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가격이 저렴하다. 가격표 그대로 주면 물건에 비해 그다지 싸다고 할 수 없지만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중고가게들은 주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가격표의 색깔을 하나 선택해서 반값 세일을 하고 그 색깔의 물건이 월요일이면 99센트처럼 정해진 가격으로 세일을 한다. Value Village 경우에는 카렌다를 $2.99에 판매하는데 뒤에 보면 매달 사용할 수 있는 큐폰들이 있다. 현재 1월의 큐폰은 $25어치 사면 $10 깍아주고 $50어치 사면 $25을 깍아주는데 나는 풀어서 사용할 스웨터들을 $50어치 이상 사고 큐폰을 사용했다. 그리고 가끔씩 가게의 모든 물건들을 반값 세일하는 날들도 있다. 그럴 때에는 하루쯤 전에 가서 미리 살 만한 물건이 있는지 답사해보는 것도 좋다. 중고를 사는 것은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은 그냥 손에 쥐어진 것이 아니라 번 것이기 때문에 자중하여 사용하는 것은 돈을 버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다.
둘째, 재활용의 뿌듯함이 있다. 어떤 분들은 남이 입던 옷을 못 입는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는다. 나나 형제나 친구와 같은 사람들이 입고 사용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깨끗이 씻고 닦는 것이 귀찮다면 귀찮은 일이지만 그만큼의 노동으로 나의 필요를 재활용품으로 채운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이 지구에 남길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48세인 내가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기저귀 뗄 때까지 천 기저귀를 사용했는데 나를 키운 엄마의 노고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 자식 일곱을 건강히 키워낸 엄마의 수고에 비하면 더운 물 줄줄 나오는 집에서 세탁기와 드라어까지 사용하는 나의 수고함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이 일회용 기저귀를 꺼리낌없이 마구 남용하는 걸 보면 그 많은 기저귀를 처리해야하는 일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쓰레기 통에 버리면 공기처럼 사라진다고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의 일거일동뿐 아니라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까지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버리는 것이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면 절대 없어지지 않고 어딘가에 쌓이고 쌓여 자연의 밸런스를 파괴하고 그 댓가는 결국 인류에게로 돌아오게 될 것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현대의 물건 재료들은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들이 아주 많다. 상상해 보라. 일생을 통해 내가 지구상에 없어지지않고 남을 물질들을 얼마나 남기고 가게 되는지. 거기다 곱하기 가족 수를 해보고 또한 곱하기 인류수를 해보라.
셋째, 중고 가게 물건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는 것은 보물찾기같은 즐거움이 있다. 백화점에서 새 물건 샀을 때보다 더 큰 만족감이 있다.
넷째, 중고 가게들은 일반 직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직장을 제공하거나 취업 훈련을 시킨다. 누군가가 물건들을 사 줘야 그런 일을 계속 해 나갈 수가 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아는 사람에게만 주지말고 중고 가게에 갖다 주는 것이 이런 사업을 돕는 것이다.
이번 겨울에 갑자기 대바늘 뜨게질의 충동이 생겼다. 실을 한땀 한땀 엮어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일을 갑자기 하고 싶어진 것이다. 자라면서 언니들의 어깨 너머로 배울 때에는 빨리 끝내버리려는 마음이 가득했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한땀 한땀의 움직임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일전에 millcreek의 Main Street Yarn 가게에 들렀었다. 그냥 실들이 보고 싶어서. 그런데 아주 맘에 드는 슬리퍼를 보게 되었다. 패턴도 팔고 패턴에서 권하는 실들도 모두 있어서 큰 맘먹고 새 일거리를 보담았다.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미국 뜨게질 패턴 보는 법을 배워야지하는 각오가 섰기 때문이다. 패턴을 보다가 혹 어려움이 생길까 우려되어 핸드폰으로 샘플 사진들을 여러장 찍었다. 잘 만들게 되면 시어머님께 선물로 보낼 예정이었다.
시어머니는 22년전 가난하던 시절에 내가 싸구려 실로 만들어 드린 스웨터를 아직도 잘 관리하시고 입고 계시는 분이시다.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하시면서. 시어머니의 이층 통나무 집에는 사다가 걸어두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 누군가가 손으로 만든 것들만 장식으로 거시는데 그만큼 수공에 대한 존중심이 있으시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Wool로 만들어 따뜻한 슬리퍼를 제대로 사용하실 시어머니를 상상하니 움직이는 손이 더 가볍다.
그렇게 해서 첫 작품은 패턴에서 권하는 새 실을 사용해서 끝내고 felting까지 해서 말리고 있는데 이제부턴 중고가게에서 스웨터들을 사다가 풀어 사용할 예정이다. 한 개 사다 풀어보니 할 만해서 다시 사러 갔다가 6개를 더 샀다. 실 재활용하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배웠기에 나도 함께 나누고 싶은데 내가 참고로 한 곳은 http://www.az.com/~andrade/knit/thrifty.html 이다.
먼저 살 때 주의할 점들은
- 꿰멘 곳이 오바로그 되어 있으면 사지 말것. 매 줄마다 실이 끊어졌다는 얘기니까. 아래 사진처럼 연결되어 있으면 OK.
- 실의 성분을 잘 확인하고 살 것. 아크릴이 옷에 많이 사용되는데 아크릴 실은 아주 싸기 때문에 옷을 풀어 사용할만한 가치가 없다. 나는 100% wool 또는wool에 silk같은 천연 섬유가 섞인 것만 원한다. 중고 가게에 Ireland, scotland, England에서 손으로 만든 울 스웨터들도 있을 뿐 아니라 남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수제품들도 있다.
- 같은 wool이라도 촉감들이 다르다. 얼굴이나 부드러운 피부에 대어보고 촉감을 확인한 후에 선택하라.
- 많이 입어 낡았거나 씻은 옷은 피하라.
- 앙고라와 모헤어는 풀기가 쉽지않다.
실 재활용법
- 앞판, 뒷판, 목, 소매들의 연결된 부분들을 풀어 따로 떼어낸다
- 앞판, 뒷판, 소매들은 주로 밑에서부터 짜니까 어깨부터 풀면 되는데 안풀리면 반대쪽에서 풀어볼 것.
- 풀면서 의자같은 곳에다 길게 감아 타래를 만든다.
- 타래를 다른 실로 서너군데 묶어 위치를 고정시킨다 (아래 사진 참고)
- 뜨거운 물에 아이보리 물비누나 샴푸를 조금 넣고 두시간 정도 담가둔 후 찬물에 비비지 않고 조심조심 헹군다. 뜨거운 물은 꼬불꼬불한 실을 적당히 풀어준다.
- 다 헹군 후에는 물을 살살 짜내고 욕조에다 플라스틱 옷걸이에 걸어서 물을 빼고 말린다.
- 다 말린 후에는 감아서 실로 사용한다.
새로 구입한 스웨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