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7일 화요일

나에게 여행이란

나와 남편의 현재 사는 모습은 남에게 보여 줄 거리는 없는데 우리는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고 산다.  어떻게 이 나이에, 이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살게 되었는가 되돌아보면 여행들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떠났던 나나 보냈던 남편이나 여행들을 통해 많이 달라졌던 것 같다.

병원 통역 일을 하면서 많은 한국분들을 만났는데 가끔씩 기다리는 시간에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여행 얘기가 나오면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걸 알게 되면 데려가 달라는 여자분들도 많았고 어떤 남자분은 다음 여행에 자기 부인을 꼭 좀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   

내가 여행을 결정할 때에는 그 때마다의 목적이 달랐다.  음식을 배우기 위해 가기도 하고, 문화나 사람들이 궁금해서 가기도 하고, 편안함에 빠져 있는 나 자신을 건져내기 위해 가기도 하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부딪혀 알고 싶은 대상이 있어서 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가이드로 가기도 하는 등 매번 출발하는 이유들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내 자리에 돌아오면 그만큼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도착 직 후 느낀다기보다는 살면서 소소한 선택들 속에 배어있는 변화를 느꼈다.  나 자신뿐 아니라 남편도 느꼈는지 나의 여행을 적극적으로 서포트했다.  그러면서 함께 변화해 온 것 같다. 

여행 하겠다고 길을 나서면 온통 새로움 뿐이다. 다양한 환경에 부딪히며 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는 중에 나의 호기심은 늘 사람에게 있었고 사람들과 엮길 기회를 항상 기대하면서 다녔다.  사람들을 통해 만나는 삶의 다양함에는 늘 배울 점들이 있고, 깊이 공감되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슴이 뜨거워지며 오래 오래 그 분들을 붙들고 싶었다.  나의 원함이 그런 기회들을 끌어왔는지 그 많은, 소중한 만남들은 오로지 나 만의 경험으로서 나 자신의 일부가 되었고 새롭게 다가오는 미지의 하루 하루 속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낀다.    

나에게 여행이란 낯선 대상을 편안한 대상으로 바꾸는 그 과정이다.  두려움이 항상 동반되는 낯섦에서 출발했다가 어느 정도 알게 되면 대상에 대한 내 맘이 편안해 짐을 거듭 경험했다.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장소일 수도 있으며 물건이나 문화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대상이냐는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 과정을 겪는 동안 편안함 속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들을 또한 만나게 된다.   편안해서 매달리고 싶고, 싫어서 피하고 싶고, 좋아서 더 하고 싶고, 거북해서 빨리 피하고 싶은 다양한 대상들에 대한 내 감정들을 경험했다.  지금도 그 여행들을 머리에 떠 올리자면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한 기억은 삼삼하지만 감정들은 그 때 그대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에게 여행은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올 때까지의 모든 새로움들을 경험하는 것이다. 

여행을 결정하고 나면 코스를 정하고 비행기 좌석 예약을 끝낸 후 준비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한달 전부터 가이드 북을 꼼꼼이 읽고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많은 정보없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 곳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다니는 편이 더 좋다.   사람들에게 의존하면 그 곳 사람들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데 한번은 딸과 바르셀로나를 가면서 내가 제안했다.   비행기만 타고 가서 모든 정보를 사람들에게 의존해서 바르셀로나를 경험해보자고...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묻기 시작했는데  딸은 지금도 그 때 만났던 사람들 얘길 꺼내고 함께 웃는다 .    부엌에 있는 냉동실의 일부를 비우고 남편이 먹을 음식으로 채우기 시작한다.  도시락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1인분씩 통통이 담아 여러 가지 음식들로 꽉 채운 후 내 짐을 준비한다.   직장 다니며 챙김을 받다가 혼자 챙겨야 하는 변화가 불편할텐데도 남편은 나에게 이런 기회를 선물하는 기쁨으로 싱글벙글이다.   

