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6일 금요일

채소밭 일년 작업 계획

주로 내가 키우는 야채들을 기준으로 일년동안 할 일들을 대략 정리해 보았다. 해마다 한두가지씩 새로운 야채들을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빠뜨릴 수 없는 기본 야채들을 기준으로 대략 시간표에 맞는 작업들을 정리해 보았으며 채소 키우는 일과 관련된 행사들도 때에 맞춰 몇가지 함께 정리했다.

해마다 날씨가 달라 어떤 해에는 2월에 봄이 오기도 하고 또 어떤 해에는 4월 초에도 얼고 춥기때문에 같은 시간표를 매년 사용할 수는 없다. 아래의 내용은 참고용이니 매년 날씨 변화를 살피며 일기 예보에도 귀 기울여 파종 시기를 선택하면 될 것이다. 이 곳 시애틀의 평균(50%) 서리내리는 마지막 날짜는 3월 23일이며 서리의 위험이 90% 없는 날짜는 4월 20일이다. 보통 씨 봉투에 쓰여져 있는 심는 요령을 보면 서리의 위험이 없을 때 심으라고 나오는 데 위의 날짜들을 참고로 하면 될 것이다.

상추나 쑥갓, 고수등 자주 먹는 야채들은 한번만 심지 말고 처음 심은 야채들이 겨우 먹을 정도로 자랐을 때 다른 곳에 또 조금씩 심고 그러기를 8월까지 계속하면 봄, 여름, 가을까지 부드러운 야채들을 늘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케일, 근대, 시금치, 어린 박쵸이등 겨울을 날 수 있는 야채들을 봄에 심으면 여름이 되자마자 쫑이 올라오므로 수확기간이 짧은 반면 늦여름(보통 8월 초-중순) 에 씨를 뿌리면 가을 내내 수확할 수 있고 그러다가 겨을 나면 봄에 쫑이 올라올 때까지 긴 기간 수확할 수 있을 뿐 더러 이 때가 봄 야채보다 훨씬 달고 깊은 맛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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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씨를 뿌리거나 모종 심는 시기를 3번으로 기억하면 좋은데 초봄, 5월 말쯤, 8월 중순이다.  초봄에는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야채들을 심고, 5월 말쯤에는 더운 날씨를 필요로 하는 열매맺는 여름 야채들의 모종들을 밭에다 내다 심고, 8월 중순 쯤에는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야채들을 다시 씨 뿌리는데 가을에 키워 수확하거나 겨울을 나고 봄까지 먹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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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 

초봄이라 하면 비가 아직 주룩주룩 내리기는 하지만 밤에 꽁꽁 어는 추위는 지나고 어쩌다 살짝 서리가 내릴 정도로 날씨가 풀렸을 때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가을에 심어 겨울을 잘 버틴 야채들이 날씨가 풀리면서 쑥쑥 클 것이다. 예를 들자면 시금치, leek, 근대, 케일, 미주나 상치, 어린 박쵸이, 돗나물등등인데 겨울을 난 야채들은 단 맛이 나고 맛이 아주 부드러우니 열심히 뜯어 드시도록.  조만간에 꽃대가 올라와 뽑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3월 초(봄이 일찍 오면 2월)

겨울 동안 엉거주춤하던 야채들이 날씨가 조금 풀리면서 자라기 시작하는데 지금부터 수확해서 먹는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저녁에 후라쉬와 집게로 무장하고 막 자라기 시작하는 야채에 붙어있는 달팽이들을 잡아야 할 때다.

