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8일 화요일

베트남 국수 (채식가를 위한)

한나엄마,
부탁한 레시피를 정리해 보았는데 글로 보니 복잡하네. 아줌마의 기본 솜씨가 있으니까 두어번 만들어 보면 어렵지 않을거야. 다음에 국수 만들면 사진 좀 찍어 올릴께.

60대 초반의 베트남 친구 Ai(아이)는 두 세달에 한번쯤 몇몇 친구들을 초대해 에그롤과 함께 vegetarian 베트남 국수를 만들어준다. 아파트에 사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화분에 엄청나게 다양한 화초와 채소를 길러내는 고수로 국수를 먹는 날이면 닷새전부터 기른 숙주와 유기농으로 키운 각양의 채소들을 큰 쟁반에 담아 내 와 따끈한 국수위에 마구 얹어 먹는다. (다음 국수 먹을 때 사진 찍어 올릴 예정)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더 짜거나 싱겁거나, 아님 빠진 맛이 있거나 하지않고 한결같은 그 깊은 맛을 야채로만 만든다는 것이 신기해서 한번은 우리집으로 초빙해서 시범을 보이게 한 적이 있다. 물론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우리처럼 대충 만드는 식이라 레시피를 갖진 못했지만 대충 어떻게 맛을 만들어 내는 지의 궁금증은 풀렸다. 그 이후로 아이식으로나 내 나름대로 야채 국물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 보았는데 이젠 아이의 국수와 맛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내 입맛에 별 허전함이 없는 국수를 대충 만들어 먹고 있다.

식당에서 먹는 국수에는 고기 냄새를 없애려고 함께 넣은 향들이 있는데(생강, 계피, star anise, clove, 베트남 nutmeg등등) 채식 국수에는 그런 향이 필요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없는 것이 야채의 깨끗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아 나는 향들을 넣지 않는다. 베트남 국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국물이라 여러번 끓이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찾아내면 내가 처음 이 국물을 먹고 엄청 감동했듯이 깨끗하고 감칠 맛 나는 만족스러운 국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거야.

먼저 국물 만드는 과정을 대충 설명하면 먼저 기본 야채 국물을 만들어 준비해 둔 후 큰 냄비에 국수와 함께 먹을 야채들을 볶고 양념한 후 만들어 둔 기본 야채 국물을 부어 끓이고 마지막 간을 맞추면 국물이 준비된다. 기본 야채 국물은 3가지 중 원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되겠다.  원하는 맛과 소요되는 extra 노동의 대비를 감안하면서.

최종 국물 맛은 레몬그래스의 향이 조금 느껴지면서 깊은 맛과 함께  그냥 먹으면 딱 좋을 정도로의 짠맛으로만 양념한다. 그래서 국수 넣은 후 싱거우면 각자가 마늘 섞은 간장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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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야채 국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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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재료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무가 없으면 안 넣어도 되고 양배추가 없으면 배추를 좀 넣어도 되는 것이고....

