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4일 일요일

달팽이 잡기

우리집 텃밭 바로 옆에 wetland가 있어 해마다 봄과 가을에 달팽이와의 전쟁을 벌인다.  달팽이는 가을에 암컷 수컷이 모두 임신을 해서 알을 놓는데 한 쌍이 100마리까지도 알을 놓는다고 해서 알 놓기 전에 큰 놈들을 가을에 잡고 봄에는 알까고 나온 새끼들을 많이 잡게 된다.

나는 그동안 달팽이 잡는데 용하다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이것저것 다 사용해 보았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많은 분들이 일반 달팽이 약들을 사용하는데 새나 동물들이 먹으면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친환경제품인 Sluggo를 사용해보기도 했고 copper 테이프를 사용해보기도 했고 계란 껍질들을 잘게 쪼개 뿌려보기도 했고 맥주도 사용해 보았지만 결과는 답답했다.  그리고 Sluggo는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해도 야채에 직접 닿는 것이 싫어 플라스틱 통에 담아 흙에 묻은 뒤 그 위에 화분 접시를 돌로 받혀 엎어 여기저기에 두어보니 두세마리씩 통에 죽어 있기도 하고 그 주변에 한두마리 죽어 있기도 했었는데 그 시체 치우는 것이 너무 징그러웠다. 

이제는 나 나름대로의 여러가지 방법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 결국 모두 직접 손으로 잡는 방법이라 약간의 시간을 투자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이긴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면 달팽이가 좋아하는 곳들을 알게 되고 달팽이가 모이도록 함정을 만들어 잡으면 시간은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밤에 잡기도 하고 낮에 잡기도 하는데 가을에는 큰 놈들이라 밤에 잘 보이므로 주로 밤에, 봄에는 워낙 작은 새끼들이라 햇빛이 있는 낮에 주로 잡는 편이다.   물론 비가 오는 날에는 밤낮을 막론하고 여유있게 나와 다니므로 우산쓰고 비오는 날 잡는 것이 제일 쉽고 가을 밤에 헌팅하려면 가랑비가 부슬 부슬 오는 날 또한 훨씬 많이 잡을 수 있으며 낮에는 해가 나면 꼭꼭 숨기 때문에 함정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달팽이는 낮에는 숨어있다 해가 지고 나면 왕성한 식욕을 채우려 나오기 때문에 밤에는 이마에 후래쉬를 달고 왼 손에는 담을 통이나 병을, 오른 손에는 집게를 들고 주로 잎사귀에 붙어있는 놈들을 잡으면 된다.  가을에 일주일에 한 두번, 한달 정도 꾸준히 잡으면 달팽이 수가 훨씬 줄어든다.  달팽이는 대파 같이 반질반질한 표면을 좋아해서 비가 올 때 그런 야채나 통들을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사실 달팽이 잡는 일은 숨은 그림 찾는 것 같아 시작하면 만사를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에 여린 잎사귀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하면 달팽이들도 활동을 시작했다는 싸인인데 구멍난 잎사귀들을 뜯어 서너장씩 겹쳐 야채 주변에 여기저기 두었다 낮에 지나 다닐 때 젖혀 보면 그 속에 많이 숨어 있다.  봄에는 새끼들이 많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보이는데 햇빛에 뭔가 반짝거리면 대개 달팽이다.  함정으로 사용하는 잎사귀가 마르거나 물컹해지면 별로 효과가 없으니 한동안 사용하여 물컹해진 잎사귀는 컴포스트 통에 넣어버리고 좀 더 싱싱한 잎들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잎사귀들 외에 아보카도 껍질, 화분 조각들, 나무 조각등등 그늘을 만들수 있는 것들이면 모두 사용할 수는 있는데 내 경험으로 보아 잎사귀들 모아두는 것 만큼 좋은 함정은 없는 것 같다.  특히 함정 아래쪽이 촉촉하면 훨씬 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나는 물을 조금씩 뿌려두기도 한다.

잡는 것외에 달팽이로부터 야채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나는 씨를 뿌릴 때 가장 자리에 촘촘히 달팽이 먹이용 씨를 뿌려둔다. 대개는 가장 자리에 난 잎들을 먹고 속에 까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내 몫을 보호할 수 있다.

basil처럼 달팽이가 아주 아주 좋아하는 싹들은 밭에 직접 뿌리지 않고 작은 통에 모종으로 키운다.  밭 옆에 쿠키 굽는 팬에다 소쿠리를 뒤집어 깔고 그 위에 작은 화분들을 올려놓고 씨를 뿌리는데 쿠키팬에다 물을 부어두면 달팽이들이 아예 건드리지 못한다.   본 잎이 두 쌍 정도만 올라오면 달팽이들이 좀 먹어도 자라는데 지장이 없어 괜찮지만 떡잎이 올라왔을 때 싹뚝 먹어버리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본잎이 1-2쌍 나올 때까지만 이렇게 키웠다가 땅에 옮겨 심는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흙에다 씨를 뿌려 싹이 올라올 때 그 위를 뭔가로 덮어주는 것인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물 만큼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 달팽이는 흙 속으로 아주 잘 다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pea처럼 달팽이가 좋아하는 야채지만 모종해서 옮겨 심는 것을 싫어하는 채소는 할 수 없이 직접 씨를 뿌리고 바람과 햇빛이 통하는 통을 덮어 보호하는 수 밖에 없는데 그럴 때는 좀 더 여유있게 심는다.
달팽이가 건너지 못하도록 물을 부어 두었다

달팽이 집는 집게로는 젓가락으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모양과 싸이즈를 지금까지 사용해 보았는데 현재 내가 제일 선호하는 집게는 다이소에서 $1.50에 구입한 끝이 뾰족한 집게이다. 젓가락 사용을 힘들어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젓가락처럼 끝을 뽀족하게 만들고 오돌토톨 이를 만들어 둔 집게로 미끄러운 달팽이를 집기도 좋을 뿐더러 좁은 곳에 넣을 수 있어서 아주 효과적이다.  끝을 가끔씩 물에 헹구어가며 사용하면 달팽이가 잘 떨어진다.
다이소에서 산 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