3년전인 2018년 늦가을에 뭔가 낯선 것에 부딪히고 싶은 욕망이 절실해서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베를린 여행을 결정했다.  가는 김에 북쪽으로는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산다고 하는 코펜하겐을, 남쪽으로는 독일 외곽을 거쳐 맥주가 그렇게들 맛있다고 하는 Czech Republic의 프라하를 추가했다.  이 여행을 결정한 이유로는 베를린을 통해 근대 역사를 현장에서 돌아보고 현재 베를린 젊은이들의 창작 열기를 보고 싶은 호기심외에도 58세에 혼자 떠나는 배낭 여행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떻게 경험하게 될 지가 더 궁금했고 이 나이의 나를 대하는 세상을 만나고 싶었으며 스마트 폰없이 테블릿 하나로 여행이 아직 가능한 지도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런 스타일의 여행으로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몇가지 원칙도 세웠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되도록이면 해보자. ---세 도시에서 한번씩 couch surfing을 하되 누구를 막론하고 나를 받아주는 첫 집으로 무조건 간다 등등.    그 후에 터진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이젠 진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 여행에서 이 원칙들이 정말 값진 경험들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여행이 마무리 될 쯤에는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을 것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느낌과 함께  이제는 내 삶을 만들어가는 나 자신과 좀 더 깊은 관계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어만 귀소 본능을 가진 게 아니라 나에게도 있는 것 같다.  세상을 돌고 돌아 돌아온 내자리가 이제는 내가 있을 곳이라는 생각이 가슴에서부터 올라왔다. 그 나이가 되었나보다.

요즘에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족들을 위해 만들었던 음식들을 가끔씩 다시 만들어 본다.  그 때 맛있게 먹었던 그 음식들을 다시 만나며 그동안 변해온 나를 새삼 느낀다.  또한 기회를 만들어 로컬을 벗어난 Day trip같은 여행도 하지만 매일의 일상 자체가 이제는 여행처럼 느껴진다.  산책중에 헬로우하며 지나치는 사람들의 미소들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장을 볼 때나 중고 가게에서 만나는 친절함, 새로운 것들을 느끼는 반가움등등이 집을 떠나 여행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음식과 잠자리, 샤워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는 여행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대하고 두려움으로 맘이 불편할 때면 처음이라 그런 줄을 알아차리고 그 또한 익숙함으로 바뀌리라는 것을 익혀 배워왔기에 그 두려움을 옆으로 살짝 비켜 놓고 새로움을 향해 그냥 뚜벅뚜벅 가려한다.   


2021년 12월 6일 월요일

환갑이 된 실내 화초

 

지금 서른 둘인 딸이 어렸을 때 알라스카로 이사 가시는 분의 며느리를 통해 이 화초를 어쩔 수 없이 받아 오게 되었다.  그 때 벌써 시어머님이 몇 십년 키웠다고 들었고 내가 27-8년 데리고 있었으니 환갑이 거의 되었거나 넘었을 수도 있겠다.  사실 나는 실내 화초에 애정과 관심이 별로 없다.  문만 나서면 식물들이 많은 지라 굳이 집 안에 까지 들여와 신경 쓰며 키울 정도의 식물에 대한 애정은 타고 난 것 같지 않다.  특히 겨울에 난방을 나무 때는 스토브에 거의 의지하기 때문에 불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기온 차이로 식물들이 힘들어 할 줄 알기 때문에 실내 화초 키우기는 미리 포기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 긴 세월동안 화분과 흙을 한번도 갈아주지 않았고 거름도 준 적이 없고 물 주는 것도 잊고 살다가 어쩌다 한번씩 주는 데 미안한 마음에 한달에 한번은 챙겨 주자고 물 주는 날짜를 써서 화분에 달아 놓았건만 그 조차 들여다보기를 잊고 있다가 생각 나서 보면 1달 반이 후딱 지나갔고... 거기다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나무 때는 스토브와 가까이 있으며 잎들이 겨우 내다 보는 창은 북향이다.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 다닐 때 내가 일을 너무 하고 싶어 남편을 졸라 아이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학교 근처에 아파트를 구해 2년간 양쪽 집 생활을 했는데 난 일주일에 한번씩 컴포스트만 챙겨오고 집에서 생활 하지 않아 가을부터 봄까지 히터가 없는 냉골에서 물도 없이 버틴 화초이다.  잎들이 누렇게 마르면서 하나씩 떨어지고 끝에서는 또  새 잎들이 나고 하면서 긴 목을 가지게 되었다.  

