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1일 화요일

두더지와 함께 살기

우리집 두더지는 엄청 활발하다.  땅을 부드럽게하고 뭘 심고나면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고 꼭 방문해준다.  여름이 지나고 보면 지나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흙 아래에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다. 그동안 잡을려고 덧도 놓아보았지만 한번도 잡히지 않아 이제는 함께 살기로 맘을 먹었다. 

잎 야채는 두더지가 뿌리를 건드려도 잠시 성장을 멈추고 이 충격을 회복해 나가는 편이다.  그래도 여러번 충격을 받으면 자라야 할 때 자라지 못하고 자그마하게 남아 있어 이제는 식물을 보면 두더지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열매를 수확하는 여름 야채들은 두더지의 극성이 주는 피해가 훨씬 크다.  그래서 해마다 고민을 하게 되는데 제 작년부터 시작한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모종을 심고 그 주변에 나무 꼬챙이들을 빙 둘러 꽂아주는 것이다.  그 전에는 고추 옆에 Leek들을 심어주기도 했었는데 그 또한 번거로왔다.  나무를 꽂아주면 뿌리가 뻗어 나가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중심에 있는 큰 뿌리가 보호되기 때문에 땅 위에 뽑혀 올라오는 사고는 더 이상 없었다.




오늘 아침에 보니 그저께 심은 고추 옆에 빙 둘러 가며 난리친 모습이 보이는데 다행이 고추는 살아 남았다.   작은 막대기들을 지금 꽂아놓은 그 바깥 주변에도 더 넓게 꽂으면 잔 뿌리들을 건드리는 것도 예방할 수 있으리라.  잔뿌리들이라도 건드리면 일주일 정도 성장을 멈추는 것 같다.  반면 뿌리 시스템이 큰 토마토들은 잔뿌리의 피해가 성장에 별다른 지장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느리게 자라고 뿌리가 그다지 크지 않은 고추가 제일 치명적인 것 같다. 


올 봄에는 새로운 방법을 추가해 보았다.  뿌리가 그다지 크지 않은 고추에만 사용했는데 적당한 크기의 화분에 구멍들을 드릴로 내고 그 속에 고추를 몇 개 심어 보았다.  아래 쪽에는 가운데 뿌리가 깊이 내려갈 수 있도록 좀 더 큰 구멍을 만들었다.   두더지의 활동이 더 왕성한 곳에 적용해 보았는데 올 여름을 다 보내 보아야 결과를 알 것 같다.  

벽을 따라 주로 심는 콩들은 해마다 두더지 극성에 시달리기 때문에 영글때 영글지 못하고 힘들어하면 늘 가슴이 아팠다.  고민하던 중 수중 재배하는데 사용하는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4인치 화분들을 이용하면 콩에 적당할 것 같았다.  아래 사진에서 가장 오른쪽 화분의 모습으로 구입했는데 가운데 큰 뿌리가 내려갈 수 있도록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어 보았다. 올 여름이 지나고 나면 결과를 보게 되리라.  모든 콩들을 일일히 화분에 심을 수는 없으므로 계속 연구중이다.  멜론이나 수박을 담아 둔 그물 백들을 이용해 볼 생각도 해 본다.  

고추 심은 화분을 이용할 아이디어를 낸 계기는 Molbak 화원에서 재활용 화분들을 아주 넉넉히 줏어 왔기 때문이었다.  Beth를 통해 알게 된 곳인데 Woodinville 175th St에서 동쪽으로 가다가 Molbak을 지나자마자 Molbak을 끼고 우회전하면 주차장 끝쯤에서 볼 수 있다.  나는 아주 큰 화분들을 구하고 싶었는데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없어서 뒤적이고 있을 때 트럭 한 대가 와 아주 큰 화분들을 줄줄이 내려 놓기 시작했다.  그 분은 일주일에 한번씩 그 날 가져온 만큼씩 갖다 놓는다고 한다.  



Update 7월 9일

구멍 뚫은 화분에 심은 Padron 고추들이 잘 자라고 있다.  밭 옆에 두더지 구멍들이 있는데 그 길을 좋아 하는지 종종 새 흙들이 추가되지만 휴우~~ 안도감.   

고추 밭 가장 자리를 삥 둘러 Leek들을 심고 그 사이 사이에 친구가 씨 모종 해 준 Golden Purslane (노란 쇠비름)을 심었는데 색깔도 예쁘고 맛도 녹색 쇠비름보다 부드러우며 잎의 두께는 돗나물과 비슷해서 챙겨주지 않아도 늘 건강히 함께 할 새 식구가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