**번거롭지만 깊은 맛이 있는 방법**
  • 큰 당근 2개
  • 큰 양파 2개 (sweet onion 아닌 것)
  • 샐러리 3쪽
  • 통후추 7개
  • 월계수 잎 2개
  • 마늘 6-7쪽
  • 무 반개, 숭숭 썰어둔다
  • 양배추 반쪽, 꼭지를 붙여둔 체 2-3쪽으로 쪼개고 물에 살짝 데쳐둔다 (양배추 냄새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 사과 1개
  • 주키니 호박 반개
  1. 먼저 어븐을 425도로 켜 두고 어븐에 사용할 수 있는 팬 (어븐에 원래 들어있는 쇠 팬이 좋음)을 미리 넣어 뜨겁게 데운다.
  2. 당근, 양파, 샐러리를 숭덩숭덩 썰어 약간의 기름(올리브나 canola)을 위에 뿌리고 그릇을 까불어 기름이 야채에 고루 묻도록 한 후 뜨거운 팬에 한켠으로 깐다.
    매 7분마다 고루 익도록 뒤적이며 약간 브라운 색이 나도록 익힌다 (약 15분 정도 걸림)
  3. 큰 냄비에 물 1 갤런을 붓고 익힌 위의 야채와 함께 통후추, 월계수 잎, 마늘, 무, 데쳐놓은 양배추를 넣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 약 30분간 낮은 불에 끓인다.
    불을 끄고 완전히 식으면 그대로 다시한번 끓인다. (식는 동안에도 야채에서 맛이 우러나고 두번 째 끓이면 더 깊은 맛이 나는데 나는 보통 저녁에 끓여 두었다가 밤새 식힌 후 다음 날 다시한번 끓여서 건더기를 건져낸다.)
    건더기를 모두 건져내면 기본 야채 국물이 준비된 것이다. 이 국물을 넉넉히 만들어 냉동해 두었다 사용하면 손쉽게 국수를 만들수 있다.
**보다 손쉬운 방법**
  • 양배추 반쪽, 2-3쪽으로 쪼개 물에 살짝 데쳐서 준비
  • 배나 사과 1개, 속의 씨를 빼고 여러쪽으로 썰어서
  • 양파 1개, 꼭지 부분이 붙어 있도록 6쪽 정도로 썰어서
  • 주키니 호박 반개 (나는 말린 것들을 한 줌 넣는다)
  • 레몬그래스 1개 (길이로 반을 쪼개거나 칼 옆으로 쳐서 대를 갈라지게 해서 넣는다)
  • 당근 2개
  • 샐러리 1쪽
  • 통후추 7개
  • 마늘 6-7쪽
  • 월계수 잎 2개
  • 그 외 다시마나 무, 그리고 대파를 다듬을 때 나온 바깥쪽 잎등 무엇이든 국물에 맛을 더하는 것을 넣으면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위의 레시피는 본인이 조금씩 조절하면 된다. 나는 이 야채 국물을 주로 저녁에 준비하는데 6 qt 크기의 냄비에 야채들을 넣고 끓을 때 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물을 가득 붓고 high로 시작해서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 30-40분 정도 부드럽게 끓인다. 불을 끄고 그대로 두었다 다음 날 야채를 넣은 체로 다시한번 끓인다. 불을 끄고 두었다 조금 식으면 국물을 따라 내고 야채의 국물들도 손으로 살짝 짜서 넣는다. 꽉 짜면 국물이 뿌옇거든.

**슬로우 쿠커에다 **

두 번 끓이지 않고 슬로우 쿠커에다 한번에 준비하는 방법이 제일 쉽겠는데 밤에 6 qt 크기의 슬로우 쿠커에 야채를 넣고 물을 90%정도로 채운 후 high에다 밤새 (8시간 정도) 끓인 후 아침에 국물을 따라 사용하면 된다. 내 입에는 두 번 끓인 것의 맛이 훨씬 더 깊더라.

