤 두었다가 물 만 따라내서 스프레이로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토마토 잎에 독성이 있어 진딧물이 죽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두 번 정도 넉넉히 스프레이 한 후로는 진딧물 수도 줄었고 콩도 잘 자랐다.  남편이 토마토 정리할 때 잎으로 스프레이를 만들어 냉동시켰다가 내년 봄에 사용하자고 제안하는데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콩이 어릴 때에는 토마토도 어리기 때문에 잘 자라는 잎 따기가 쉽지 않다.


가을용
오늘 씨 뿌린 풋거름(green manure)은 가을용으로 4가지 씨가 섞인 것을 몇 년전에 한 봉투 사다 여지껏 썼다.  여름에 키우는 풋거름도 있는데 겨울 난 야채들을 봄에 거둔 후 가을에 씨 뿌릴 곳에다 씨 뿌리고 30cm 정도 자랐을 때 잘게 잘라서 흙과 뒤섞어 주면 여린 녹색 채소가 가진 모든 영양분이 흙에 추가되므로 거름이 되는 것이다.  며칠 전 배추 모종들을 옮겨 심은 곳이 여름동안 모밀(buckwheat)을 길러 흙 속에 다시 섞어 풋거름을 준 곳이다.  가을에 뿌리는 풋거름은 겨울동안 길러 초봄에 씨 뿌리기 한달 전쯤에 잘라 흙 속에 뒤섞어 준다.  섞어준 야채들이 거름으로 변환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풋거름의 좋은 점은 흙을 덮어주는 이유와 비슷한데 싱싱한 녹색 채소가 영양분과 미생물들이 좋아하는 자연 성분을 제공하고 겨울동안 비로 인해 흙이 단단해지는 것을 막아주며 풋거름의 뿌리가 흙 깊은 곳에 있는 영양분을 위로 올려주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흙에 아무 식물이 없으면 미생물도 줄어드는데 풋거름으로 인해 그것도 예방해준다고 한다.
여름용

대개 풋거름으로 선택되는 식물은 해당 계절에 맞고 짧은 시간에 왕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그 지역에 알맞는 풋거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화원에 가면 그 지역에 맞는 풋거름 씨들을 안내해 줄 것이다.  내가 사용했던 씨들도 이곳 northwest에 맞는 씨들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꼭 기억할 것은 풋거름 식물들은 성장력이 왕성한 식물들로 때로는 우리가 잡초라고 여기는 식물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씨가 맺혀 떨어질 때까지는 키우지 말아야 한다.




뒷 쪽은 자르기 전, 앞 쪽은 잘라 준 풋거름
흙과 뒤섞어 두면 모양이 점점 없어지면서 흙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