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해서 가져온 음식들 |
나도 집에서 병조림을 하는데 주로 압력솥을 이용해서 야채 국물을 병조림 해 둔다. 양식 수프를 끓일 때마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는데 매번 만들기가 번거러워 수확한 야채가 풍성한 늦여름에 한꺼번에 병조림을 해두면 여름 빼고 일년내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맛 본 병조림된 야채가 너무 맛있어 내일 만들어야지라고 내심 기대에 차 있는 중 강사가 병조림하는 뚜껑에 코팅된 비닐에서 BPA가 나온다면서 음식이 뚜껑에 닿지 않도록 하란다. 특히 뜨거울 때 더 많이 배출이 된단다. 그럼 스팀하는 동안 위 1인치 공간에 있던 공기는 스팀하는 동안 밀려 나간다 하더라도 그 후에 뚜껑에 닿아 식으며 떨어지는 물들은 고스란히 내용물에 떨어지는데 어떻게 음식이 뚜껑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기가 찼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그 문제와 대응책들을 찾아보았다.
현재 병조림 할 수 있는 뚜껑으로는 제일 많이 사용되는 쇠뚜껑 외에 일회용이 아닌 플라스틱 뚜껑(Tattler Reusable Canning lids)이 있었고 그 외는 유럽에서 수입하는 유리 제품들이 있다.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쇠뚜껑에는 BPA의 문제가, Tattler 플라스틱 뚜껑에는 formaldehyde의 우려가 있는데 각 회사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BPA는 워낙 소량이라 별 문제가 안된다 하고 플라스틱 뚜껑은 온도가 아주 높아야 formaldehyde가 배출 된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곳에 두 제품을 비교한 자료들이 잘 나와있다. 그렇지만 찝찝하다. 물론 일반 통조림에 비하면 뚜껑만 문제 되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지만...
가게에서 간혹씩 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에서 들어온 뚜껑까지 유리로 된 병들이 이제보니 병조림 병들이었다. 수입품들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뚜껑까지 유리로 된 병들을 사용해왔음에도 미국에서는 아직도 그런 제품을 만들어 보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실망럽다. 작년 중고가게에서 뚜껑까지 유리로 되어있고 뚜껑을 몸체에 붙이기 위해 클립들을 사용한 독특한 병이 보이길래 가격이 중고병 치고 아주 비싼 편인데도 불구하고 샀는데 이제 보니 독일에서 1900년부터 병조림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Weck 이라는 제품으로 유럽에서는 많이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병과 뚜껑이 따로 되어 있어 뚜껑이 깨어지더라도 그것만 다시 사면 되기 때문에 가장 실용적인 디자인 같다. 더우기 병 모양들이 다양하고 뚜껑까지 유리다보니 음식을 담아주면 정말 사랑스러울 것 같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가정들이 이미 병들을 넉넉히 구비해 놓은 상태라 새 병들을 또 구입하기보다는 실용적인 뚜껑만 사기를 간절히 원할 것이다(나처럼).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 놈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머리좋은 한국인 누군가가 유해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는, 거듭 사용할 수 있는, 또한 현재 병에 맞는 2 싸이즈의 뚜껑만 개발하면 엄청 팔린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미국의 젋은 가정들이 닭을 키우고 텃밭도 가꾸고 엄마가 가정을 지키고 음식을 손수하는 가정 생활을 많이 선택하고 있어서 그런 가정에서 병조림들을 많이 하고 있다. 나 만의 특별한 소스나 chutney, 잼,야채 절임 같은 것은 시중에서 살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달에 한번 참가하는 backyardbarter 모임에서도 모두 홈메이드한 제품들을 물물교환 하는데 병조림한 것들이 제일 많다. 시애틀 지역에 사는 분들 중 홈메이드를 좋아하고 만드시는 분이 있으시면 이런 모임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