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nd Cherry라고 작은 방울 토마토처럼 생긴 노란색 과일인데 맛 보신 적 있나요?
10년도 더 전 Mount Vernon 근처에 새로 오픈한 농작물 가게를 발견하고 들렀다가 처음 맛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만 해도 모종 구하기가 힘들었지만 최근 몇년동안 모종 구하기가 쉬워졌다. 보통 5월쯤 되야 모종들이 나오며 씨로 키우기도 아주 쉽다. 키워보니 토마티요(tomatillo)와 비슷하게 자랐다. 덩치가 크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며 각 열매들이 바깥 껍질 속에서 자라는 점들이 토마티요와 같지만 맛은 완연히 다르다. 그라운드 체리 맛은 그냥 달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 가져가니 모두들 처음 본다고 신기해하다가 몇 번 맛보면 좋아하게 되고 그라운드 체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주변 친구들도 당연히 좋아하고... 그래서 해마다 키웠는데 한 해에는 두 개를 심었다가 내가 질려버렸다. 열매가 익으면 땅에 떨어지기 때문데 땅에서 줏는데 매일 줏는 일이 번거로왔다. 그 때는 마침 허리가 아플 때라 줏는 자세가 허리에 아주 힘들었다. 떨어진 걸 그냥 두면 금방 곰팡이 생기고, 잔뜩 따가 집에 들여놔도 오래 보관할 수 없고 나눠주는 것도 매일 할 수 없고..등등의 이유로 한동안 심지 않았는데 아직도 해마다 싹들이 여기 저기서 올라온다. 올 봄에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싹 틔운 아이가 하나 있었다.
여름 야채 모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cold frame 앞에 얼마되지 않은 흙에 뿌리만 내린게 아니라 꽃까지 달고서 당당히 홀로 서 있는 이 ground cherry를 볼 때마다 기특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했다. 이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한계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좀 도와주면 이 아이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환경을 바꿔 보기로 했다.
먼저 떡잎 아래쪽 대에 흙을 붙여주면 새 뿌리들이 나올 것 같아 자그마한 화분 아래쪽에 구멍을 크게 뚫고 흙을 담아 물을 잘 챙겨 주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자라기 시작했다. 성장을 돕기위해 현재 달려있는 꽃들은 다 제거했다.
덩치가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새 뿌리들이 난 것 같아 흙을 살살 뒤져보니 하얀 뿌리들이 보인다. 다음에는 이 곳에 둔 체로 화분을 더 키울까 아니면 뽑아 옮길까 고민하다가 공간의 한계를 계속 갖고 있기 보다는 큰 화분으로 뽑아 옮기기로 했다. 새 뿌리들이 충분해서 가운데 뿌리를 뽑아도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제 옮기기 전의 모습이다.
ground cherry의 뿌리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큰 화분을 준비했다. 오래동안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테라코타 화분이 있는데 이번에 한번은 사용해야 줘야 할 것 같았다. 화분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특히나 테라코타 화분에 물을 매일 줘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3가지 방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첫째는 플라스틱 통에 담아 이중 벽을 해 줌으로써 수분 증발을 줄여 주는 것이고 두번째는 흙을 담을 때에 뒷마당의 거름없는 마른 진흙을 중간에 한켠 넣어 물이 내려가는 속도를 조금 줄이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심은 후 흙 위를 두둑히 덮어주는 것이다. 고추를 비슷한 방법으로 화분에 심었더니 얼마 전 역사적인 heat wave중에도 3, 4일에 한번씩 줄만큼 수분을 잘 유지했다.
그리고 덩치가 크고 열매도 많이 맺어야 하는 이 아이를 위해 지렁이들을 추가했다. 테라코타 화분을 플라스틱 화분에 넣기 전에 반쯤 거름이 되어가는 잎과 가지들을 빡빡히 넣고 그 위에 화분을 올렸다. 그리고 화분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같은 잎들을 아래쪽에 두둑히 넣고 컴포스트 통에서 지렁이들을 젖은 퇴비와 함께 조금 이주 시키고 먹이로 야채 과일 껍질들도 함께 넣었다. 그래서 지렁이들이 이 구멍을 통해 위, 아래를 오가며 이번 여름내내 좁긴 하지만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똥도 보태달라는 욕심을 내 보았다. 지렁이 얘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 칭찬을 하자면 지렁이는 흙(거름?)으로 돌아가야 하는 다양한 물질들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데 살아 있는 식물은 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퇴비 통 속에서 발아하는 씨들이 종종 발견되지만 어두운 곳에서도 건강하다. 내가 뽑아서 던져두면 그 때서야 지렁이의 음식이 된다. 살아 있는 식물들을 감지하고 해하지 않는 지렁이의 분별력을 처음 깨달았을 때 크게 감동되었다.
다시 화분 흙으로 돌아가서 지렁이와 퇴비 위에 진흙을 한켠 깔고 그 위에 퇴비통에서 덜 분해 된 큰 부스럭지나 덩어리들을 또 한켠 깔고 나니 이제 화분 흙으로 나머지를 채울 준비가 되었다. 이렇게 분해가 덜 된 덩어리들을 넣는 아이디어는 hugelkultur 농법에서 얻어 왔다. 이 정도의 덩어리로는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그래도 흙의 온도 유지, 수분 유지, 공기에 조금이라고 도움이 되라고 시도해 보는 것이다.
화분 흙으로는 시중에서 구입한 화분 흙에다 텃밭의 흙과 집에서 만든 퇴비를 고루 섞어 준비했으며 화분에 넣기 전에 물로 적당히 적신 후 나머지 빈 공간을 채우고 드디어 이 아이를 뽑아 올려 이사 시켰다. 작은 화분을 잘라보니 싱싱한 새 뿌리들이 꽉 차 있었고 가운데 뿌리는 시멘트의 골을 따라 옆으로 뻗다가 위에 새 뿌리들이 나서 그런지 말라 있었다.
마지막으로 흙 위를 두둑히 덮어주고 이제는 한 때 힘들었던 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것이다.
옮긴 지 3일 되었네.
마지막 얘기:
식물 자체는 잘 자라고 꽃도 많이 피었는데 어릴 때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옮긴 트라우마 때문인지 열매를 전혀 맺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