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5일 목요일

콩 심기

미세스 리에게서 배운 방법인데 마른 콩을 땅에 묻어두고 계속 물 주는 것보다 좀 편안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서 싹이 트는 놈들만 땅에 심으면 되기 때문이다. 굵은 씨들은 일단 이만큼만 해서 흙에 묻어주면 금방 싹이 올라온다.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연한 콩 싹을 달팽이가 아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 크면 먹지 않지만 잎사귀가 한 두개 올라올 때까지는 언제 싹뚝 잘라 먹을 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뿌리가 막 나올려고 하는 콩들을 모종 화분에 심어 본잎이 한 쌍 올라올 때까지 길렀다가 흙에 묻어 주는데 모종도 잘 보호하지 않으면 어느 새 달팽이가 와서 먹어 버린다.   달팽이 문제가 없는 지역이면 콩은 흙에 직접 묻는 것이 훨씬 좋다.  나는 주로 5월에 콩을 시작하는데 비가 많이 오고 달팽이가 설치는 때면 모종으로 키우지만 모종을 내다 심을 때 씨를 몇개 심기도 한다.  먼저 심은 콩을 먼저 수확하고 나중에 심은 콩은 조금 늦게 수확하면 되니까..

미세스 리 방법은 콩들을 마른 접시에 담고 페이퍼 타올을 여러 겹으로 접어 수분이 촉촉할 정도로 적신 후 덮어둔다.  종이가 마르면 물을 한 두 방울 떨어 뜨려주며 적당한수분을 유지해주다가 콩 껍질이 터지고 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모종 흙에 뿌리가 아래로 가도록 묻는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흙에 수분이 조금만 많으면 곰팡이에 약한 지 콩들이 잘 썩는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콩을 심기 전에 건강한 발아을 위한 가루에 굴렸다가 심기를 권장하는데 나는 무대보로 그냥 심기를 선택한다.    수분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면서 다양한 콩들의 습성을 자세히 이해하고 싶어서이다.


내가 키워 본 콩들

Kentucky Wonder - 적극 추천하고 싶다.  타고 올라가는 콩인데 손바닥 길이만한 콩들이 무더기로 달리기 때문에 수확량이 일단 많다.  그린 빈으로도 맛이 구수하며 깊은 맛이 있고 콩으로도 맛이 훌륭하다. 시애틀의 짧은 여름에도 잘 영그는 편이다.

















Scarlet Emperor - 한국 분들이 밤콩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타고 올라가는 콩이다.  빨간 꽃 색깔 때문에 허밍버드가 자주 와서 밥상에서 잘 내다보이는 곳에 해마다 심는다.  콩이 굵다 보니 잘 영글도록 키울려면 해가 잘 드는 곳에 심어야 한다.  해만 있으면 짧은 여름에도 그럭저럭 먹을만큼 영근다.  덜 영글면 깊은 맛은 부족하지만 껍질이 얇아 삻거나 요리할 때 빨리 익힐 수 있으니 덜 영글었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 것 같다.



Runner Bean 'Scarlet Emperor'


얼룩이 콩 - 이름을 몰라 그냥 그렇게 부른다.
몇년 전 아는 분이 콩알 5개가 들어 있는 콩깍지 1개를 주셨다.  내가 3개 키우고 미세스 리가 2개 키우면서 우리 식구가 된 콩인데  시애틀 날씨에 아주 적격인 콩인것 같다.  콩들이 빨리 열리고 빨리 영글기 때문이다.  마블 무늬도 하나 하나 달라 콩 깍지 여는 일이 아주 즐겁다. 색깔이 짙은 콩은 씨로 사용할 잘 영글은 콩들이고 오른쪽의 옅은 콩은 5-10분 정도면 익는다. 타고 올라가는 콩이며 수확량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