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6일 수요일

겨자 잎은 달팽이 자석인가?

 작년에 여기 저기 올라오는 겨자들을 한 쪽으로 모아 심었더니 잎들이 엄청 커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일찍 꽃대까지 올리고 몬스터처럼 자란 그들을 보며 별 쓸모가 없는 아이들이 덩치는 왜 저렇게 클까 하고 살짝 원망스러운 생각을 했었는데 이젠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달팽이들 때문에...

며칠 전에 아무런 계획과 생각 없이 겨자 잎 하나를 고추 옆에 두었는데 OMG!  첫 날에는 잔잔한 달팽이들을 잎 하나로 100마리 이상 잡았다.  어쩐지 그 고추의 연한 잎을 누군가가 자꾸 잘라 먹어 크지를 못하고 힘들어 했었는데 범인을 찾은 것이다.  식욕이 왕성하다는 어린 달팽이들이 그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했다.  크기가 워낙 작고 색깔도 검정색이라 흙 속에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자석에 끌리듯이 겨자 잎에 달라 붙는 것이었다.  모두 잡은 후 20-30분후에 들쳐보면 또 바글 바글 있는 것이 뭔가 달팽이들을 홀리는 마력이 있는 듯 했다.  마침 비가 며칠 계속 와 겨자 잎들이 마르지 않고 물기도 촉촉해서 이 기회에 달팽이들의 숫자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겨자 잎이 넓고 매끈해서 그런가 하고 비슷한 rhubarb잎들을 옆에 나란히 두기도 하고 여기저기 던져 놓았는데 한 마리도 붙질 않았다.  달팽이들이 우엉 잎 좋아하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겨자 잎의 발견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밭 주변에 나무 조각들을 깔아 놓았기 때문에 달팽이들이 숨을 공간이 많고 텃밭 옆이 낮은 wet land라 어쩔 수 없는 환경이다. 


남편도 너무 신기하다며 방금 아침에도 한바뀌 돌고 들어온다. 어제 햇빛으로 잎이 많이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밤 사이에 내린 이슬 만으로 수십 마리가 또 있었다고...   그리고 나에게 물어 본다.  어떻게 겨자 잎을 사용할 아이디어를 냈느냐고. 그게 나도 의아하다.  첫 잎을 놓았던 순간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2021년 6월 1일 화요일

두더지와 함께 살기

우리집 두더지는 엄청 활발하다.  땅을 부드럽게하고 뭘 심고나면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고 꼭 방문해준다.  여름이 지나고 보면 지나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흙 아래에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다. 그동안 잡을려고 덧도 놓아보았지만 한번도 잡히지 않아 이제는 함께 살기로 맘을 먹었다. 

잎 야채는 두더지가 뿌리를 건드려도 잠시 성장을 멈추고 이 충격을 회복해 나가는 편이다.  그래도 여러번 충격을 받으면 자라야 할 때 자라지 못하고 자그마하게 남아 있어 이제는 식물을 보면 두더지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열매를 수확하는 여름 야채들은 두더지의 극성이 주는 피해가 훨씬 크다.  그래서 해마다 고민을 하게 되는데 제 작년부터 시작한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모종을 심고 그 주변에 나무 꼬챙이들을 빙 둘러 꽂아주는 것이다.  그 전에는 고추 옆에 Leek들을 심어주기도 했었는데 그 또한 번거로왔다.  나무를 꽂아주면 뿌리가 뻗어 나가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중심에 있는 큰 뿌리가 보호되기 때문에 땅 위에 뽑혀 올라오는 사고는 더 이상 없었다.




오늘 아침에 보니 그저께 심은 고추 옆에 빙 둘러 가며 난리친 모습이 보이는데 다행이 고추는 살아 남았다.   작은 막대기들을 지금 꽂아놓은 그 바깥 주변에도 더 넓게 꽂으면 잔 뿌리들을 건드리는 것도 예방할 수 있으리라.  잔뿌리들이라도 건드리면 일주일 정도 성장을 멈추는 것 같다.  반면 뿌리 시스템이 큰 토마토들은 잔뿌리의 피해가 성장에 별다른 지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느리게 자라고 뿌리가 그다지 크지 않은 고추가 제일 치명적인 것 같다. 


올 봄에는 새로운 방법을 추가해 보았다.  뿌리가 그다지 크지 않은 고추에만 사용했는데 적당한 크기의 화분에 구멍들을 드릴로 내고 그 속에 고추를 몇 개 심어 보았다.  아래 쪽에는 가운데 뿌리가 깊이 내려갈 수 있도록 좀 더 큰 구멍을 만들었다.   두더지의 활동이 더 왕성한 곳에 적용해 보았는데 올 여름을 다 보내 보아야 결과를 알 것 같다.  