몇 해 전부터는 찐득한 액체를 뿜어 내기 시작했다.  그 마저도 그냥 두었더니 화초 옆 유리들은 뿌엿게 코팅이 되었고 카페트와 가구들까지 끈적끈적한 물질로 뒤덥혔다.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어 잎들을 닦아주기 시작했는데 닦으면서 보니 잎에 뭔가가 덕지덕지 붙어 식물의 진을 빨아먹고 있는 듯 했다.  자세히 보니 움직이는 벌레는 아니고 잎의 중심 줄기를 중심으로 줄기를 따라 줄줄이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영양이나 물을 도둑질하는 존재들이 분명했다.  그 놈들도 어린 것부터 어른까지 모습이 다양한데 처음 자리 잡는 모습은 아주 얇은 종이같아 그 존재가 잘 보이지 않다가 점점 갈색이 돌면서 확실하게 그 존재를 드러낸다.  크기와 두께들도 달라 그 놈들의 연륜도 보였다.   그 때서야 왜 끈적한 물질을 쏘아댔는지 이해할 듯 했다.  미안한 마음으로 잎들을 하나하나 닦는데 자가 면역 질환이란 용어가 머리에 떠 올랐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생기니 나름 방어 대책으로 끈적한 물질을 뿜어댔는데 그것 때문에 잎들이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위에 딱딱한 막이 생긴 것이었다.  그 방어 대책이 침략자들은 막지 못하고 그대로 두면 자신이 병들게 된 셈이다.  

그 애절함을 닦아주면서 앞으로는 내가 잘 보살펴주겠다고 약속에 약속을 화초에게 하고 일주일 내내 빠진 곳이 없는 지 보살폈다.  처음으로 캄포스트도 흙위에 한켠 뿌려 주었다.  며칠있다 보니 캄포스트에 섞여 들어온 씨들이 싹을 틔웠는데 또 며칠 후 보니 모두 말라 죽었다.  그 아이들 살리자고 안 주던 물을 자주 줄 수도 없는 노릇.  노장은 지금까지 익숙한 방식으로 앞으로도 계속 돌볼 것이다.  단 더 이상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도록 자주 들여다 봐 주면서 잎도 자주 닦아주고...

이런 care 없는 care 속에서 버티어 온 이 화초는 이제 내가 존경하는 식구이다.  가끔 다른 분들이 가지에 뿌리를 내려 길이를 짧게 해주라고 제안하는데 나는 이 아이의 60년(?)  투쟁 역사를  그대로 두고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함께 있고 싶다.  긴 목은 문제되지 않는다.  사진에는 램프에 기대고 있는 것 같지만 아니다.  긴 목은 단단하고 힘이 있어 혼자 서 있는데 아무 도움이 필요치 않다.  

이 노장은 나에게 식물의 적응력과 살아내는 힘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었고 지금도 건장하다.  어쩌면 나 또한 그걸 알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2021년 12월 5일 일요일

Indefinitely Reusable 병조림 뚜껑

 병조림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다양한 제품들을 찾아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오래 전부터 내 호기심을 끈 것은 Tattler 이라는 브랜드로 나오는 플라스틱 뚜껑이었다.  계속 재사용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데 플라스틱이라 굳이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쇠뚜껑도 속에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몇번 쓰고 망가져서 버리는 쇠뚜껑보다는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해보질 않았다. 

일부러 가지는 않지만 지나 다니는 길이면 중고 가게를 종종 들르는데 어제도 2가지를 만났다.  하나가 이 Tattler 뚜껑인데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통이 99센트에 나와 있어 꼭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한번 사용해 볼 때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에 가져왔는데 플라스틱이 꽤 단단하다.  

Wecks의 유리 뚜껑처럼 고무로 된 링과 함께 들어있고 잠글 때에는 일반 병조림 뚜껑의 링으로 잠그라고 되어있다.  박스에 쓰여진 내용을 열거하자면 -무한정으로 재사용할 수 있고 -병조림할 때 압력과 물에 모두 사용할 수 있고  -FDA와 USDA가 검증한 제질이고  - 설겆이 기계에서 씻어도 된다고 되어 있으며  1976년부터 판매해 왔다고 한다.  나는 생선이나 특정 국물을 압력으로 병조림 하는데 그 높은 온도를 이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뚜껑이 견뎌낸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꼭 한번 사용해보려 한다.  

오늘 이 얘기는 이 제품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미국에 오랫동안 이런 용도로 존재해 왔다는 내용을 나누고 싶어서이다.  



