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9일 금요일

오이 꽃 본 적 있나요?

 올 봄 우리집 오이들은 돌아 가시기 일보 직전이었다.  미세스 리가 가슴에 품고 싹 틔워 수돗물 한번 주지 않고 키워 준 아이들이라 나도 나름대로 정성껏 돌보았는데 땅에 묻기 며칠 전 부터 잎들이 처지고 맥이 없더니 땅에 묻고 나서도 한참동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새 자리에 적응도 못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와중에 역사적 Heat Wave가 한동안 계속 되니 그 땡볕을 견뎌야 하는 오이들 모습이 참으로 불쌍했다.  오죽하면 친구가 올 해 오이는 자기 집에서 갖다 먹어야겠다는 코멘트까지 했는데...

덩치들이 너무 작아 마디마다 올라오는 꽃과 열매를 계속 따 주었다.  자라는 속도가 모두 달라 어떤 오이는 5마디까지, 더 작은 오이들은 7, 8마디까지 체격이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따 주면서 뜨거운 열기로 부터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 흙 위를 넉넉히 덮어 주었다.  자리 잡지 못한 뿌리를 감안해 적당한 양의 물을 한동안 매일 주고 기다렸더니  이제는 건강을 많이 회복하고 오이들도 많이 맺혔다.   힘들게 건강을 되찾은 녀석들이 기특해서 수시로 놀러 간다.  

오늘 아침 활짝 핀 꽃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오이 꽃들을 그 전엔 제대로 본 적이 한번도 없었음을 깨닫고 나에게 물었다.  미선씨, 오이 꽃 (제대로) 본 적 있나요?






설겆이 비누 만들다

 


내가 설겆이 비누로 사용하는 Ecover과 인연을 맺은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Manna Mills라고 건강 식품점이면서 곡식을 직접 갈아 팔던 곳으로 가끔씩 들렀던  가게이다.  어느 날 설겆이 비누 선반 앞에서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던 중 손님으로 오신 어느 미국 할머니께서 선뜻 이 비누를 추천해 주셨다.  손이 건조해지지 않는다면서...

한동안 사용하고 나서 할머니와 공감하게 되었고 나도 어디서든 비누 얘기가 나오면 Ecover를 추천해 왔다.  그런데 내가 언젠가는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Dr. Bronner 브랜드의 Sal Suds를 미리 사 두었다.  

마침 비누가 거의 다 떨어져 드디어 DIY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과정이 너무 쉽고 간단할 뿐 아니라 완성품은 시중의 제품들처럼 살짝 걸쭉하고 기름진 접시 닦는 테스트도 훌륭하게 패스했다.  

인터넷에 다양한 레시피들이 나와 있는데 일단 기본으로 시작해서 경과를 봐 가며  조절하기로 했다.  

계량 단위가 표시된 컵에 물 반컵, 흰식초 반컵을 먼저 섞은 후 Sal Suds 반컵을 추가하고 섞으니 그냥 물과 같은 액체가 되었다.  거기에 작은 티스푼으로 소금을 조금 추가하니 걸쭉해지기 시작했다.  저어 가면서 원하는 걸쭉함이 될 때까지 소금을 넣어주니 완성되었다.  총 1 티스푼 정도 들어 간 것 같다.  추가로 레몬그래스 essential oil도 넣고 빵 구울 때 사용하는 레몬 Extract도 넣어 보았지만 Sal Suds 고유의 향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이번에는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다음에는 물에 Rose water이나 Orange Blossom water 등을 섞어도 보고 essential oil 대신 베트남 가게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 향료들도 한번에 한 가지씩 사용해 볼 참이다.   

 


2021년 7월 8일 목요일

슈거 스냅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 한 잔을 만들어 텃밭을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몇 주 동안에는 슈거 스냅이 항상 먼저 방문하는 야채였다.  매일 똥똥한 놈들을 하나 하나 만져보고 주머니에 한 개씩 넣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그렇게 매일 따 줘야 작은 아이들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곰팡이가 앉은 잎이 눈에 들어 왔다. 야채 키우기를 시작하고 오랫동안 그게 병인 줄 알았는데 오이에게서도 매년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함께 세월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내 나름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슈거 스냅들이 맛있는 열매들을 왕성하게 키워 내고 그 역할을 다 하고 나면 자연적으로 그 마지막 과정에 빨리 분해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곰팡이가 자리 잡는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이유들은 나의 해석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그 시간을 단축시키는 아주 효율적인 자연의 이치로 보인다.  이 때에는 그 어떤 훌륭한 거름도, 약도(사용해 보진 않았지만)  그 과정을 돌릴 수가 없다.  