3월말-4월 초

밤 온도가 화씨 40도 이상을 유지하면 밭에 직접 씨 뿌린다 – snap pea, sweet pea, 파와 leek, 배추, 상치, 쑥갓, 고수, arugula, 방아, 샐러드용 무, 근대, 아욱, 감자, 씨 양파, 그리고 봄에 먹을 케일*, 근대*, 시금치*, 어린 박쵸이*, 엔다브 상추*, 당근, 비트. 열무는 심어도 되지만 날씨가 차면 천천히 자란다. 참고로 열무는 봄 가을에 키우면 좋고 빨리 자라는 야채이다.
한국 가게나 다른 곳에서 모종을 살 때 이 때 쯤에는 위의 야채들을 사다 심는 것은 괜찮지만 고추, 오이, 호박같은 여름 야채 모종을 너무 일찍 사면 아직 날씨가 추워 제대로 키워내기가 힘드니 처음 나오는 것을 사기보다는 기다렸다 날씨가 좀 더 따뜻할 때 사는 것이 좋다.

* 표가 있는 야채들은 봄에 씨 뿌리면 날씨가 따뜻해지자마자 꽃대가 올라 오기 때문에 일찍 뽑아야 하니까 봄에 먹을 만큼만 조금 뿌리고 가을, 겨울, 내년 봄까지 먹을 야채들은 8월 중순쯤에 넉넉히 씨뿌린다.  겨울과 초봄에 이 야채들의 맛이 제일 좋다.

겨울동안 자란 green manure를 초봄에 조금 더 키운 뒤 hoe로 뿌리들을 자르고 흙과 뒤섞어 그대로 두면 썩으면서 거름이 되는데 나는 영양을 많이 요구하는 여름 야채 키울 자리에다 풋거름을 키우고 봄에 잘라준 뒤 5월말이나 6월 초에 모종을 심을 때까지 거름이 되도록 둔다.

3월 중순 쯤 Seattle Tilth에서 주관하는 채소 허브 모종세일이 있다.  3월 모종 세일에는 추운 계절  야채들이 나오기 때문에 사다가 집의 텃밭 주변에 두고 기다렸다 날씨가 며칠 맑아 흙을 준비할 수 있는 틈을 봐서 심는다.

4월 중순

콩 씨들(bean)을 흙에 직접 심거나 조그만 화분에 심어 모종으로 준비하는데 어린 콩 싹을 달팽이가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꼭 보호해줘야 한다. 그리고 콩은 심은 직후 물을 흠뻑 주고 나면 꽃이 나올 때까지 물을 자주 주지 않아야 한다. 꽃들이 나오면 조금 더 주고 열매가 맺히면 그 때부터 물을 충분히 주게 되는데 흙 위를 컴포스트나 짚으로 반드시 덮어준다. 물을 줄 때 흙이 잎으로 튀면 병이 잘 생기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에 심은 마늘이 어느 정도 자라 풋마늘로 몇 개씩 뽑아먹을 수 있는 때이다. 고추장에 그냥 찍어 먹으면 맛있는데 냄새가 아주 진하게 몸에 밴다.

열무 씨 뿌리기. 봄에 2-3주 간격으로 다른 장소에 여러번 심어 수확할 수 있다.

3월에 씨 뿌린 야채들이 올라오면 솎아주고 솎은 것은 먹는다.

케일이나 시금치, 근대의 꽃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먼저 올라오는 것부터 한 포기씩 뽑아 먹으면서 밭을 정리한다. 잎사귀 먹는 야채에 꽃대가 생기면 영양이 모두 꽃대로 가기 때문에 잎이 질겨지고 맛도 달라지는데 꽃대가 막 올라오기 시작하면 뽑아서 부드러운 꽃대도 함께 먹으면 된다.  만약 씨를 받고 싶으면 한 두 포기의 꽃대가 자라도록 두었다가 꽃이 지면서 씨가 맺히고 영글 때까지(껍질에 노란빛이 돈다) 둔다. 거의 영글었다 싶으면 꽃대 채로 잘라 그늘에서 바싹 말린 후 껍질을 쪼개고 씨들만 거두어 모으면 된다. 그런데 씨를 받을 예정인 그 채소의 씨가 OP(Open-Pollinated variety, 자연 수분된) 로 수확된 씨임을 반드시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씨 봉투에 OP가 아니면 계량종(인공 교배된)인 F1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F1씨를 키워 또 씨를 받으면 그 씨는 부모만큼 건강히 잘 자라지 못하므로 수고로움의 가치가 없다고 한다.