2021년 12월 4일 토요일

Thermal Cooker 음식 자체 열로 조리하는 솥

 벌써 10년 가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중고 가게에서 처음으로 이 스타일의 조리 도구를 보았는데 안에 솥이 있고 바깥 통이 있는데 전기 꽂는 곳이 없어 의아했다.  그래서 사지 않고 집엘 왔는데 그 궁금증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구글해보니 Thermal cooker라고 불리는데 안솥에다 음식 재료들을 넣고 5분정도 끓인 후 바깥 통에 여러 시간 넣어두면 음식 자체의 열이 음식을 익힌다고 되어 있었다.  실험 삼아 음식을 해 보고 싶어서 중고 가게로 돌아가 사 가지고 와서 이것 저것 요리를 해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그 속에서 음식이 익었다.  

며칠 후 친구들이 왔다가 새 물건을 보고 궁금해 해서 설명했더니 칠순 중반인 베트남 친구가 이런 것이 자기는 꼭 필요하다면서 달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새 것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안솥 전체가 3중으로 되어 있는 zojirushi에서 나온 1 갤런 사이즈를 구입했다.  그런데 내가 구입하고 얼마 안 있어 더 이상 이 제품을 팔지 않아 그 때 친구가 가져가 준 걸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3중 냄비가 드물고 대부분 바닥만 두껍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다양하게 사용해 왔다.  한번은 오레곤 주에 있는 친구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싱글이고 음식을 잘 해 먹질 않아 내가 준비할테니 걱정말라 해 놓고는 아침에 출발할 때 두 개를 준비해서 떠났다.  하나는 타이 스타일의 야채 카레를 준비했고 다른 하나에는 국적없는 음식을 준비했는데 7시간 후 도착했을 때 음식들이 따끈하게 준비되어 있어 저녁으로 충분했다.  또 한번은 추운 날씨에 친구와 그린 레이크를 걸으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점심 식사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과 빵을 야외에서 먹고 있자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미소의 눈길을 보냈다.  봄에 캠핑 갔을 때에는 아래쪽에는 걸쭉한 국을, 윗칸에는 밥을 끓여 넣어 출발했더니 캠프장에 저녁에 도착해서 3월의 춥고 캄캄한 밤에 따뜻한 식사도 하고 남은 국의 양이 많아 3일동안 먹었다.  그렇게 먹고도 남은 밥과 국은 3일 째 밤에 동물들이 와서 부엌을 뒤집어 놓으며 깨끗하게 청소해 주었다.   

평소에 야채 국물을 종종 여기에 끓이는데 이것 저것 넣고 통에 넣어 두면 아무 소리없이, 전기에 꽂지 않아도 맛이 푹 우러나서 사용할 때마다 기특하다.  오늘도 아침에 장거리로 볼일 보러 나가면서 국을 끓여 넣어 놓고 출발했다가 오후에 돌아오니 따끈한 국이 준비되어 있어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늦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했다. 남은 국은 다시 끓여 따끈하게 데운 병조림 병에 담고 쇠뚜껑으로 닫아 두면 국이 식으면서 탱~ 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하게 밀봉되는데 그 상태로 냉장고에 오래 보관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한 병씩 나누기도 편리하다. 


다른 Thermal Cooker에 사용되는 그릇들을 중고 가게에서 또한 찾았다.  낮은 왼쪽 냄비는 뚜껑까지 내 것에 꼭 맞아 2가지 다른 음식을 할 때 사용한다.  아래에는 국종류, 윗칸에는 밥을 하니 참으로 편리했다.  물론 압력 솥이나 스토브에 직접 하는 밥에 비할 맛은 아니지만 그런 밥을 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익은 밥이면 충분했다.  내가 갖고 있는 Thermal Cooker들의 용기들은 모두 induction 스토브에도 사용할 수 있어서 신속하게 끓일 수 있는 점이 아주 좋고  음식 양이 적을 때에는 작은 냄비를 사용하면 씻기가 쉽다. 



