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8일 목요일

보익씨, 은희씨 위해 콘지(congee) 만들다/레시피

필라델피아에서 오셔서 생기와 즐거움을 잔뜩 선사하고 가신 보익씨와 은희씨 감사드립니다. 별스럽지도 않은 국 한그릇에 쏟아주신 찬사와 그 국을 이유로 다음 날 아침, 시애틀 앞 바다를 옆구리에 끼듯 곁에 하고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곳곳에서의 대화도 딸의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되고 즐겁웠지만 독수리 5형제 얘기는 특히 신선했습니다. 다섯 분 장년 남자 분들로 구성된 중창단으로 4부로 노래를 시작했다가 잠시 후면 1부로 모아진다는... 그렇지만 끝까지 열심히 부르는 한사람 한사람의 모습이 즐겁게 머리 속에 그려지거든요. 무대가 아닌 가정에서 제가 청중이라면 가수처럼 멋지게 부르는 노래보다 독수리 5형제의 노래를 듣고 싶은 갈망이 훨씬 강하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부족한 것을 남 앞에 내 놓을 때 큰 용기가 필요한 법, 그런 용기는 제가 늘 그리는 이상적인 사회의 희망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린 늘 '1등'을 갈망하고 무엇이든 남과 비교해서 더 잘 해야만 남 앞에 내 놓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능력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습니다만 문제는 직장 일외 삶의 구석구석에 상대적 비교 심리가 압도적이라는 점이지요. 크고 멋있는 내 집에 손님을 청하면 뿌듯한데 작고 보잘 것 없는 집에 청할 때는 용기를 내야하고,정돈되지 못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면 내 능력의 부족함을 내 비추는 것 같아 맘이 내키지 않고,잘 손질된 외모로 나설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낡은 차는 부끄럽고,못 부르는 노래는 창피하고,못 그리는 그림은 절대 남에게 내 놓고 싶지않은..... 저는 언젠가부터 각자 사람에게 주어진 삶의 비중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잘하는 점이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고, 넉넉한 부분이 있으면 부족한 점도 있고, 타고난 능력은 뛰어난데 성격이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등등 결국 장, 단점을 숫자로 바꾸어 빼고 더한다면 대개 마지막에 나오는 숫자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지요. 주어진 능력과 환경뿐 아니라 거기에 반응해서 살아가는 태도까지 보태면 변수는 더 다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어진 삶이 힘들면 강하게 사는 법을 얻게 되고, 아프다보면 건강을 챙기게 되고, 슬픔을 겪으면 아픔을 이해하는 더 큰 마음을 얻게 되고, 집착을 버리면 자유로움을 얻게 되고, 삶이 편안하고 넉넉하면 체험으로 얻어지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들을 통틀어 적용하면 결국 사람들의 삶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지요. 1등이라고 내 세울 것 없고 꼴찌라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만큼 우리의 생각속에서 비교하는 마음을 없애버리고 오히려 남과 다른, '나' 나름대로의 삶들이 당당하게 어울어진 그런 사회가 그립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수리 5형제의 당당한 모습은 멋진 음악의 감동보다 더 흥겨운 시간으로 그 순간을 바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당당함을 함께 느끼게 하는 막강한 에너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동서로 멤버들이 쪼개져서 함께 하기가 더 어려워졌겠지만 부디 앞으로도 노래하는 기회를 꼭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날 필라델피아에선 먹을 수 없다며 캬~를 연발해가며 중국 식당에서 콘지 먹는 모습들을 보고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만들어 보았는데 그 쫀득쫀득하면서도 몰캉한 콘지의 질감이 나더군요. 콘지의 기본이 될 것 같은 레시피를 써 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쌀과 국물의 양을 맞추는 것, 그리고 찬국물에 쌀을 넣어 끓을 때까지 저어주는 점일 것 같아요. 오트밀 죽도 찬물에 넣어 저어가면 끓이는 것과 끓는 물에 오트를 넣는 것이랑 맛에 차이가 나거든요. 나머지 재료들은 입맛대로 바꾸면 되겠지요. Congee (bok choy and fish 넣은 콘지)

준비할 재료들

  • 국물 6컵 (야채 국물이나 chicken broth, beef broth등 입에 맞는 국물로 준비)
  • 흰쌀 1컵, 씻어서 물을 뺀다
  • 생강 1조각 (좋아하면 큰 쪽, 싫어하면 쬐끄만 걸로)
  • 파 2쪽 (흰 부분을 한 동강 잘라내고 녹색 부분은 잘게 썰어 둔다)
  • 소금은 간이 맞을 정도
  • Bok Choy, 넣고 싶은 만큼 씻어 썰어 둔다
  • 땅콩 (optional, 굽지 않은 걸 사다가 마른 팬에 중간불에서 고소한 향이 나올 때까지 볶아 사용하면 좋은데 귀찮으면 미리 볶은 걸 사용해도 된다는 말은 하나마나)
  1. 찬 국물에 쌀, 생강, 파의 흰부분, 소금 넣고 끓을 때까지 저어준다.
  2. 끓기 시작하면 낮은 불로 낮춰 뚜껑을 연 체 간간이 저어가며 쌀이 부드럽고 국물이 뻑뻑해 질 때까지(20-25분 정도) 익힌다.
  3. bok choy와 땅콩을 넣고 야채가 살짝 익을 정도로만 계속 젓는다
  4. 마지막에 잘게 썰어둔 파를 넣는다.

한국식 볶은 죽을 좋아하는 편이면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 뜨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