**야채 국물 만들기가 번거로우면 미리 만들어 파는 vegetable broth나 부용 또는 paste를 사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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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국물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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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nola나 올리브 오일 조금
  • 양파 반개, 길쭉길쭉하게 썬다
  • 마늘 3-4쪽, 다진다
  • 토마토 1개, 동강동강 썬다.
  • 버섯 2개( king oyster, 동글동글하게 썬다)
  • 레몬그래스 다진 것 1 큰술 정도(동양 가게 냉동실에 보면 다져서 타일랜드산으로 진공포장된 것이 있음; fresh 레몬 그래스를 사용하면 바깥 껍질과 녹색의 질긴 부분을 잘라낸 후 동글동글하게 얇게 썬 후 아주 잘게 다진다. 미국에서 키운 fresh 레몬 그래스보다 얼려서 가져온 동남 아시아산의 향이 더 강하다 )
  • 튀긴 두부나 구운 두부, sliced (optional인데 튀긴 두부가 덜 부서지고 깊은 맛을 더해준다)
  • 대파 1개, 숭숭 썰어서
맛을 낼 때 사용할 수 있는 양념들을 몇가지 소개한다. 나는 이 중 몇가지를 섞어 사용하는데
  • 고기 국물 같은 깊은 맛: 채식가들은 McKay seasoning이나 Mushroom seasoning등을 사용하면 될 것이고 굳이 채식이 아니라도 괜찮다면 내가 사용하는 'Better than bouillon'이라는 브랜드의 chicken broth를 권하고 싶다. McKay seasoning은 whole foods이나 pcc에서는 보지 못했고 건강 식품점 Manna(in Mountlake Terrace)에서 샀고 mushroom seasoning은 동양 가게에서 찾아보면 되는데 비슷한 제품이 여러가지 있어서 미원이 들지 않은 걸로 재료를 보고 골라야 한다. better than bouillon은 농축된 paste로 조그만 병에 들어있는데 큰 미국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긴 하지만 organic으로 살려면 건강 식품점에 가야한다.
  • 감칠 맛을 보조하기 위해 seasoned salt (MSG가 들지 않은 것으로 구입)를 조금 넣는다.
  • 감칠 맛을 보조함과 동시에 짠맛을 내는 데에는 간장가루(Dr.Bronner이 개발한 발효하지 않은 protein powder로 일반 가게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고 나는 LA에 우편으로 주문해서 구입하고 있다)가 아주 좋고 간장가루가 없으면 bragg 소스(건강 식품 코너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발효하지않은 건강 간장으로 Dr. Bronner의 간장 가루와 비슷한 맛으로 짠 맛이 덜하고 감칠 맛이 더 있다)를 조금 넣거나 한국식 국간장또는 멸치젓국(게 세마리표가 제일 맛있음)을 조금만 사용한다.
  • 마지막으로 짠 맛을 조절할 때에는 grey salt또는 celtic salt라고 불리우는 바다소금이 제일 맛있는데 없으면 평소에 사용하는 소금을 사용하면 될 것임.
  1. 두부에 짠 맛 내는 간장가루나 bragg간장을 미리 조금 섞어 밑간을 해둔다.
  2. 중간불에 냄비가 데워지면 오일을 조금 넣고 양파, 마늘, 토마토, 버섯, 다진 레몬그래스를 먼저 넣고 볶다가 국물 맛과 짠 맛을 내는 여러가지 seasoning들을 넣고 짤박하게 조금 끓이다가 두부도 넣어 함께 간이 잘 배이도록 끓인다.
  3. 준비해 둔 야채 국물을 붓고 대파를 넣고 끓이다가 불을 낮추어 약 20-30분 정도 더 끓인후 마지막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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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topping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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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수는 생국수나 말린 국수중 선택하는데 생국수는 식당에서 먹어 보았듯이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말린 것보다 좋은 반면 방부제가 섞여있다.  말린 국수는 찬물에 불려 두었다가 끓는 물에 아주 살짝 삶아야 한다.  
  • 파와 실란트로(cilantro)를 잘게 썰어 함께 섞어둔다.
  1. 말리지 않은 생 쌀국수는 주로 냉장고에 두고 파는데 한 봉투면 3인분으로 적당하다. 물이 끓으면 국수를 넣고 약 5초정도만 휘이 한번 저어 재빨리 소쿠리에 붓고 찬물에 헹궈 타래를 3개로 만들어 둔다. 타래가 작아보이지만 쌀국수를 만들 때에 국수를 많이 넣으면 국수가 국물을 금방 흡수해서 국물이 적어지고 그러면 맛이 없다.
  2. 국수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운 후 국수 타래를 넣고 아주 뜨거운 국물을 넉넉히 붓고 파와 실란트로 섞은 것을 한 움큼 올려서 테이블고 가져가면 각자가 테이블 위에 준비되어 있는 고명들을 입맛에 맞게 조절해서 먹는다.
테이블 위에 준비해 둘 고명들 >>>>>>>>>>>>>>>>>>>>>>>>>>>>
  • 마늘을 찧어서 bragg간장이나 멸치 젓국에 섞어둔다.
  • 스리라챠 핫소스
  • 손으로 짜 넣기 좋도록 여러 조각으로 썬 라임(lime). 나는 라임 쥬스를 한꺼번에 여러개 짜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fresh 라임이 없을 때 조금씩 녹여 사용한다.
  • 싱싱한 숙주
  • 타이 basil (이탈리안 basil로 절대 대용하지 말것. 없으면 아예 넣지 않는 것이 낫다)
기본 야채 국물 대신 육계장 끓일 때 남은 육수나 멸치 다시, 또는 다른 국물들을 기본 야채 국물 대신 사용해서 국수 국물을 만들어도 되는데 따끈한 국물에 야채들과 허브 고명들이 올라가고 핫소스와 라임쥬스가 적당히 어울리도록 간을 맞추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국수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가끔씩 살 조금 붙은 광어뼈와 고등어를 압력솥에 뼈가 부드러울 때까지 끓인 후 살과 뼈들을 손으로 잘게 부슬고 양파, 마늘, 풋배추들을 넉넉하게 넣어 국을 끓이는데 이 국에다 베트남 스타일로 쌀국수와 고명들을 얻어 먹기도 한다.  오래 전 치앙마이 시장에서 먹었던 매콤한 생선국물 국수를 생각하면서....  생선국이라 산쵸 가루를 조금 뿌리면 더 맛있는 것 같애. 산쵸를 타일랜드에서는 prickly ash라고 하던데 베트남 가게에 가니까 중국산이 있더라.  중국 사람들은 sichuan pepper 이라고 하는 것 같고.

보나쁘띠!!!