2021년 11월 30일 화요일

정년 퇴임하다

 난생 처음으로 정년 퇴임이라는 경험을 10월 중순에 하게 되었다.  58세로 작년에 이미 퇴임한 남편 곁에서 쥐꼬리만한 수입이라도 내가 벌고 있다는 사실이 매달 감사했고 파트 타임으로 하는 병원 통역 일을 너무나도 즐겼기 때문에 오히려 이 일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가 걱정될 정도로 일도 즐기고 돈도 벌면서 내 자신의 생활도 다 할 수 있다는 충족감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다가 10월 중순, 사회의 많은 변화 속에서 일을 그만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한 달 모자라는 61세에 돈 버는 일을 그만 두었다.  언젠가부터 이런 외부 조건의 흐름에 맞춰 내려야만 하는 결정들은 매번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그 변화들에 의해 내가 지금까지 성장해 왔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단 선택하고 삶에 맡겨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좀 남아 온라인이나 전화 통역 할 계획은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사흘 놀면서 보니 삶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터에 가야 하는 시간 챙김이 없어지고 나니 무한한 여유가 가슴 속에 좍 깔리면서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소소하지 않고 손이 하는 모든 일들이 섬세하게 느껴지며, 과정들이 더 잘 보이고, 배움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삶과 내가 함께 있음을 처음으로 깊이 느끼게 되었다.  감사함이 더 크게 느껴지고 우선 순위도 달라졌다.  큰 선물을 받은 것이다.  인생 마지막 장의 첫 출발에 이 선물의 존재를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  

통역 에이젼시들에게서 계속 이멜들이 오지만 이제는 한 치의 미련이 없다.  지금까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렇게 살아왔고 이제는 다르게 살 때가 되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나에게 다가 올 하루 하루를 서두름없이 삶과의 좋은 관계로 채우고 싶다는 바램 뿐이다. 😄

Comments: 

퇴임- 눈에 확 들어오는 소식이군요. 보람된 삶을 살아오신 분 같아요. 퇴임을 이렇게 설레고 희망적으로 쓰시다니요!  

저희도 남편이 내년 여름이면 은퇴를 합니다. 제가 은퇴 당사자는 아니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왔다갔다하는 요즈음이예요.

omicron covid.. 더 강력한 변종이 온대륙을 뚫었다는 뉴스에 종일 답답하다가 문득 숲에서 6일을 지내다 오셨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와 정말로 놀랐답니다. 👏🏻 👏🏻👏🏻 
저도 부산 출신이고요, 군데군데 반가워하며 글을 읽는 중입니다. 힐링이라고 하죠? 쓰신 글들이 저한테 그러네요. ㅎㅎ
고맙고 좋습니다. 다시한번 퇴임을 축하드리고, 하루하루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에서 정혜숙


2021년 11월 28일 일요일

11월 말 채소들

 날씨가 더워질 때에도 그렇지만 기온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전체적으로 점점 기온이 낮아지고 있다.  이틀 후면 12월인데 야채들을 보면 아직 그다지 추운 것 같지 않다.  

나는 겨울 동안 흙들을 비워두지 않고 되도록이면 뭔가를 심어서 흙 속의 미생물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계속 활동 하도록 하고 그 뿌리들로 인해 흙이 단단해지는 것을 예방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흙 위를 낙엽이나 wood chip으로 덮어 주었다.  





마늘은 2주전에 심어 낙엽으로 덮었고







오이와 토마토가 끝난 자리에는 watermelon 무와 시금치 씨들을 뿌렸는데 아직 어리다.  이번 겨울 동안의 변화와 봄에 어느 정도까지 커 줄 지 지켜볼 참이다.  여름 끝에 고수 씨들을 오이 옆에 묻었더니 꽃이 한창이다. 




씨가 영글었는지는 모르지만 shiso와 깻잎 꽃대들을 올 여름에 자란 자리 주변에 흩어 뿌리고 낙옆과 가지들로 덮었다. 겨우내 비로 인해 흙이 단단해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봄이 되면 탄소를 흙에 보태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씨들이 싹을 틔우면 나도 깻잎 모종을 준비하는데 그러면 왜 따로 모종을 준비하는가? 잎들이 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억센 잎들은 국이나 찌개에, 부드러운 잎들은 쌈이나 샐러드에 좋으니까.



Leek 씨를 한봉투 다 뿌렸더니 미세스 리와 나누고도 넉넉하다. 딸기 심었던 자리에 심었는데  가을에 굵게 자라지 못한 Leek들은 봄에  굵어진다.



달팽이가 좋아해서 삶이 고달픈 horseradish  








일전에 바람이 세게 불던 날 케일이 넘어져서 뿌리가 뽑혔는데 그 위에 흙만 조금 덮어 주었더니 누워 자란다. 

토마토 사이사이에 심었던 양파들이 제대로 자라질 못해서 그대로 두었더니 2개로 나뉘어졌는데 봄이 되면 둘 다 굵어진다.