비트 씨 뿌리기.

4월말-5월 중순

데우지 않은 온실에서 여름 야채들(고추, 토마토, 호박, 오이, 가지등등)의 모종을 시작할 때이다.  씨들을 접시에 담아 젖은 종이 타올을 여러겹 접어 덮어두면 며칠 후 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통에 담긴 흙에다 조그만 구멍를 젓가락으로 내고 뿌리가 아래로 가도록해서 심는데 떡잎들이 올라왔을 때 서로 닿지 않을 간격으로 묻어 준다.   흙에다 묻은 후 본잎이 1개 나오면 각자의 화분으로 옮겨 심은 후 밭에 나가기까지 한달 정도를 데우지 않은 온실에서 키운 후 5월 말이나 6월 초쯤 밭에다 옮겨 심는다.

콩 심을 때이다.  큰 콩 씨들 싹 틔우기 참고

이제 서리의 위험이 거의 없으므로 들깨 씨를 뿌려도 될 때이다. 들깨는 조금만 밤 서리를 맞아도 죽거나 제대로 자라지를 못하니 반드시 기상예보를 확인한 후 뿌리거나 아니면 5월말이나 6월 초까지 기다렸다 뿌리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들깨는 날씨가 좀 따뜻해야 잘 자라는 식물이다.

4월 말에 Spring Garden Fair이 UW Bethell 캠퍼스에서 열린다. 판매보다는 교육 위주의 행사인데 동그란 컴포스트 통들과 빗물 통들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매년 5월 둘째 주쯤 Seattle Tilth에서 주관하는 여름 야채 모종 세일이 Greenlake 근처 Meridian park에서 열린다.  모두 유기농 또는 친환경 모종으로 일반 화원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모종들이 판매되는 아주 인기있는 행사이다.

5월 말

초봄에 심은 야채를 더 솎을 만하면 더 솎아주면서 많이 자란 상추의 바깥 잎사귀들을 하나씩 따 먹는다.

4월에 심은 열무가 어느 정도 자랐으면 다른 곳에 열무를 또 심는다.  참고로 열무는 바깥 잎사귀를 뜯어 먹지 않고 손바닥 길이 만큼 연하게 자랐을 때 통째로 뽑아 김치 담근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열무가 더 빠른 속도로 자란다.  대신 한여름의 뜨거운 날씨에서 키우면 연하지 않기 때문에 봄 가을에 여러 번 키워 김치를 담가 두면 좋을 것이다.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Italian basil을 화분에다 씨 뿌리고 그 화분들을 달팽이로 부터 보호해야 한다.

손바닥 한 뼘만큼 자란 대파와 leek 모종을 옮겨 심을 때이다.  긴 뿌리는 좀 잘라내고 깊이 심거나 비스듬히 뉘어 잎사귀 끝 1-2인치만 보이게 심는데 이유는 맛있는 흰부분을 더 얻기 위해서이다.  깊이 심을 경우 구멍을 먼저 깊이 만들고 파나 leek을 하나씩 구멍에 넣은 후 물을 먼저 채운다. 물을 주는 동안 구멍에 흙들이 씻겨 들어감으로 굳이 흙을 채울 필요가 없다.

어느 정도 자란 들깨 모종을 옮겨 심는다. 미세스 리가 한 구멍에 2개씩 심으라고 하신다.  본잎이 2쌍 정도 컸을 정도면 빨리 적응한다.

호박 씨 뿌릴 때이다. 호박에 따라 넝쿨로 자라는 것이 있고 한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자라는 호박들이 있으니 알맞은 자리를 선택해서 하룻밤 불린 씨를 밭에 심거나 모종 화분에 심는다.

6월

밤 온도가 화씨 50도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온실에서 키운 여름 야채 모종들을 밭에 옮기는데 심은 후 비닐이나 row cover(근대 참고)로 밤 온도가 어느 정도 따뜻해 질 때까지 계속 덮어준다. 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등이 해당된다.

