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5일 금요일

채소밭 일지/5월, 6월

6/9 오늘의 가장 큰 작업은 고추 심을 구덩이들을 파고 심는 것이었다. 멕시컨 고추 5그루와 이름 모를 고추 5그루를 심었는데 멕시컨 고추는 매워지기 전에 따 먹으면 아주 아작아작하고 속에 여린 씨들이 꽉 들어 있어 먹기가 즐겁다. 감자 꽃들이 벌써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하는데 꽃덩이들을 잘라 주었다. 토마토의 잔가지들도 따 주고 오이의 잔가지에서 올라오는 잎새들도 모두 따 주어야 영양이 그 쪽으로 낭비되지 않는다. Sweet onion에도 꽃대가 올라오길래 꽃을 따 주었다. Rhubarb를 남김없이 모두 수확했다. 대가 말라가기 때문이다. 더 늦기전에 잘라 얼려두면 파이나 소스 만들 때 이용할 수 있다. 올해에는 Rhubarb cobbler이 인기가 있어서 위에 올리는 topping을 한꺼번에 만들어 냉동실에 두고 먹으니 참으로 편리하다. 레시피는 따로 올릴 예정이다. Mrs Lee네서 마늘쫑들을 좀 얻어와 날로 고추장에 찍어 먹었더니 마늘 냄새로 속이 얼얼하다. rhubarb rhubarb cobbler (또는 rhubarb crisp) 6/3 세라와 매일 상치 쌈을 먹다보니 우리 집에서 키운 채소만으로 부족해서 Mrs. Lee네 푸성귀를 얻으러 갔다가 자세히보니 그 댁에도 상추 뿌리 주변에 millipede들이 많이 붙어 있어 일일이 잡아주다. 이 벌레들이 호박에는 큰 피해를 주지 않지만 배추, 마늘, 감자, 당근에는 피해를 많이 준다. 달팽이처럼 습진 환경을 좋아해서 물을 많이 주면 이 벌레들도 많이 모이기 때문에 감자와 마늘에는 물을 거의 주지 않아야 한다고 Mrs. Lee께서 말씀하신다. 물을 넉넉히 주면 이 벌레들이 모여들어 뿌리를 망가뜨린다고. 6/2 작년 가을 감자를 갉아먹는 벌레들(millipedes)을 많이 보았는데도 지금까지 아무 대책없이 있다가 오늘 배추 뿌리쪽을 보니 같은 벌레들이 배추 뿌리에 붙어 있음을 발견하고 잡아주다. 그러고보니 compost에도 같은 벌레들이 많이 있다. 생각없이 채소를 심을 때마다 한 삽씩 섞어 주었는데 이제부터는 compost에 있는 벌레들을 모두 잡아내고 밭에 섞어야겠다. 뙤약 볕 밑에서 한 삽씩 펴놓고 벌레잡다. 호박 주변의 흙도 퍼 내어 벌레들을 잡고 다시 넣어주다. 호미로 한 켠씩 흙을 걷어내며 또리를 틀고 있거나 숨으러 도망가는 놈들을 잡아내기가 하도 재미있어 어깨와 팔이 벌겋게 타도록 잡았다. 저녁에 사우나에 온 분들이 바닷가에 다녀오셨나봐요? 아님 바캉스? 물을 때마다 웅크리고 앉아 벌레잡던 내 모습이 생각나 웃었다. 오이와 호박의 카바들을 모두 걷다. 날씨는 완전히 여름의 온도다. 오이가 쬐끄맣게 열렸다. 오이 열매 옆의 잎사귀들을 따주고 토마토의 잔가지들도 따주기 시작하다. 6/1 며칠 전부터 시작해서 날씨가 아주 따뜻해졌다. 오늘은 깻잎, dill, Italian parsley, 메주콩, sugar snap pea등을 심었다. 메주콩은 처음 심어보는데 콩들을 수확한 후에는 늙은 잎사귀들을 따서 엄마가 해 주던 것처럼 멸치젖에 콩잎 짱아지를 담궈봐야지. 5/29 오늘 친구들과 봄맞이 상치쌈 점심을 같이 했다. 베트남 친구, 필리핀 같이 갔던 친구, 채소 기르기의 스승인 Mrs. Lee. 모두들 유기농으로 채소를 직접 키우기 때문에 모이면 정보는 물론이고 씨앗도 함께 나누고 모종도 나눈다. 시퍼런 채소로 가득한 밥상을 감사하는 마음도 같다. 키워내는데 들어간 사랑과 정성을 이해하는 모두이기에... 이 친구들은 하나같이 앞문 벨을 누르기 전에 채소밭을 먼저 둘러보는 사람들이다. 