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9일 수요일

된장 후기

며칠 전에 메주를 떴다.  메주 뜬다는 표현을 미세리에게서 배웠는데 소금물에 담구어 두었던 메주덩어리와 간장을 분리하는 작업이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당연히 미세스 리께서 시범을 보여 주셔서 끝냈는데 이제 내 집에도 된장과 간장이 든 장독대가 생겨 아주 뿌듯하다. 

지난 겨울은 메주로 시작하여 된장만드는 법을 배우느라 머리 속에 온통 된장 생각으로 가득했던 겨울이었는데 앞으로 매년 겨울마다 하다못해 메주 2덩이라도 만들어 아슬한 기억을 붙들고 새로운 것을 추가해가며 된장을 아주 잘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잊기 전에 과정을 정리해 두어야겠다.

11월에 시작해서 총 22lb 정도의 콩으로 세차례에 걸쳐 메주를 만들었다.  콩은 미네소타주에서 키운 유기농 햇콩을 샀는데 콩나물 콩이라 알들은 작지만 일단 햇콩이니까 그냥 사용해보기로 했다.  콩을 깨끗히 씻은 후 하룻밤 불리고 슬로우 쿠커에다 14시간 정도 high에서 익혔다.  그릇의 절반까지만 콩을 넣고 물은 콩 들이 거의 잠길 정도로 붓는데 콩을 반보다 더 넣으면 나중에 걸쭉해진 달달한 국물이 모두 넘쳐버리기 때문이다(물론 경험에서 얻은 요령).  콩 색이 진한 밤색으로 변하고 콩을 만졌을 때 쉽게 뭉글어지면 다 삶아진 것인데 주걱으로 여러번 뒤적여 남은 물이 모두 콩에 붙어 그릇 밑바닥에 없어질 때까지 졸였다.  물이 있으면 메주 만들때에도 너무 물컹하고 말릴 때 그만큼 더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큰 통에다 뜨거운 콩들을 붓고 바닥이 편편한 컵으로 꾹꾹 눌러 으깬 뒤 메주 모양을 만들었다.  나는 메주들을 자그마하게 만들었었는데 다음부터는 크게 만들 셈이다.  그래야 딱딱하게 말라있어 잘 띄워지지 않는 바깥 껍질을 줄이고 잘 띄워질 속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메주 모양 만들 때 덧붙인 부분은 말릴 때 도로 떨어지니 덧붙일 부분을 잘 섞어 새로 메주를 만들어야 한다.  만들어진 메주는 기온이 낮은 바깥에 두고 방향을 돌려가며 전체 껍질이 약간 꾸덕해지도록 하루 밤낮을 내 놓은 후 실내로 들여오는데..

군불 때는 우리집에서는 메주를 채반에 올리고 그 위에 짚들을 몇가닥씩 얹어 균이 접종되도록 준비해서 의자 위에 올려 스토브 앞에다 두되 약 3-4피트의 거리를 두고 밤낮으로 나무를 넣어 2-3일간 빨리 껍질이 마르도록 방향을 자주 돌려가며 고루 말린다. (스토브에 너무 가까이 있어 온도가 높으니 청국 냄새가 났음)  메주에 푸른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보호막 역할을 하는 껍질이 잘 만들어지게하고 굵직하게 쪼개진 부분 마다 흰 곰팡이가 어느 정도 생기면 스토브 옆 바닥으로 옮기는데 (좀 더 낮은 온도의 위치로 옮기는 셈) 이유는 메주의 마른 껍질이 너무 두껍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때쯤에는 이미 골마다 자리잡은 흰 곰팡이들이 더욱 깊숙이 번져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바닥에다 말릴 때에도 방향을 매일 돌려주어 푸른 곰팡이가 자리잡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바닥에다 며칠 더 두어 메주를 눌러보았을 때 속 30% 정도가 덜 마른 상태가 되면 띄울 준비를 한다.  나는 처음 만든 메주의 껍질 말리는 과정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짚으로 묶어 빨래 말리는 곳에 달았가가 짚이 닿은 곳마다 푸른 곰팡이들이 생겨 모두 긁어내느라 아주 고생했다. anyway...

Ice chest 아래 물 빠지는 구멍은 공기 구멍으로 열어두고 그 곳을 통해 줄이 달린 디지털 온도계의 끝을 넣고 (온도 읽는 부분은 바깥에 두고) 작은 heating pad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흙그릇을 올린 후 (열을 잘 보관하고 은근히 전달할 수 있도록) 그 위에 짚을 몇개 깔고 메주를 사이사이 간격 두고 올린 후 수건을 덮고 뚜껑을 덮어 뜬 냄새가 날 때까지 일주일 정도 두었다.  작은 heating pad를 high로 두니 메주 주변의 온도가 101F-104F를 오르내린다.  이 통을 리빙룸에다 두었음에도 집안에 별로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다.

내가 이해하기에는 메주의 바깥 껍질을 잘 말려 상하지 않도록 보호함과 동시에 쪼개진 촉촉한 골에서 흰 곰팡이가 생기도록하고 조금 낮은 온도에서 흰 곰팡이가 좀 더 자리잡도록 시간을 가진 뒤 따뜻한 곳에서 띄우는 과정을 통해 흰 곰팡이의 효과를 젖은 속까지 퍼지도록 하는 것 같다.  다 띄워진 메주를 쪼개보니 곶감처럼 발그스레하게 바싹 말랐으며 구수한 뜬 메주 냄새가 난다.