미세스리께서 모종을 솎으면서 주신 배추들이 잘 자라고 있다.  겨울동안 얼지않도록 보호해줄 수 있으면 지금은 질긴 이 배추들이 초봄에는 질기지도 않고 아주 맛있다고 하심.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밤에는 floating cover를 덮어줄 계획이다.

올 봄 Skagit Valley 냉이밭에서 냉이 3개를 뿌리채 가져와 여기 저기 심었는데 꽃들이 얼마나 많이 피는지 무서워 다 정리하고 하나만 남겨 두었다.  냉이와 Miner's Lettuce들이 뒤섞여 있다.  밭에 냉이가 왜 그렇게 빡빡하게들 자라는 지 이제 알 것 같다.  해마다 초봄이 되면 냉이를 맛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멀리 가지 않아도 되겠다.



방아들

Monster 박쵸이가 요 근처에 해마다 한 개씩 자란다.  달팽이는 제일 바깥잎들 먹고 중간부터는 내 몫

떨어진 씨들을 그냥 두고 크면 수확하는 갓들.  초봄에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 쑥쑥 자라는데 그 때가 갓김치 할 때.

불쌍하게 생긴 대들의 뿌리가 바로 sunchoke.  요즘 조금씩 맛 보고 있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맛이 더 좋아지며 미리 수확해서 보관하면 썪기 쉬운데 땅 속에 그대로 둔 채 필요할 때마다 캐면 늘 싱싱하다.  겨울에 땅이 얼어도 얘들은 멀쩡하다.  그리고 수확과 동시에 벌레 먹고 상처난 뿌리나 너무 작아 씻는 공이 아까운 뿌리들을 반뼘 정도 깊이에 묻어주고 대들은 뚝뚝 잘라 흙 속이나 위에 두면 내년 이맘 때까지 아무 할 일이 없고 여름에 물도 주지 않아도 된다.  난 해마다 그렇게만 심는데도 수확 때가 되면 넉넉하다.  흙에 묻는 모든 자연 성분들은 좋은 거름이 되며 내 경험으로는 그 정도면 늘 충분했다.   
 

부추는 겨울에는 땅 속에만 있기 때문에 빈자리를 그냥 두느니 고수씨들을 뿌렸다.  한 미국 친구가 늦가을 밭을 보고 싶다고 왔다가 이런 추위에 싱싱한 고수들을 보고 놀라던데 야채들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추위를 잘 버텨낸다.  일반적으로 추울 때 자라는 야채들은 천천히 자라면서 잎들이 좀 더 두텁고 좀 더 질기긴 하지만 맛은 훨씬 더 깊고 달다.  나는 겨울에도 야채들을 덮지 않는다.  누가 누가 더 잘 견뎌내는 지 보기 위해서...   이렇게 겨울 난 야채들의 씨를 내년에 받으면 그 씨들은 이미 우리집 환경을 여러 세대 경험한 기록을 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Sorrel들



사랑스러운 민들레!!  이 이탈리안 민들레를 올 해 처음으로 키우게 되었는데 내년에 많이 불어날 식구들을 기대하고 있다.  이 민들레는 한 여름에도 쓴 맛이 부드러워 비빔밥에 잘게 썰어 몇 번 넣다 보니 없으면 너무 서운해서 꼭 챙기게 된다. 일년 내내 한결같은 맛과 질감을 가진데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민들레 혈통이다.






봄에 브락콜리 모종을 심으면 여름부터 곁에 계속 새싹들이 올라온다.  뿌리째 옮겨 심으면 이 아이들이 자라 겨울을 엄마보다 더 잘 버티고 내년 3월에 새 모종을 심을 때까지 있어서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다.  겨울에는 꽃대의 크기가 작더라도 잎을 함께 수확하고 삶을 때 꽃대는 금방 익지만 잎들은 좀 더 오래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씨 종자의 차이도 있겠는데 나는 해마다 Pcc에서 Rents Due 농장에서 오는 모종을 구입한다. 

누룽지 Roasted Rice Patty

 

겨울이 올려고.

가을을 시애틀의 가을답게.

어제도 오늘도 비가 내린다.


가마솥에 눌은 누룽지로 끓인 숭늉은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꽉 박혀 있어 그 구수함은 지금도 늘 함께 하고 싶은 특별한 음식이다.   지금 돌아보면 부산 시내 한복판에서 어떻게 나무 장작을 때고 큰 무쇠 솥에 밥을 해 먹는 호사를 누렸을까. 그 시절에는 그런 삶이 복잡한 동네 속에서도 가능했었구나를 새삼 깨닫게 된다.  