이맘쯤 되면 열매의 자람도 느려지고 울퉁 불퉁 못 생긴 모습도 보일 뿐 아니라 힘이 부대껴 2-3주 전의 열매 크기 만큼 키워내지를 못한다.  따라서 크기가 작아도 열매의 성숙함이 느껴지면 따는 데 이제는 작을 수 밖에 없고 울퉁 불퉁 제 모양을 갖추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 슈거 스냅들을 입에 넣을 때 감사함이 훨씬 진하다.  달다, 덜 달다를 따질 수 없는, 그 모습 그대로에 지난 몇 주 동안의 수고를 그냥 감사하게 된다. 

지난 3월에 처음으로 슈거 스냅 모종을 Pcc에서 하나 구입했었다.  콩 종류들은 모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슈거 스냅의 씨들을 땅에 묻었었는데 올 해 모종 경험이 아주 좋았다.  Pcc에 모종을 조달하는 Rents Due라는 농장의 씨 선택이 좋은 것 같다.  매년 구입하는 브락콜리,  Dinosaur 케일, 무지개 근대, Leek, 토마토 등등 모종들이 건강하고 수확량이 왕성하다.  올해 슈거 스냅도 품종이 좋아 수확량도 많고 크기도 내가 심은 것보다 컸다.  

모종을 듬성듬성 심으면서 씨도 함께 묻어 먼저 심은 스냅이 느려지면 뒤따라 수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두 종류를 다른 속도로 키우니 더 재미가 있었다. 거기에다 슈거 스냅이 끝나면 가지를 정리하지 않고 콩을 키워 보기로 하고 몇 주 전에 시작했다. 슈거 스냅이 끝날 쯤이면 콩도 타고 올라 갈 곳이 필요할 때가 될 것이기에...



2021년 7월 6일 화요일

A ground cherry

 


Ground Cherry라고 작은 방울 토마토처럼 생긴 노란색 과일인데 맛 보신 적 있나요? 
10년도 더 전  Mount Vernon 근처에 새로 오픈한 농작물 가게를 발견하고 들렀다가 처음 맛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만 해도 모종 구하기가 힘들었지만 최근 몇년동안 모종 구하기가 쉬워졌다.  보통 5월쯤 되야 모종들이 나오며 씨로 키우기도 아주 쉽다.  키워보니 토마티요(tomatillo)와 비슷하게 자랐다.  덩치가 크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며 각 열매들이  바깥 껍질 속에서 자라는 점들이 토마티요와 같지만 맛은 완연히 다르다.  그라운드 체리 맛은 그냥 달다. 내가 일하는 병원에 가져가니 모두들 처음 본다고 신기해하다가 몇 번 맛보면 좋아하게 되고 그라운드 체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주변 친구들도 당연히 좋아하고...  그래서 해마다 키웠는데 한 해에는 두 개를 심었다가 내가 질려버렸다.  열매가 익으면 땅에 떨어지기 때문데  땅에서 줏는데 매일 줏는 일이 번거로왔다. 그 때는 마침 허리가 아플 때라 줏는 자세가 허리에 아주 힘들었다.  떨어진 걸 그냥 두면 금방 곰팡이 생기고, 잔뜩 따가 집에 들여놔도 오래 보관할 수 없고 나눠주는 것도 매일 할 수 없고..등등의 이유로 한동안 심지 않았는데 아직도 해마다 싹들이 여기 저기서 올라온다.   올 봄에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싹 틔운 아이가 하나 있었다.

여름 야채 모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cold frame 앞에 얼마되지 않은 흙에 뿌리만 내린게 아니라 꽃까지 달고서 당당히 홀로 서 있는 이 ground cherry를 볼 때마다 기특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했다. 이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한계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좀 도와주면 이 아이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환경을 바꿔 보기로 했다.

먼저 떡잎 아래쪽 대에 흙을 붙여주면 새 뿌리들이 나올 것 같아 자그마한 화분 아래쪽에 구멍을 크게 뚫고 흙을 담아 물을 잘 챙겨 주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자라기 시작했다.  성장을 돕기위해 현재 달려있는 꽃들은 다 제거했다. 


덩치가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새 뿌리들이 난 것 같아 흙을 살살 뒤져보니 하얀 뿌리들이 보인다.  다음에는 이 곳에 둔 체로 화분을 더 키울까 아니면 뽑아 옮길까 고민하다가 공간의 한계를 계속 갖고 있기 보다는 큰 화분으로 뽑아 옮기기로 했다.   새 뿌리들이 충분해서 가운데 뿌리를 뽑아도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제 옮기기 전의 모습이다.  


