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6일 월요일

채소밭 일지 2012/ 봄(3월-6월)


4월 17일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겨울 난 야채들이 부쩍부쩍 자라고 하나씩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Mizuna, Collard green, Kale등의 꽃대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샐러드에 넣어도 예쁘고 살짝 익혀 먹어도 좋으며 그냥 먹기도 좋아 일부러 뽑지않고 한동안 꽃대들을 꺾어 먹는데 부드러운 부분을 최대한 길게 가운데 대를 뚝 꺾으면 잎이 나오는 부분마다 꽃대들이  또 올라와 그 놈들을 한동안 잘라먹고는 뿌리째 뽑아낸다.  잎들의 맛도 많이 변해서 단맛이 거의 없어지고 나름대로의 고유 향들이 강하게 나거나 쓴 맛이 더해지기도 해서 곧 뽑아 내더라도 아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뽑은 놈들은 모두 캄포스트에 넣으면 된다.  그리고 이 놈들 뽑아내어야 할 줄 알고 약 3주전에 모종으로 심었던 아이들이 이제 자리를 잡고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벌써 두번 잎들을 정리해서 비빔국수로 잘 먹었으니 야채 수확이 공백없이 잘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모레부터 일주일간 집을 비워야 하므로 내일은 꼭 열무씨를 뿌리고 가로 싶은데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 수요일까지 비가 올 챤스가 30% 미만이라 갔다와서 뿌리기로 했다. 나는 며칠 날씨가 맑으면 웃거름을 주거나 잡초를 뽑는 등 흙을 만지고 비가 올려고 하면 씨를 뿌려둔다.  싹이 틀 때까지 윗 흙을 계속 적셔주어야 하는데 비가 며칠 오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애틀에는 봄에 간간히 비가 오기 때문에 물 주는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앞 마당 꽃밭에 있는 다년생 화초들을 거의 뽑아내고 자리를 넉넉히 만들어 올 여름에는 허밍버드(hummingbird)들을 위해 큰 잔치를 벌여주기로 했다.  꽃집에 가니 허밍버드가 좋아하는 빨간 꽃들의 씨앗을 모아 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여름이 무척 기다려진다.  빨간 색 꽃으로 뒤덮인 앞마당이 될 것이다.  한마리도 아니고 한꺼번에 여러 마리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다니...
뒷마당 patio에 있는 술통에는 흐드레지게 해바라기를 키우고 싶어 키가 짧은 종류로 다양한 노란색의 해바라기들의 모종을 20개가 넘게 cold frame에 키우고 있다.  아직 바깥 기온이 낮은 것 같아서이다.  접시에 씨들을 담아 페이버 타올을 접어 그 위에 올리고 받아둔 빗물을 붓고 이틀 쯤 두었다가 뿌리가 나오기 시작할 때 모종 화분에 하나씩 심어 주었더니 잘 자라고 있다.  본 잎이 2쌍째 올라오면 술통 화분에 옮길 예정이다.

3월 27일
집 주변의 민들레들을 뽑아 샐러드에 넣었다.  큰 잎을 잘게 썰어 섞으면 식구들이 잘 모른다.  꽃대가 올라 올려고 잎 속 깊이 박혀 있는데 그 또한 샐러드에 섞으면 예쁘다.
Endive종류인 Radicchio의 바깥 마른 잎들을 뜯어 주다.  겨울 동안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잎을 말렸기에 그 놈들을 정리해주었다.  또한 새 잎들이 더 잘 올라오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비가 멈추면 겨울 야채들 주변에 캄포스트나 웃거름을 뿌릴 예정이다.  시애틀에는 겨울내내 비가 오기 때문에 영양 손실이 많았고 이제 봄을 맞아 클려고 할 때 거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돗나물도 70%는 뽑아내고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봄 여름 동안 뽑은 자리 다 채우고도 모자랄듯이 자랄 것이다.



3월 26일
봄 봄 봄이 왔어요!!!  소렐을 몇조각 잘라 물에 넣고 월계수 가지도 함께 넣었다. 봄 기운으로 뿌리를 팍팍 내리라고... 
요 며칠 햇빛이 반짝하는 기회를 이용해서 흙을 준비하고 지난 주말에 구입한 모종들을 심고 씨도 뿌렸다.  모종을 구입한 후 cold frame에 넣어두고 온실에서 나왔을 모종들의 야외 적응도 며칠간 시킨 셈이다.  모종을 심는 동시에 씨도 뿌렸다.  씨 뿌려 자라는 야채가 자라는 동안 모종으로 일찍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2주 쯤 후 모종의 뿌리가 자리를 잡으면 가운데 새 잎이 크기 시작할 것이며 그 때 부터 먼저 자란 잎들을 따 줄 것이다. 지금 겨울동안 자란 야채들을 아직 넉넉히 수확하고 있는데 얘들이 꽃대를 올릴 쯤이면 모종을 통해 수확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씨 뿌린 봄 야채들이 자라 더해질 것인데 이 때쯤이면 여름 야채 모종 심을 때가 될 것이다.

나는 겨울 야채를 덮어주지 않는다.  얼마나 추운 온도를 잘 견디는지도 보고 싶고 또한 보호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야채들이 맛도 더 있을 뿐더러 추위와 습도를 이기기 위해 버티면서 일어나는 내부의 적응력으로 인해 뭔가가 더 생겼을 것 같은 믿음 때문이다.  겨울 야채에 욕심을 내게 된 것은 나에게도 최근의 일이다.  생야채를 좀 더 먹을려는 노력을 하다보니 밭에 나가면 이것 저것 그냥 입에 넣게 되고 그러면서 야채 맛에 길들여지다보니 겨울 야채들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겨울에도 노지에서 자란 야채만 가지고도 샐러드를 얼마든지 해 먹을 수 있겠다는 사실도 이제야 새롭게 알게 되었다.  겨울 야채들의 맛은 다른 계절의 샐러드 맛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고 모든 향들이 부드럽다.  지금 꽃대가 올라와 있는 아루굴라의 경우에도 여름의 꽃대는 맵고 쓴 맛이 날 정도라 뽑아버리는데 지금의 꽃대는 매운 맛이 거의 없이 달다. 그래서 봄에 올라오는 꽃대들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잘게 썰어 샐러드에 섞어 먹는다.

작년 늦가을에 씨만 조금씩 뿌려놓고 11월 12월 두 달동안 집을 비우고 돌아와서도 밭을 내다보지 못한 것까지 합하면 약 3개월을 그냥 내버려 두었던 밭인데 3월 마지막 주인 오늘까지 맛있는 샐러드를 공급해주고 있는 야채들의 오늘 찍은 사진들이다.  배추는 꽃대가 올라와 며칠 전에 모두 뽑았다.  같은 야채들을 다가오는 여름 끝이나 초가을에 또 심을 것이다.
 
 


이번에 모종으로 심은 야채들은 
  • 모듬 상추
  • 이탈리안 파슬리(지금 모종으로 심으면 겨울이 올 때까지 수확한다)
  • 무지개 색 근대
  • Tatsoi (박쵸이처럼 생긴 얘도 새 식구)
  • collard green
  • Walla Walla Sweet onion
  • Persian Cress (water cresss는 물이 많은 곳에서 키워야 하는 반면 비슷한  맛을 가진 이 종류는 일반 흙에서 키우면 된다고 해서 키워보기로 했다)
  • 빨간 미주나 (빨간 잎은 처음 키워 본다)
  • Endive(Frisée)

  
오늘 씨 뿌린 야채들은
  • 상추 서너가지
  • 아욱
  • arugula
  • 대파
  • 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