내 기억 속의 누룽지는 무쇠 솥만이 만들 수 있는 그런 고소함을 갖고 있는데 무쇠 후라이팬도, 사기 코팅된 무쇠 팬도, 압력 솥도 사용해 보았지만 온도 조절이 제대로 안되서인지 그 맛을 만들지 못하다가 우연히 가벼운 크레이프 팬(Crepe; 한글 사전에 크레이프라도 번역 되어있어서)에서 가까운 맛을 찾았다.   

Non stick 코팅이 안되어 있는 carbon steel 팬이라야 한다.  carbon steel 팬은 무쇠와 같은 쇠이지만 쇠의 밀도가 더 높다고 해야 하나? 더 단단해서 가벼우면서 매끈하고 음식이 덜 달라붙는다.   물기가 있으면 녹 스는 점은 같으니 사용후 기름기는 종이 타올로 그냥 닦기만 하면 되고 물기가 있으면 팬을 데워 바싹 말린 후 보관해야 한다.  가끔씩 중고 가게에 녹슨 팬들이 나오는데 나도 그런 팬들을 2개 구입해서 녹을 닦아내고 seasoning해서 사용하고 있다.

압력 솥에 밥을 할 때 압력을 반만 사용해서 찐득하지 않게 밥을 한 후 크레이프 팬에서 굽는데 불 조절이 중요한 것 같다.  중간보다 한 칸 약하게 하다가 그 보다 반 칸을 더 줄여보니 눌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노르스름한 색이 강하고 살짝 탄 부분이 여기 저기 박히니 그 냄새가 난다. 내가 그리워하던..   탄 부분은 나중에 칼로 긁어 내면 된다. 나는 그냥 먹지만.

밥을 예열된 팬에 너무 얇지 않게 물에 적신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담고 가장자리도 정리한 후 굽기 시작하는데 가장 자리의 색깔이 노르스름해지면서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면 뒤집기로 조금 들어 아래쪽 색깔을 확인하고 맘에 들면 뒤집는다.  아래쪽 전면이 팬에 닿도록 숟가락으로 전체를 눌러준다.   뒤집은 쪽이 굽히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나는 물에 삶았을 때 부드러운 누룽지를 좋아해서 가운데 흰 밥이 좀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누룽지는 물에 넣고 잠깐만 끓이면 먹을 수 있다.  팬에 탄 부분들이 있어도 그대로 두고 새 밥을 넣어 만들고 다 끝난 후에도 누룽지 전용 팬이라 적당히 긁어내고 보관한다. 

식으면 냉동실의 냄새가 배이지 않도록 밀폐 용기에 넣어 냉동 보관한다. 지난 번 캠핑갈 때 좀 가져 갔는데 현미 가래떡만 넣고 함께 끓였더니 걸쭉하고 구수한 훌륭한 아침 식사가 되었다. 


2021년 11월 24일 수요일

Spaetzle 스팻쯜

3년 전 프라하에서 머무는 동안 처음 3일은 couch surfing 했던 총각의 부모님 집에서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었고 그 후에는 유스호스텔에서 저녁은 만들어 먹었지만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찾아 다니던 중 시내 한복판에서 Country Life라는 채식 부페 식당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다.    싱싱한 야채들을 위주로 한 샐러드바도 깔끔하고 3가지 정도 따뜻한 음식들도 매일 다르고 서너가지 디저트들도 매일 다르게 나오는데 디저트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건강식 디저트들이라 하루에 한번씩 들르면서 디저트는 꼭 챙겼다.  원하는 만큼의 음식을 담으면 무게로 계산하는데 가격도 적당하고 먹는 실내도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정겹고 테이블과 의자들이 모두 수제품들이라  하나하나가 달랐다.  관광객들에게 밀려 다니는 복잡한 시내 한복판의 오아시스처럼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이 곳은 자체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야채들을 길러 조달한다는 내용을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지금도 그 식당만 생각하면 감사의 따뜻함이 가슴에 느껴진다.  

