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6일 월요일

올해(2012)에는....

봄의 온기가 조금씩 느껴진다. 어제는 해가 너무 좋아 빨래를 3통이나 해서 빨랫줄에 널어 올해 처음으로 햇빛에 말렸다.  지난 수요일부터 이번 주 수요일까지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고 하니  내일 모레 이틀 동안 채소밭 흙을 준비할 참이다.  작년 봄 내내 춥고 비가 와서 미리 준비하지 못했음을 내내 후회했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의 이런 맑은 날씨는 흙 준비하라고 주어진 기회처럼 느껴진다.  흙이 준비되면 올해는 추운 계절 야채들을 아주 일찍 씨뿌릴 예정이다.  씨들은 신기하게도 자신에게 알맞은 온도가 되어야만 싹트기 때문에 미리 뿌려두었다고 그냥 싹이 올라오는 것이 아님은 이전의 경험으로 많이 봐 왔다.

작년 10월말에 씨 뿌려놓고 속지도 않은 채 한국을 다녀왔는데 그동안 추위속에서도 잘 버텨주고 달고 맛있는 맛으로 나를 반겨준 야채들에게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고 있다.  겨울 추위로 자라지 못하던 채소들이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면 빠른 속도로 자랄 것이고 지금 씨뿌린 야채들을 먹을 쯤이면 그 놈들은 뽑아야 할 것이다.   늙은 야채들을 봄에 늦게까지 두면 진딧물이 많이 붙기도 하고 잎들이 젊은 야채들에 비해 질기기 때문이다.  물론 씨받을 야채들은 뽑지말고 두되 꽃대가 잘 올라오도록 잎사귀를 따지말고 두어야 한다.  잎사귀를 따면 계속 잎사귀를 키우지만 따지않으면 빨리 꽃대를 올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꽃대를 올리지않고 잎사귀를 계속 먹고 싶으면 먹든 안먹든 잎사귀를 자주 따 주어야 한다.

올해는 윤달이 있는 해이다.  음력 3월이 두번 반복되는 해로 지난 번 윤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봄이 일찍 오고 대체적으로 따뜻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봄 준비를 좀 일찍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윤년는 과실이 잘 되는 해라고 하는데  요즘처럼 날씨를 예측하기 힘든 때에도 윤년의 막강한 힘이 살아있을지는 두고 봐야 겠다.  작년 여름이 짧아 호박들이 제대로 영글지 못해 일찍 상해버렸는데 올해는 좀 나을 듯 하니 호박을 좀 많이 심어야겠다.  작년 처음 심었던 butternut 호박은 어찌나 단지 꿀을 넣어 구운 듯 했다.  따라서 올해에는 열매맺는 여름 야채들과 호박에 거는 기대가 좀 크다.  잘 영글은 해바라기, 메주콩, 고추, 토마토, 오이, 호박등을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해마다 열리는 Seattle Tilth 주관의 채소 모종 세일도 구경삼아 들러볼 예정인데 이곳의 모종들은   모두 유기농이나 친환경으로 키워진 모종들이고 독특한 야채들도 나오기 때문에 기다려진다. 나는 해마다 새로운 야채를 한가지씩 키워보는데 올해는 어떤 야채가 될지 이곳을 다녀온 후에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작년에는 Miner's lettuce가 새 식구였는데 경험이 독특해서 따로 글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http://seattletilth.org/special_events 에서 edible plant sale 링크로 들어가면 날짜, 장소, 그리고 판매될 야채 종류들이 자세히 나와있다. 3월에는 추운 계절 야채 모종들, 5월에는 여름 야채 모종들 위주의 판매가 될텐데 3월에 사다 심는 야채들은 날씨가 따뜻해 짐에 따라 꽃대가 빨리 올라와 잎을 수확하는 기간이 아주 짧을 뿐 아니라 야채의 단맛도 없어 많이 심지 않기를 개인적으로 권한다.  오히려 씨를 구입해 두었다가 8월 중순이나 말 쯤에 뿌려 가을부터 다음 해 봄까지 맛있게 오랫동안 먹는 쪽을 권하고 싶다.  아쉽게도 8월말에는 nursery에 가도 추운 계절 야채 모종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직접 씨를 뿌려야 할 것이다.   혹 있다 하더라도 봄부터 나와 안 팔려서 선반에 있었던 모종이기 때문에 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왜냐하면 보기에는 자라지 못해 어려 보이지만 봄부터 이미 성장기를 모종 화분에 갇혀 다 보냈기 때문에 남은 한 해동안 어떻게 자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올 봄에는 Seattle Tilth에서 제공하는 버섯 키우기 클래스를 들을 참이다.  이곳은 날씨와 환경이 버섯키우기에 적합한 곳이라 밭 주변에 원하지도 않는 버섯들이 많이 자라는데 이 김에 배워 먹을 수 있는 버섯을 키우면 좋을 듯 하다.  특히 오빠네서 싱싱한 표고를 보고나니 이젠 더 이상 미룰 수가없다.  클래스에 관심있으신 분은 웹싸이트를 참고 하시도록.

올해에는 처음으로 Almanac을 사용해볼 계획이다.  달의 변화를 감안해서 만들어진 카렌다인데     씨를 뿌리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를 참고할 예정이다.   아래의 링크는 Farmers' Almanc의 gardening calendar이다.  이곳을 참고해도 좋고 프린트된 책자를 갖고 싶으면 nursery나 가든 센타에서 둘러보면 조그만 책자로 나와있다.
http://www.farmersalmanac.com/calendar/gardening/

아래 야채들은 겨울동안 비맞고 눈맞고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삶을 지탱해 온, 그래서 부드러운 향과 단맛을 간직하고 있는 겨울 식구들이다.  그저께 샐러드를 만들려고 뜯었는데 하도 기특해서 사진에 담았다.  겨울 밭에 이런 다양한 야채들이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놀라는 친구들이 많은데 맛을 보면 더 감동한다.  같은 야채라도 계절에 따라 맛이 다른데 겨울이 단연 최고다.  겨울에 야채 키워본 적이 없는 분이 있다면 적극 권하고 싶다.  추위를 잘 견디는 야채들을 선택해서 여름 끝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어느정도 키워 겨울을 나게 하면 된다.  겨울동안에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가을에 키워놓은 상태에서 조금씩 수확해서 가을 겨울동안 먹다보면 초봄에는 넉넉히 먹을 수 있다.

모두 함께

시금치

Mizuna

Mache

비트

어린 박쵸이

Collard Green

Miner's lettuce

Arugula

All into a salad bow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