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름 볕이 약하나마 떠나지 않고 있을 때 어린 싹을 좀 더 키워 가을 겨울을 맞게 하고 싶었다. 가을동안 천천히 자라다가 날씨가 추워지고 거기다 비까지 내리면 채소들은 낮은 온도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할 뿐 아니라 축축함 속에서 여러가지 곰팡이나 질병들과도 싸워야하기 때문에 고달프리라. 그래서 너무 어려도 견디기 힘들겠지만 너무 자라면 더 추위를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가을에는 거름을 봄보다 적게 준다.
이종할 때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옮겨야 새 장소에서 적응을 빨리하고 자라는데 지장이 없다. 만약 옮겨 심는 동안 흙이 부서러져 뿌리를 건드리면 잘 심어놓아도 뿌리가 적응하는 동안에는 아예 자라지 않고 가만히 있다. 그래서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조심해서 이종했다. 일반적으로 배추는 까다롭지 않아 이종에 잘 적응하는 편이다. 이번처럼 9 월 중순에 씨 뿌리고 10월에 이종하면 좀 늦은 감은 있는데 한가지 좋은 점은 흰나비가 더 이상 날아다니지 않아 여린 잎에 알을 깔 염려가 적다는 점이다. 그리고 올해는 가을 비가 늦게 시작되어 민달팽이의 공격도 적은 편이다.
이종을 시작하기 전에 뿌리까지 젖도록 모종에 물을 충분히 준 후 좁은 모종 삽(이종 삽)으로 하나 또는 하나씩 쪼개지 못할 경우에는 두개 내지는 3개의 덩어리를 파서 옮기는데 옮길 곳에다 물 뿌리개를 갖다 두고 하나씩 심자 마자 물을 조금씩 주고 다 심은 후에는 전체에 물을 준다. 하나씩 쪼개기가 힘들 때에는 두개나 세개를 일단 그룹으로 함께 옮겨 심었다가 새 장소에서 적응한 후 잎에 힘이 생기고 자라기 시작할 때 그 중에서 약한 놈들을 뽑아내면 된다. 만약 모종 수가 넉넉하지 않으면 이 때 조심해서 삽으로 약한 놈들을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퍼서 다시 이종해줘도 된다. 그러니까 처음 이종할 때 하나씩 나눌려고 세 개 모두의 뿌리를 심하게 건드리기 보다 한 덩어리로 새 장소로 옮겨 자리 잡게 한 후 그 중 2개를 다시 안전하게 옮기는게 경험에서 얻은 나의 요령이다.
옮길 곳에 성장한 포기 배추를 상상하며 적어도 30cm의 간격을 두고 심을 자리를 표시한다. 이 자리는 큰 놈들을 심을 자리다. 씨가 빨리 발아하고 크게 자란 모종이 앞으로도 까탈부리지 않고 왕성하게 잘 자랄 놈들이라 가장 오래, 가장 크게 키울 자리에 심고 그 사이 사이 중간에는 남은 여유 분의 작은 모종들을 심는데 이 놈들은 어느 정도 자라 배추잎들이 서로 닿을려고 할 때 뽑을 놈들이다. 그렇게 공간을 만들어줘야 나머지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깥 쪽에 달팽이 몫으로 어린 여유 분들을 심어 주는 것도 잊지 말도록!
뿌리의 제일 아래쪽에 삽을 넣어 잘 보존된 상태로 파 낸다.
준비된 구멍에 삽과 함께 넣되 모종의 흙 높이와 주변 흙 높이가 비슷한 깊이로 넣는다. 아직 모종은 삽 위에 올려져 있어야 한다.
삽으로 받힌 상태에서 모종삽의 반대쪽(사진에서 오른쪽) 빈 공간을 먼저 흙으로 메운다.
삽으로 그대로 받힌 상태에서 삽 뒤쪽의 빈 공간을 흙으로 메운다.
삽 앞 뒤로 공간이 다 메워져 삽을 뽑아도 모종이 움직이지 않을 상태에서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모종 주변의 흙을 누른 상태에서 삽을 빼낸다.
한 손으로 잎을 붙들고 방금 심은 모종 주변에 물을 뿌린다
이 방법으로 모종을 옮기면 뿌리가 그대로 흙에 묻혀 있기 때문에 해가 뜨거울 때 옮겨도 이종후 충격이 별로 없다. 내가 제시한 이 방법은 내가 사용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각자의 손에 맞는 방법으로 하면 되겠는데 중요한 것은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고대로 옮기는 것이다. 흙 바뀜에도 적응해야 하는데 뿌리가 제 위치를 잃었다가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러는 동안 자라지도 못하는 체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간다.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나이를 먹는다는 말은 채소는 날 수가 차면 다 자랐다고 성장이 멈추는데 예를 들어 이종하고 적응하는데 1주일이 걸렸다면 일주일 분의 성장을 빼앗긴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