그 곳에서 이 음식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 이것이 뭐냐고 물어 보았더니 스펫즐이라고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을 왜 물어보느냐는 식의 말투로 대답이 돌아왔었고 난 집에 가면 꼭 만들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쪽에서는 익숙한 음식인 것 같았다.   밀가루 음식들은 뭐든 좋아하는 편이지만 스팻쯜의 자유로운 모양들이 너무 정겹고 시금치와 함께 살짝 크리미하게 만들어져 완전 나의 comfort food 스타일 이었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독일에서 시작된 조금 다른 형식의 파스타였다.  일반적으로 재료는 계란, 밀가루, 소금.  이태리 파스타와 달리 반죽이 흐르도록 만들어 스팻쯜 만드는 도구에 넣고 끓는 물 위에서 내려 익힌 후 건져서 준비된 소스 팬에 넣고 함께 살짝 끓이며 뒤적인 후 큰 접시에 펴서 담고 치즈를 위에 뿌린다.  이 방법은 다양한 방법중 한가지인데 유튜브에 많이 올라와 있다. 
요즘 시애틀에는 버섯 시즌이라 이 때에만 잠시 나오는 샨트렐 버섯을 넣어 만들고 싶었다.  약간의 버터와 올리브 오일, 후추, 마늘, shallot, 젓갈 멸치, 소금이면 될 것 같았다.  이 재료들로 한 팬에 소스를 준비하고 파스타에는 계란과 물을 반반 섞어 조금 보드라우면서 쫀득한 질감으로 만들었다.  접시에 담은 후 Pecorino Romano와 Parmesan을 이탈리안 파슬리와 함께 조금 뿌렸다.  
파스타를 넉넉하게 만들어 일부는 냉동시켰다.  야채만으로 허전한 국물 요리가 있으면 여기저기 넣어볼려고....









Country Life의 가구들











2021년 11월 20일 토요일

산책중 만난 나무 이끼와 버섯들


 

늦가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오늘의 숲에는 활엽수 잎들은 거의 다 땅에 내려와 있고 대부분의 버섯들도 끝난 줄 알았는데 몇몇이 새로 자라기 시작하는 모습들을 발견했다.  오늘은 특히 나무들을  덮고 있는 이끼들이 동글동글 뭉쳐져 있는 모습들도 사진으로 담아왔다.  

며칠 전에 딴 버섯의 정체를 알아보니 버섯 시즌의 마지막에 자란다고 해서  'Late Fall Oyster'이라고 불리는데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몇개 끓여 맛도 보았다.  더 먹고 싶은 맛은 아니고 옅은 맛에 질감은 오독오독 씹히는 질감과 함께 국물을 약간 걸죽하게 만들었다.  맛까지 경험하니 기억이 오래 갈 것 같다.

최근의 많은 비로 시냇물이 철철 흘러내리고 연어들도 요즘 올라오고 있으며 촉촉한 수분을 머금은 낙엽들을 밟으며 걷다보면 구비 구비 돌 때마다 다른 향들이 코에 닿는다.  다양한 새 소리들까지 모두 사진에 담지 못함이 안타깝지만 각자의 기억속 경험들을 일깨워 잠시나마 숲을 다녀오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숲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몰랐었는데 올 봄에는 숲에서 음식도 만들어 먹고, 잠도 자고, 그냥 거기에 있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절실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3월 초에 6박으로 난생 처음 솔로 캠핑을 다녀왔다.   Orcas Island에 있는 Moran State Park를 선택했다.  3월 첫 주라 아직 날씨가 너무 춥긴 하지만 사람 없는 무시무시한 스테이트 파크의 짙고 긴 어둠속에도 있어 보고 싶고  새로 구입한 캠핑 스토브(Twig Stove; 나무 꼬챙이들을 연료로 사용)도 질리도록 가지고 놀고 싶었다.  나흘 째 되던 날 남편이  통고없이 와서  하룻밤 보내고 다음날 떠났는데 도착하고는 빈 캠프장에 자기가 왔다는 쪽지를 남겨 두고 그 큰 섬에서 날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co-op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고 계산할려고 줄 서 있는데 안면있는 사람이 성큼 들어와 깜짝 놀랐다.  날 금방 찾은 것이었다.  연애 시절 이후로 이런 서프라이즈는 처음이었다.  아무튼 함께 저녁 모닥불을 활활 태우고 있자니 혼자 있었음과 함께 있음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Twig Stove에다 밥을 뜸들임까지 성공적으로 지어내고 나 자신에게 수료증까지 주고 여행을 마무리 했다.  



다시 오늘의 산책으로 돌아와서....


























Good night,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