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 한 잔을 만들어 텃밭을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몇 주 동안에는 슈거 스냅이 항상 먼저 방문하는 야채였다. 매일 똥똥한 놈들을 하나 하나 만져보고 주머니에 한 개씩 넣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그렇게 매일 따 줘야 작은 아이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곰팡이가 앉은 잎이 눈에 들어 왔다. 야채 키우기를 시작하고 오랫동안 그게 병인 줄 알았는데 오이에게서도 매년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함께 세월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내 나름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슈거 스냅들이 맛있는 열매들을 왕성하게 키워 내고 그 역할을 다 하고 나면 자연적으로 그 마지막 과정에 빨리 분해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곰팡이가 자리 잡는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이유들은 나의 해석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그 시간을 단축시키는 아주 효율적인 자연의 이치로 보인다. 이 때에는 그 어떤 훌륭한 거름도, 약도(사용해 보진 않았지만) 그 과정을 돌릴 수가 없다.
이맘쯤 되면 열매의 자람도 느려지고 울퉁 불퉁 못 생긴 모습도 보일 뿐 아니라 힘이 부대껴 2-3주 전의 열매 크기 만큼 키워내지를 못한다. 따라서 크기가 작아도 열매의 성숙함이 느껴지면 따는 데 이제는 작을 수 밖에 없고 울퉁 불퉁 제 모양을 갖추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 슈거 스냅들을 입에 넣을 때 감사함이 훨씬 진하다. 달다, 덜 달다를 따질 수 없는, 그 모습 그대로에 지난 몇 주 동안의 수고를 그냥 감사하게 된다.
지난 3월에 처음으로 슈거 스냅 모종을 Pcc에서 하나 구입했었다. 콩 종류들은 모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슈거 스냅의 씨들을 땅에 묻었었는데 올 해 모종 경험이 아주 좋았다. Pcc에 모종을 조달하는 Rents Due라는 농장의 씨 선택이 좋은 것 같다. 매년 구입하는 브락콜리, Dinosaur 케일, 무지개 근대, Leek, 토마토 등등 모종들이 건강하고 수확량이 왕성하다. 올해 슈거 스냅도 품종이 좋아 수확량도 많고 크기도 내가 심은 것보다 컸다.
모종을 듬성듬성 심으면서 씨도 함께 묻어 먼저 심은 스냅이 느려지면 뒤따라 수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두 종류를 다른 속도로 키우니 더 재미가 있었다. 거기에다 슈거 스냅이 끝나면 가지를 정리하지 않고 콩을 키워 보기로 하고 몇 주 전에 시작했다. 슈거 스냅이 끝날 쯤이면 콩도 타고 올라 갈 곳이 필요할 때가 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