띄운 메주들을 먼지가 앉지 않도록 브라운 종이 백에 넣어 리빙룸 한쪽에 두었다가 4월에 소금물에 담구었다.  먼저 메주를 깨끗이 씻어 독에 넣고 물 7 갤런에 french sea salt를 녹이는데 생계란을 담구어 25센트 동전만큼 껍질이 물 밖으로 나왔을 때까지 소금을 넣어 녹인 후 메주 위에 붓는다.

장꽃 핀 모습
참숯을 두개 띄우고 유리 장독 뚜껑을 덮어 2개월 쯤 두다.  소금물 색이 짙어지며 간장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메주에 생겼던 푸른 곰팡이들이 물 위에 자리 잡을 때마다 건져 내주었다.  맛이 들 때쯤 되니 새하얀 곰팡이가 몇군데 생겼는데 미세스리가 '장꽃'이라고 한다.  장꽃이 펴야 맛이 든 것이라고..





도와주시는 미세스 리
메주 뜨는 날에는 먼저 위의 곰팡이들을 걷어낸 후 조그만 바가지로 간장을 퍼내어 다른 그릇에 고운 체를 걸치고 그 위에 붓는다.  간장을 어느 정도 퍼 낸 후 메주 덩이들을 큰 다라에다 건져낸다.  푸른 곰팡이들이 보이면 떼어낸다. 독 맨아래의 찌꺼기 섞인 간장은 메주에 붓고 두 손으로 메주들을 모두 으깨어 된장을 만든다.   숙성되는 동안 물기가 없어지게 되니 애초에 간장을 여유있게 섞어 질척한 농도로 된장을 만든다.  된장을 독에 담고 맨 위에 소금을 조금 뿌린 후 유리 장독 뚜껑을 덮어 숙성 준비를 끝냈다.




간장은 끓이지않고 다른 독에 담아 계속 숙성시켜 유산균이 살아있는 상태로 먹을 계획이다.












2012년 1월, 콩 삶아 메주 만든 지 1년 후

된장과 간장이 아주아주 맛있게 숙성되었다.  그런데 맨 처음 만든 메주에 푸른 곰팡이가 많이 생겨서인지 간장에 곰팡이가 떠 다녀서 불안해서 끓였다.   젓국같은 감칠 맛이 나서 국이나 나물 볶음에 넣으면 음식 맛이 훨씬 살아난다.   된장은 옛날 조선된장같은 깊은 맛이 나면서 구수하긴한데 싱거웠던 지 살짝 신맛이 느껴진다.  소금을 더 넣어야 되나 고민하고 있다가 미세스 리에게 의논하니 미세스 리의 아주 짠, 달이지 않은 간장을 넣고 섞자면서 직접 오셔서 섞어 주셨는데 짠맛이 더 들어가니 신맛이 없어졌다.  이대로 손대지 말고 1년 더 숙성시키라는 미세스 리의 말씀대로 고대로 두고 뚜껑 먼지만 닦아주며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 나갈 때 된장 좋아하는 오빠에게 샘플로 좀 가져갔더니 밭에서 딴 고추를 찍어서 생된장 그대로 드신다.  나도 되도록이면 생된장 그대로 먹을 참이다.


2011년 6월 4일 토요일

채소밭 일지 2011/ 여름(6-8월)

6월 29일
어제부터 공기가 그다지 차지 않은 것이 드디어 여름이 오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60도 중간 선을 잘 못 넘고 있긴 하지만 채소들은 민감한 변화를 이미 알아차리고 자라는 속도가 달라졌다.  오늘 오이들 받침대를 모두 세워주었더니 오이밭 모양이 제대로 갖춰졌다.  올해 11개 심었다.  해마다 첫 오이는 조그마하게 자랐던 기억이 있어 유심히 들여다보니 첫 오이보다 둘째 오이들이 확실히 더 크다.  그래서 첫 오이들을 모두 따 버렸다.  그리고 해마다 오이 잔가지들을 모두 따고 가운데 한줄기만 길게 키웠었는데 올해는 잔가지를 두개씩 허락해볼 계획이다.

지난 가을에 심은 endive와 시금치들을 모두 뽑다. 

6월 4일

오이 모종을 모두 가져왔다.  첫 세트 잎들은 크고 두번째 세트 잎들은 아직 어린 상태라 일주일 정도 더 키워 땅에 묻을 예정인데 해가 나면 낮에는 해를 보게 하고 밤에는 뚜껑을 덮은 cold frame에 넣어 두번째 세트의 잎들을 좀 더 키워야겠다.  올해는 씨를 5월 1일에 흙에 묻었다고 하신다.  올 해 봄은 비가 많이 와 오랫동안 춥고 축축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달팽이들이 엄청 극성을 부린다.  그래서 오이 모종을 좀 더 키워 땅에 심으면 달팽이가 깡그리 먹어 치우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으로 좀 더 키울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