5월에 모종 화분에 씨뿌린 basil의 본잎이 1쌍-2쌍 정도 올라오면 땅에 옮겨준다.  넉넉히 basil들을 키워 pesto를 만들어 냉동실에 얼려두면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마늘 쫑이 올라올 쯤이다.  쫑을 내버려두면 마늘로 가야 할 영양이 꽃 피우는 쫑으로 가게 되므로 당연히 잘라줘야 하는데 쫑의 연한 부분을 좀 더 길게 자르는 요령은 마늘 키우기 페이지를 참고한다.  집에서 거둔 쫑들은 그냥 먹거나 아주 부드러우므로 살짝 익혀 요리한다.

7월


10월에 수확할 콩들 심기(6월말-7월 초 사이)

화원들이 독립 기념일(7/4)을 끼고 세일들을 많이 하는데 일년을 정리하는 때이니 다음 달에 뿌릴 씨들과 내년에 쓸 씨들, 거름들을 이 때 미리 사 두면 좋다.  남은 씨들의 구색은 없겠지만 보통 반값에 살 수 있기도하고 8월에는 남은 씨들을 없애기 위해 아주 더 싸게 팔기도 한다.

마늘대 주변의 흙을 긁어내어 마늘 위의 흙을 조금만 남겨두면 마늘 통이 따뜻한 해를 더 받아 더 굵어지고 빨리 영근다고 미세스 리께서 가르쳐 주셨다.

8월 

겨울동안 먹을 근대, 케일, 시금치, Mizuna, Endive, Radicchio, 베이비 박쵸이, collard green, arugula, 그리고 김장에 쓸 갓, 배추, 무등을 씨 뿌릴 때다.  대개는 겨울을 잘 지내는 편이지만 씨를 살 때  추위에 잘 견디는 종류로 사면 겨울에 죽을 확률이 훨씬 적다. 겨울 날 비트도 8월에 씨 뿌린다.

마늘이 영글고 있는 때이다.  마늘의 잎들이 완전히 누렇게 변하면 잘 영글었으므로 모두 뽑아 단을 묶을 후 그늘에 달아 보관한다.  마늘이 잘 영글어야 오랫동안 변함없이 보관할 수 있다. 

양파 수확하기

봄에 심은 콩 수확하기

가을(10월)에 수확할 pea를 심는다. Sugar snap pea나 sweet pea.

9월

감자 수확하기

달팽이를 집중적으로 잡아야 할 때이다.  가을에 새끼들을 만드는데 암컷 수컷 모두 임신을 하며 한 마리가 보통 새끼를 100 마리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집게로 하나하나 잡는 대신 달팽이 약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재료에 metaldehyde가 들어있지 않은 약을 사용해야 다른 동물들이 줏어 먹어도 죽지 않는다.  상품명으로는 Sluggo, Worryfree, 그리고 EscarGo등이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한다. 달팽이 잡기 참고

10월 말 - 11월 중순

토마토, 오이, 고추 밭 정리하기. 고추 잎들은 따다 먹는다

8월에 심은 pea들 수확하기

7월에 심은 콩들 수확하기

마늘 심을 때이다. 내년 7,8월이 되어야 수확하게 된다는 것을 참고하여 심을 자리를 선택한다.

서리 내리기 전에 가보차나 butternut 같은 가을 호박 수확하기.  잘 영글면 영글수록 깊은 맛이 있으며 더 오래 저장할 수 있으므로 손톱으로 껍질을 찔러도 상처가 나지않고 돌처럼 단단하며 황색의 늙은 빛을 담을 때까지 두었다가 일기예보에 서리가 내린다면 모두 따야 한다.

내년 여름 채소 키울 밭은 오랫동안 자라는 야채없이 비게 되는데 그곳에 겨울동안 키울 green manure (풋거름) 씨를뿌린다. 대개 여러가지 씨들을 섞어 한 봉투에 담겨져 있는데 화원에 가서 겨울용 green manure 씨를 찾아보면 된다. (풋거름 심는 이유는 좋은 흙 만들기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