ground cherry의 뿌리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큰 화분을 준비했다.  오래동안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테라코타 화분이 있는데 이번에 한번은 사용해야 줘야 할 것 같았다.  화분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특히나 테라코타 화분에 물을 매일 줘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3가지 방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첫째는 플라스틱 통에 담아 이중 벽을 해 줌으로써 수분 증발을 줄여 주는 것이고 두번째는 흙을 담을 때에 뒷마당의 거름없는 마른 진흙을 중간에 한켠 넣어 물이 내려가는 속도를 조금 줄이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심은 후 흙 위를 두둑히 덮어주는 것이다. 고추를 비슷한 방법으로 화분에 심었더니 얼마 전 역사적인 heat wave중에도 3, 4일에 한번씩 줄만큼 수분을 잘 유지했다. 
그리고 덩치가 크고 열매도 많이 맺어야 하는 이 아이를 위해 지렁이들을 추가했다. 테라코타 화분을 플라스틱 화분에 넣기 전에 반쯤 거름이 되어가는 잎과 가지들을 빡빡히 넣고 그 위에 화분을 올렸다.  그리고 화분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같은 잎들을 아래쪽에 두둑히 넣고 컴포스트 통에서 지렁이들을 젖은 퇴비와 함께 조금 이주 시키고 먹이로 야채 과일 껍질들도 함께 넣었다.  그래서 지렁이들이 이 구멍을 통해 위, 아래를 오가며 이번 여름내내 좁긴 하지만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똥도 보태달라는 욕심을 내 보았다.  지렁이 얘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 칭찬을 하자면 지렁이는 흙(거름?)으로 돌아가야 하는 다양한 물질들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데 살아 있는 식물은 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퇴비 통 속에서 발아하는 씨들이 종종 발견되지만 어두운 곳에서도 건강하다.  내가 뽑아서 던져두면 그 때서야 지렁이의 음식이 된다.  살아 있는 식물들을 감지하고  해하지 않는 지렁이의 분별력을 처음 깨달았을 때 크게 감동되었다.   
다시 화분 흙으로 돌아가서 지렁이와 퇴비 위에 진흙을 한켠 깔고 그 위에 퇴비통에서 덜 분해 된 큰 부스럭지나 덩어리들을 또 한켠 깔고 나니 이제 화분 흙으로 나머지를 채울 준비가 되었다.  이렇게 분해가 덜 된 덩어리들을 넣는 아이디어는  hugelkultur 농법에서 얻어 왔다.  이 정도의 덩어리로는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그래도 흙의 온도 유지, 수분 유지, 공기에 조금이라고 도움이 되라고 시도해 보는 것이다.   
화분 흙으로는 시중에서 구입한 화분 흙에다 텃밭의 흙과 집에서 만든 퇴비를 고루 섞어 준비했으며 화분에 넣기 전에 물로 적당히 적신 후 나머지 빈 공간을 채우고 드디어 이 아이를 뽑아 올려 이사 시켰다.  작은 화분을 잘라보니 싱싱한 새 뿌리들이 꽉 차 있었고 가운데 뿌리는 시멘트의 골을 따라 옆으로 뻗다가 위에 새 뿌리들이 나서 그런지 말라 있었다.
마지막으로 흙 위를 두둑히 덮어주고 이제는 한 때 힘들었던 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것이다.



오늘은 7월 9일
옮긴 지 3일 되었네.



마지막 얘기:
식물 자체는 잘 자라고 꽃도 많이 피었는데 어릴 때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옮긴 트라우마 때문인지 열매를 전혀 맺지 못했다. 

씨가 맺히지 않는 시금치

 요즘 시금치의 씨들이 한참 잘 영글고 있다.  그런데 시금치에 씨가 맺히기도 하고 안 맺히기도 한다는 것을 미세스 리에게서 배웠다.  두 가지의 모양새 부터가 다르다.  씨 맺히는 시금치는 대를 따라 곳곳에 송글송글 많지 않은 덩어리들을 달고 있는 반면 씨가 되지 않는 시금치는 가지의 맨 끝에 긴 꽃송이들이 달려 있고 씨가 달릴 것 처럼 대에도 뭔가가 달려 있지만 결국 먼지같은 가루만 남는다.  그래서 절반 정도를 뽑았다.  옆에 두지 않아도 씨가 영그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시금치 한 그루에서 씨가 엄청 많이 나온다.  대들이 누렇게 늙으면 뿌리째 뽑아 잎들이 바싹바싹 마를 때까지 두었다가 씨들을 걷는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잘 영글은 씨들을 아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해마다 8월말이나 9월 초에 시금치 씨를 뿌린다.

씨가 맺히지 않는 시금치 모습

씨가 맺히는 시금치 



오늘은 Poppy들이 아름답다

 진붉은 오리엔탈 양귀비들이 화려한 공연을 마치고 가 버리고 나니 아쉬워서 남은 아이들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다.  같은 꽃잎의 색깔이라도 술의 모습들이 달라 하나하나의 개성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