식사 후에 함께 밭을 둘러 보다가 죽은 줄 알았던 무화과 나무의 아랫쪽 부분에 움트는 싹들을 발견한 베트남 친구 아이가 먼저 소리친다. 나보다 우리집 무화과를 더 사랑하는 친구들의 반가움과 함께 이래라 저래라 조언들이 쏟아져 나온다. 죽을 뻔 했던 나무라 그런지 그 전에 느끼지 못했던 애정이 새삼 느껴진다. 감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늘 평탄하고 넉넉한 가운데서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애정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생기는 것. 이제는 죽은 가지도 쳐주고 가을이면 뿌리쪽을 덮어줄 뿐 아니라 아랫동에서 올라오는 곁 가지들도 그전보다 더 소중하게 다둘 것이다. 이런 눈뜨임을 나에게 가르치기 위해 죽은 척 했나보다. 5/22 히터가 없는 그린 하우스에서 미세스 리께서 정성껏 키우신 오이, 호박, 토마토 모종을 가져와 심었다. 할레피뇨 고추는 조금 더 키워야 할 것 같다. 오이 10개, 가보챠 호박 3개, 한국 마디 호박 2개, 토마토(sweet100) 5개 심다. 밤의 온도가 아직 화씨 50도를 밑돌기 때문에 비닐 덮개를 오이와 호박에 모두 씌워 주었다. 밤에는 덮어주고 낮에는 열어서 통풍 시키다. 덮개 달러 스토어에서 산 옷걸이들을 펴서 만들었는데 세탁소의 옷걸이들에 비해 쇠가 가늘어서 만지기가 더 쉽다. 3개을 반원 모양으로 세워주고 두개는 동그랗게 만들어 위에 얹었다. 동그라미를 올리는 이유는 잎사귀들이 비닐에 닿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오이 잎사귀는 되도록 흙이 닿거나 물에 젖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위에 덮은 비닐은 얻어서 사용했기 때문에 어디서 구입했는지는 모르지만 반투명 쓰레기 봉투를 반 잘라 붙어 있는 쪽이 위에 가도록 덮었다. 반드시 공기 구멍들을 위쪽에 여러 군데 내 줘야 한다. 흙준비 나는 하나 심을 구덩이를 넉넉한 크기로 파고 닭똥 거름 (chicken manure) 한 삽, 집에서 만든 compost 한 삽, 그리고 시중에 파는 열매 채소용 organic 거름을 한 줌 보태서 고루 섞는다. 그리고 오이가 직접 닿을 구멍에는 Miracle Gro 회사에서 만들어 시중에 나오는 Organic Garden Soil를 넣고 심는다. 여행 다녀온 후에 정신이 없어 이번에 거름 섞는 것을 잊었는데 이 거름에는 뿌리를 잘 길러주고 열매 맺을 때 필요한 성분들이 들어있다. 5/10 내가 집을 비운 동안 날씨가 아주 춥고 비가 자주 왔었다고 하는데 뿌려둔 채소들이 먹을 만큼 자라있어서 주말에 솎았다. 작년 씨가 떨어져 혼자 자란 cilantro가 넉넉하게 자라있고 겨울 동안 자란 부추는 자를 때를 지나 조금 질기다. 작년에 100개 이상의 맛있는 무화과를 키워낸 나무가 죽었다. 이번 겨울이 예년보다 춥긴 했었는데 아마 추위때문에 그런가보다. 뿌리가 깊지 않다고는 느꼈는데 늦가을에 나무 주변을 compost로 한번 덮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4/5/2009 밤낮 온도가 아직 낮지만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에 상추씨 3가지 (Butter crunch, 잎이 넓은 한국 상치, mizuna), 배추, 시금치, sweet onion, 대파, fennel, 쑥갓, 근대를 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