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8일 화요일

마늘 키우기


 (통마늘은 garlic bulb라 하고 쪽들을 clove라고 한다) 

제 작년에 한국 가게에서 산 마늘을 심었다가 병이 번져(20년 만의 첫 경험) 다 뽑아내고 대파까지 번져 모두 뽑아 버리는 바람에 작년에는 마늘을 심지 않았더니 Mrs. Lee께서 내 몫까지 키워 며칠 전 내가 먹을 30통과 씨 마늘로 사용할 마늘까지 50통쯤 챙겨오셨다(사진).

 해마다 가을이면 마늘을 심었었다. 마늘을 키우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구하기 힘든 풋마늘을 먹기 위해서였다. 어린 풋마늘을 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 마늘 향과 함께 아작아작 씹히는 맛은 봄에 잠시 얻는 즐거움이기도 했지만 장아찌를 해두면 아이들 잘 먹었기 때문에 마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체 코스코에서 산 마늘을 쪼개 한 쪽씩 가을에 심으면 봄에 풋마늘로 다 뽑아 수확했었다. 그러나 Mrs. Lee를 만난 후 마늘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고 햇마늘을 처음으로 맛 볼 기회도 얻었다.

햇마늘은 가게에서 사 먹는 마늘보다 투명함이 섞인 크림색으로 껍질이 아주 잘 까진다. 다질 때 수분이 많은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맛에도 싱싱함이 섞여 있어서 나도 이젠 통마늘을 키워 먹는데 Mrs. Lee에게서 배운 마늘 키우기의 몇가지 내용들을 정리해둘까 한다.
  • 마늘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가운데 꽃대가 올라오는 것(hard neck 또는 topsetting)과 올라오지 않는 것(soft neck)이 있는데 마른 마늘 통 가운에 단단한 대가 있으면 꽃대가 있었던 것이고 costco 마늘처럼 가운데가 비고 쪽들이 겹겹이 있으면 꽃대가 없는 종류이다. 꽃대가 없는 것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반면 쪽 들이 여러 겹으로 생겨 까먹기에 불편한 점이 있고 꽃대가 있는 것은 쪽 들이 한 겹이고 쪽들이 굵어 까먹기 쉽고 또한 마늘 쫑을 먹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책에는 꽃대가 있는 것이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마늘 향이 더 강하다고 한다.
  • 꽃대가 있는 것은 대가 올라올 때 잘라주어야 꽃으로 갈 영양이 뿌리로 가서 통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마늘 쫑이 자라 대가 조금 구부러진 후에 뽑아야 더 쉽게 뽑힌다고 한다. 참고로 마늘 쫑을 잘라낼 때 대 바깥으로 나온 부분만 뚝 잘라낼 것이 아니라 한 뼘 정도 대 아래 쪽에 옷 핀이나 바늘로 대를 가로 질러 찌르고 두 손으로 꽃대를 잡고 수직으로 천천히 위로 당기면 바늘로 찌른 부분이 잘리면서 올라온다. 물론 위 쪽에서 뚝 잘릴 때도 있지만 한뼘 정도 길이의 마늘 쫑을 더 수확할 수 있는 셈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아침 일찍 마늘 쫑을 뽑는 방법인데 바늘 없이도 대 깊은 곳에서 뚝 잘라져 길게 올라온다.
  • Mrs. Lee는 마늘 심을 때 캄포스트(compost)와 함께 뿌리가 튼튼히 내리도록 bonemeal을 섞어 넣으신다고 한다.
  • 겨울에 땅이 얼기 전에 뿌리가 튼튼히 내리도록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심는다. 첫 서리가 내리기 전 4주나 6주의 여유를 두고 심어야 한다.
  • 마늘 쪽들을 심은 후 다음 해 여름에 수확할 때까지 물을 주지 않는다. 또한 심을 때 물이 잘 빠지는 곳에 심어야 한다.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젖어 있는 곳에 심어진 마늘은 잘 썩기 때문에.
  • 수확할 때 6쪽 보다 쪽 수가 작고 마늘 크기가 작은 통들을 골라 씨 마늘로 따로 둔다. 작은 쪽을 심어 크게 길러 먹고 쪽 수가 다음 해에는 더 많아지기 때문에 되도록 쪽 수가 작은 걸로 씨를 삼는다. 쪽 수가 작아야 까 먹기가 쉽기 때문이다.
  • 대와 잎이 노랗고 완전히 말랐을 때 수확해야 마늘이 제대로 영글어 있는데 잘 영글도록 키워야 마늘을 수확한 후에 오랫동안 알이 단단하고 상하지 않는다.
  • 꽃대가 잘린 곳이나 마늘 통 아래에 달려 있는 잔잔한 알멩이들을 심으면 한 통짜리 마늘이 된다.
  • 심고 나서 거름이 부족한 것 같으면 겨울이 지나고 초봄에 마늘 잎이 막 자라기 시작할 때 complete fertilizer(거름의 수치 3가지가 모두 같은 양으로 섞여있는 것. 예를 들면 5-5-5처럼)나 bonemeal, 또는 alfalfa meal을 매 2주마다 주되 늦봄부터는 거름을 주지 말라고 책이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