벽을 따라 주로 심는 콩들은 해마다 두더지 극성에 시달리기 때문에 영글때 영글지 못하고 힘들어하면 늘 가슴이 아팠다.  고민하던 중 수중 재배하는데 사용하는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4인치 화분들을 이용하면 콩에 적당할 것 같았다.  아래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 화분의 모습으로 구입했는데 가운데 큰 뿌리가 내려갈 수 있도록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어 보았다. 올 여름이 지나고 나면 결과를 보게 되리라.  모든 콩들을 일일히 화분에 심을 수는 없으므로 계속 연구중이다.  멜론이나 수박을 담아 둔 그물 백들을 이용해 볼 생각도 해 본다.  

고추 심은 화분을 이용할 아이디어를 낸 계기는 Molbak 화원에서 재활용 화분들을 아주 넉넉히 줏어 왔기 때문이었다.  Beth를 통해 알게 된 곳인데 Woodinville 175th St에서 동쪽으로 가다가 Molbak을 지나자마자 Molbak을 끼고 우회전하면 주차장 끝쯤에서 볼 수 있다.  나는 아주 큰 화분들을 구하고 싶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없어서 뒤적이고 있을 때 트럭 한 대가 와 아주 큰 화분들을 줄줄이 내려 놓기 시작했다.  그 분은 일주일에 한번씩 그 날 가져온 만큼씩 갖다 놓는다고 한다.  



Update 7월 9일

구멍 뚫은 화분에 심은 Padron 고추들이 잘 자라고 있다.  밭 옆에 두더지 구멍들이 있는데 그 길을 좋아 하는지 종종 새 흙들이 추가되지만 휴우~~ 안도감.   

고추 밭 가장 자리를 삥 둘러 Leek들을 심고 그 사이 사이에 친구가 씨 모종 해 준 Golden Purslane (노란 쇠비름)을 심었는데 색깔도 예쁘고 맛도 녹색 쇠비름보다 부드러우며 잎의 두께는 돗나물과 비슷해서 챙겨주지 않아도 늘 건강히 함께 할 새 식구가 생긴 것 같다. 







새싹들의 댄스

 우리집 앞마당에는 달팽이들이 많아 콩씨를 심으면 백팔백중 다 사라지고 만다.  콩은 모종하기보다는 땅에 그냥 심는 편이 좋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모종으로 조금 키운 후 옮기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soil block들을 이용해서 모종을 만든다.  

다른 씨들과 달리 콩 싹이 올라올 때에는 콩까지 달고서 올라오는데 올라오는 모습이 각양각색이라 재미있다.  아주 느린 춤을 추듯 다양한 곡선을 그리며 제 모습을 갖추어 간다.   모종하고 있는 종자는 Kentucky Wonder과 스페인 Basque 지방에서 온 black bean 인데 이 콩을 준 사람의 이름을 따서 우리는 Alfonso bean이라 부른다.  알폰소 콩은 다른 콩들에 비해 영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싹이 올라오는 것도 느리다.  


겨울내내 요긴하게 사용하는 야채중 으뜸으로 칠 수 있는 Leek은 주로 모종을 사다 좀 키워 옮기는데 겨울을 생각하면 욕심이 앞서 씨 한 봉투를 다 털어 심었다.  파 씨들은 접어진 상태로 어느 정도 올라오고 나서 굽어진 몸을 펴며 그 모습 또한 다양한 곡선을 그린다.  아주 아주 느린 춤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이제 씨 하나가 춤사위를 시작한다. 
Leek 모종을 일찍 심으면 어떤 해에는 가을에 꽃대가 올라오기도 하는데 그럴때 그냥두면 봄에 그 옆에 새롭게 또 하나가 올라오기 때문에 연한 Leek을 얻을 수 있고 지금처럼 조금 늦게 키워 심으면 겨울이 될 때까지 꽃대가 올라올 찬스가 적어 겨울내내 굵은 Leek들을 얻게 된다.

작년 늦은 가을에 꽃 피운 아스파라가스에 동글동글한 오렌지색 열매들이 영글면서 씨들을 남겼는데 꼭 4개씩 들어있었다.   여름이 짧아 씨가 발아할 지 궁금해서 Stevia 씨들 곁에 함께 심었더니 이렇게 작고 귀여운 아스파라가스가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